"식물 키우는 재미 쏠쏠하네"…6일 만에 1000대 완판된 가전 [최수진의 디지털시대]
기자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봄이 되면 단지 내 작게 조성된 텃밭의 사용 신청을 받는다. 봄이 되면 밭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일상을 꿈꿨던 터라 매년 신청했다. 하지만 번번이 추첨에서 밀렸다. 도시에서 밭 한 뙈기 갖기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집에서라도 식물을 길러볼까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햇볕 받아 쑥쑥 자라라고 베란다에 가져다 놓은 식물들은 얼마 못 가 모두 시들어버렸다. 아파트 구조상 햇볕이 잘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3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식목일 기념으로 심은(?) '개운죽'만 쑥쑥 잘 자라는 정도다. 개운죽은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한다.

식물을 기르고 싶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 상황에서 LG전자 '틔운 미니'를 약 5주간 써봤다. 틔운 미니는 LG전자 보유 각종 기술이 접목된 일종의 디지털 정원이다. 밭에서, 베란다 화분에서 식물을 기르는 복잡한 과정을 줄이고 자동화해 식물 초보자도 반려 식물 하나쯤은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쌈추 씨앗키트와 식물 영양제 A,B.영양제는 A와 B를 섞어서 같이 넣어줘야 한다./사진=최수진 기자
쌈추 씨앗키트와 식물 영양제 A,B.영양제는 A와 B를 섞어서 같이 넣어줘야 한다./사진=최수진 기자

"일어나서 새싹 보는 재미...그냥 둬도 잘 자라"

틔운 미니는 기존에 LG전자가 내놨던 식물 생활가전 '틔운'보다 작은 크기다. 사이즈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자 1인 가구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어 지난 3월 사전예약 판매 시작과 함께 6일 만에 수량 1000대가 모두 팔렸다.

사람들은 왜 틔운 미니에 열광했을까. 실제 써보니 우선 준비 과정이 간단했다. 기기에 틔운 미니용 씨앗키트를 넣고 물을 넣는다. 그후 틔운 미니 중간 부분에 위치한 부표가 기준 높이에 딱 맞게 올라오면 적정량의 물을 줬다.
LG전자 식물 재배 생활가전 틔운 미니로 쌈추를 키워봤다. 위는 LG 씽큐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시간과 조명 밝기를 설정한 모습/사진=최수진 기자
LG전자 식물 재배 생활가전 틔운 미니로 쌈추를 키워봤다. 위는 LG 씽큐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시간과 조명 밝기를 설정한 모습/사진=최수진 기자
그러고 나선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시간, 조명 지속 시간, 조명 밝기를 'LG씽큐'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조절해준다. 조명 시간은 조명 지속시간에 따라 자동 조절 가능하다. 기자 같은 경우에는 식물이 잘 자라는 '10시간' 동안 LED를 켜놨다. 10시간을 딱 채운 뒤 자동으로 빛이 꺼진다. 이처럼 조명 시간을 세팅하고 나면 물을 주고, 가끔 식물을 솎아주고, 영양제를 주면 된다.

기자가 기른 쌈추는 2~3일 만에 키트의 조그만한 구멍에서 새싹을 틔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퇴근해서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씩 얼마나 자랐나 신기한 마음으로 반려식물을 쳐다봤다. '아무것도 안해줘도 이렇게 잘 자라는 게 있구나' 싶은 마음. 밭에서 식물을 기를 때처럼 날씨 같은 돌발 변수가 없으니, 그저 물 주고 영양제 주고 가끔 솎아주며 쌈추가 잘 자라는 모습만 지켜보기만 하면 됐다. 직장과 집만 오가는 도시인들에게 소소하게나마 '풀멍'(풀 등 식물을 멍하니 바라보며 힐링하는 것)할 수 있는 위안을 줬다.
물을 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씨앗 키트 구멍에 싹이 났다./사진=최수진 기자
물을 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씨앗 키트 구멍에 싹이 났다./사진=최수진 기자

단점도...씨앗키트 '쌈채소'는 비추

단점도 있었다. 틔운 미니를 놓는 위치를 잘못 선택해 중간에 한 번 옮겨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LED 등 밝기 때문이었다.
저녁에 LED(발광다이오드) 등을 켰을 때의 틔운 미니/사진=최수진 기자
저녁에 LED(발광다이오드) 등을 켰을 때의 틔운 미니/사진=최수진 기자
틔운 미니의 LED 밝기는 생각보다 밝다. 은은한 '무드등' 정도로 생각하고 침실에 틔운 미니를 설치했는데, 시간을 꼭 채워야 조명이 꺼지는 시스템 탓에, 본의 아니게 3살 아이가 늦게 잠드는 불상사가 생겼다. 몇 번을 전원 코드를 빼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결국 틔운 미니를 거실로 옮겼다. 옮길 방이 없는 원룸에 산다면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
쌈추가 어느정도 자란 모습/사진=최수진 기자
쌈추가 어느정도 자란 모습/사진=최수진 기자
기자는 쌈추를 키웠다. 길러서 수확해 먹는 재미를 추구하고 싶다면 매력적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쌈추 키트를 추천하고 싶진 않다. 쌈추 씨앗키트 가격은 약 2만4000원 정도다. 1년 내내 쌈을 먹는 '쌈 마니아'가 아닌 이상, 쌈 채소는 사먹는 게 시간과 노력 대비 가성비가 훨씬 좋다.

대신 LG전자는 쌈추와 같은 엽채류 말고도 루꼴라 같은 허브류 씨앗키트나 메리골드 같은 화훼류 씨앗키트도 판매하고 있다. 틔운 미니를 식물로 집안을 꾸미는 플랜테리어 용으로 구매했다면 화훼류 씨앗키트를 이용해 사계절, 365일 내내 꽃을 볼 수 있도록 집안을 꾸며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재 LG전자는 틔운 미니 용으로 화훼류 씨앗키트는 메리골드만 판매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차후 점점 늘어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슈퍼마켓에서 구매하기 힘든 허브류 씨앗키트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틔운 미니를 다시 쓰게 된다면, 이런 '꽃멍'(꽃 보면서 멍 때리기) 상황을 그려볼 것이다./사진=LG전자
틔운 미니를 다시 쓰게 된다면, 이런 '꽃멍'(꽃 보면서 멍 때리기) 상황을 그려볼 것이다./사진=LG전자
최수진의 디지털시대를 연재합니다. 최근 IT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디지털 전환'입니다. 아날로그인 우리의 일상에 디지털 기술을 심어 구조를 혁신한다는 겁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네트워크,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IT 산업의 핵심이 모두 녹아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급속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모든 세상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담겠습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