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국산 메신저 리보핵산(mRNA) 신약 플랫폼을 구축해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선다. 이를 위해 이혁진 이화여대 약대 교수, 이주엽 미국 신시내티대 교수 등과 손잡았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mRNA 기술 확보를 위해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mRNA 플랫폼 확보, 항암제 개발”

유한양행은 7일 이혁진·이주엽 교수팀과 mRNA 신약 플랫폼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유한양행이 mRNA 플랫폼 확보를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한양행, 원천기술 확보 '박차'…불붙는 mRNA 시장 선점 경쟁
유한양행은 자체 mRNA 플랫폼을 구축한 뒤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글로벌 사업화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유력한 치료제 후보군은 면역항암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전략도 새로 짠다. 이후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로 mRNA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이혁진 교수팀과 함께 몸속에서 안정성 높게 잘 유지되는 mRNA 기술을 개발한다. 플라스미드 DNA처럼 mRNA를 원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혁진 교수는 mRNA 약물을 세포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기름방울인 지질나노입자(LNP)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주엽 교수팀과는 LNP 기술을 확보한다. 오세웅 유한양행 연구소장은 “그동안 진행된 오픈이노베이션을 한층 더 강화하고 확대하는 전략의 좋은 예”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mRNA 상용화 시대 열려

mRNA는 세포 속 단백질 제조 공장에 설계도를 운반하는 유전물질이다. 몸속 세포는 유전자 명령에 따라 인체 구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생성한다. mRNA를 활용하면 이론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단백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특정 단백질에 대한 면역 훈련 기능 등을 활용하면 mRNA를 활용해 암 치료·예방 백신, 감염병 예방 백신 등을 개발할 수 있다. 세포의 공장 기능을 활용하기 때문에 몸 밖에서 단백질 등을 합성하는 기존 치료제 개발 방식보다 시간이 덜 드는 것도 장점이다. 한계도 있다. mRNA는 몸속에 들어가면 각종 효소와 만나 쉽게 분해돼 사라져 버린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 물질을 세포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것도 숙제였다.

미국 모더나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이런 한계가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지난해 mRNA 백신·치료제 시장 규모는 58조3000억원이었다. 2026년 126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평가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앞다퉈 플랫폼 확보에 뛰어든 배경이다.

국내 기업, mRNA 기술 확보 잇따라

국내 기업들의 전략은 갈린다. 유한양행은 모든 기술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자체 LNP 기술을 확보해 특허 비용 지출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LNP 제조 기술은 미국 아뷰터스, 스위스 제네반트 등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올해 4월 캐나다 아퀴타스테라퓨틱스로부터 LNP 기술을 도입했다. 최대 4건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에스티팜을 통해 해외 LNP 특허를 확보했다.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4월 한미정밀화학을 통해 mRNA 원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mRNA 백신 원료 및 완제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종근당도 종근당바이오를 통해 LNP 원료 생산을 시작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