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SB12' 3상 결과 내놓은 삼성에피스…'솔리리스' 시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혈액질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개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제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의 바이오시밀러인 'SB12'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9~1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유럽혈액학회(EHA) 연례 학술대회에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SB12의 3상 결과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상 3상은 2019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2년4개월 간 진행됐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환자를 대상으로 복제약인 SB12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솔리리스의 주요 적응증인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은 혈관 내 적혈구가 파괴돼 혈전이 생기고, 이로 인해 야간에 용혈 현상이 나타나 혈색 소변을 보는 희귀 질환이다. 급성 신부전과 감염, 출혈 등의 합병증을 유발해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른다.

3상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확진 환자 가운데 젖산 탈수소효소(LDH) 수치가 정상 상한 범위의 1.5배 이상인 환자 50명을 무작위로 배정했다.

LDH는 체내 존재하는 효소로, 세포가 손상되거나 파괴되면 혈액으로 유출된다. 이 때문에 LDH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의 주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로 쓰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 3상에서 1차 유효성 평가지표(primary endpoint)를 SB12 처방 후 '26주차의 LDH 수준'과 '14~26주차, 40~52주차 기간까지의 기간이 조정된 LDH의 효과곡선 아래 면적'으로 설정했다.

50명 중 46명이 임상을 완료했고, 1차 지표에서 사전에 정의한 임상학적 동등성을 충족했다. 이상반응은 SB12가 72.3%, 오리지널 의약품이 68.1%를 나타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규제당국에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솔리리스는 미국 알렉시온 파마슈티컬즈가 개발한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제다. 200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았다.

알렉시온은 1992년 보스턴에 설립돼 나스닥에 상장돼 있었다. 2021년 아스트라제네카에 396억 달러에 인수됐다. 솔리리스는 알렉시온의 대표 의약품 중 하나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등을 적응증으로 두고 있다. 작년 세계에서 18억74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어치가 팔렸다.

국내에서는 바이알(0.3g/30ml)당 513만원(약제급여상한액)인 초고가 의약품이다. 연간 치료비는 4억원(격주당 3바이알)에 달한다. 물질특허는 미국에서 2019년 3월 종료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외에 미국 암젠이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로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내달 종료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암젠보다 늦은 2019년 7월 임상 3상을 시작해 작년 10월 끝낸 것은 '첫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를 위해 그만큼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솔리리스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인 알렉시온은 솔리리스 특허 만료에 대비해 또 다른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인 울토미리스(성분명 라불리주맙)를 2018년 출시했다. 제2의 솔리리스인 셈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솔리리스 매출은 18억7400만달러였고, 울토미리스 매출은 6억8800만달러였다.

절대적인 수치를 보면 솔리리스가 압도적으로 크지만, 성장 속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솔리리스는 매출 증가세가 정체된 반면 울토미리스는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해야 하는 솔리리스 대신 울토미리스를 전략적으로 밀고 있어서다.

아스트라제네카는"솔리리스에서 울토미리스로 성공적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울토미리스가 솔리리스보다 환자 부담 비용이 더 적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격주 투여인 솔리리스에 반해 울토미리스는 8주 간격 투여라 사용 편의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바이오 시밀러 개발사로서 다양한 제품(포트폴리오)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SB12 개발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