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의 ‘웹툰 AI 페인터’는 클릭만으로 머리와 피부, 의상을 알아서 채색한다.  네이버웹툰 제공
네이버웹툰의 ‘웹툰 AI 페인터’는 클릭만으로 머리와 피부, 의상을 알아서 채색한다. 네이버웹툰 제공
화면 속 여성 캐릭터의 머리 부분을 펜으로 누르자 비어 있던 머리칼 색이 단번에 메워진다. 피부 밝기와 의상 색은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AI)이 밑그림 선 굵기까지 파악해가며 전문가 작품 못지않은 결과물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의 AI 채색 프로그램 ‘웹툰 AI 페인터’ 얘기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네이버의 최우수 프로젝트로 이름을 올렸다. “채색 수고를 덜었다”는 작가들의 찬사도 쏟아졌다.

국내 1위 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에 AI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웹툰 AI 페인터를 포함해 자동 스케치를 지원하는 ‘오토 드로잉’, 창작자 저작권을 보호하는 ‘툰레이더’ 등 다양한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네이버웹툰 AI 조직의 바탕에는 네이버가 2019년 말 인수한 이미지 인식(비전) AI 스타트업 비닷두가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비닷두 창업자인 김대식 네이버웹툰 이사.  허문찬 기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비닷두 창업자인 김대식 네이버웹툰 이사. 허문찬 기자
비닷두 창업자이자 네이버웹툰 AI 조직을 총괄하는 김대식 이사는 “1위 웹툰 플랫폼이 쌓아온 데이터로 작가를 완벽히 보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중”이라며 “그림을 못 그려도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닷두는 AI 동영상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던 업체다. 일찌감치 사업 가능성을 알아본 네이버의 기업형 액셀러레이터(AC) 조직 D2SF가 창업 첫해 시드 투자를 했다.

대표작인 웹툰 AI 페인터는 누적 가입 회원 수가 16만 명에 달한다. 채색 작품 수는 약 56만 장이다. 최근엔 이를 응용해 오토 드로잉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 만화의 스케치 단계부터 컷 완성까지 제작 전 과정을 AI가 지원하는 형태다. 김 이사는 “아직은 작가들 그림체를 학습해 작품 내 기본 스케치를 돕는 수준”이라면서도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반인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AI가 개별 그림체로 웹툰을 그려주는 수준을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완성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AI 기반 웹툰 편집 툴도 올해 3분기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AI는 그림 작업에만 쓰이지 않는다. 개발 중인 툰레이더라는 프로그램은 AI로 콘텐츠를 무단 복제하는 이들을 잡아낸다. 툰세이퍼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콘텐츠를 차단하는 AI다. 네이버웹툰 ‘도전 만화’ 코너에 적용됐다. 실제 인물 사진을 웹툰 캐릭터와 배경으로 변환하는 웹툰미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웹툰 캐릭터들의 표정을 변환하는 기술도 함께 연구한다.

김 이사는 “어떤 기술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데 AI는 지금까지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며 “앞으로 AI 기술을 실제 매출로 연결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