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유망 바이오기업을 선점하기 위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역량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폐쇄형 연구개발(R&D)의 한계를 뛰어넘고 미래형 신약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임상 비용 등을 대주던 오픈이노베이션은 신약 개발 초기부터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14일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와 신약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일리아스는 엑소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이다. 엑소좀은 몸속 세포가 분비하는 나노물질이다. 세포를 오가는 메신저 역할을 해 차세대 약물 전달체로 꼽힌다.

JW중외제약은 저분자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주얼리와 클로버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질환 치료에 유망한 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다. 일리아스의 엑소좀 기술은 해당 물질을 원하는 표적 세포에 전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쓰인다. JW중외제약의 합성 화합물 발굴 플랫폼과 일리아스의 약물 전달 플랫폼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표적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오픈이노베이션에 뛰어드는 국내 제약사가 늘면서 기업별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신약 발굴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사를 선점한 뒤 자본력 있는 제약사가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시험 등을 맡아 지원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SK케미칼은 인공지능(AI) 신약 플랫폼을 보유한 닥터노아바이오텍, 심플렉스 등과 손잡았다. 이들이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SK케미칼이 동물시험과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지원해 상용화 속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대웅제약도 AI 기술을 보유한 미국 크리스털파이와 협력하고 있다.

최근엔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바이오기업과 적극적인 협업을 펼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자체 신약 발굴 기술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오픈이노베이션에 뛰어들면서다. 이날 JW중외제약의 발표도 이런 방식의 플랫폼 협업이다. JW중외제약은 1992년 일본 주가이와 함께 C&C 신약연구소를 세우면서 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의 포문을 열었다. 보로노이 신테카바이오 온코크리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과도 환자 맞춤형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의 연구기관, 병원과 공동 연구도 확대해왔다. 신영섭 JW중외제약 대표는 “JW 플랫폼에 새 R&D 플랫폼을 결합해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