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5월 23~27일 주간 시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제약·바이오 종목은 파미셀(핫)과 엔케이맥스(콜드)입니다.
완전관해와 부분관해 '한 끗 차이'에 주가 삐끗, 엔케이맥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우선 파미셀입니다. 파미셀은 지난달 말부터 주가가 고공행진하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종목입니다. 지난달 말 1만1000원대였던 주가는 27일 종가 기준으로 1만4750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주초 1만3450원이던 주가가 10% 가까이 상승했죠. 23일 8.2%, 24일 5.8% 급등했습니다.

파미셀의 사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줄기세포 치료제와 CDMO 사업을 하는 바이오 사업과 바이오의약품 소재로 쓰이는 원료인 뉴클레오시드, 메톡시폴리에틸렌글리콜(mPEG) 등을 생산하는 케미칼 사업입니다.

파미셀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건 매출 비중이 큰 뉴클레오시드 수요 증가에 기반한 현재 실적과 전망이 모두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실적입니다. 파미셀은 올 1분기 매출 174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고, 영업이익은 250% 급증했습니다.

참고로 파미셀의 작년 1년 전체 영업이익이 76억원이었습니다. 키움증권은 올해 파미셀 매출을 750억원, 영업이익은 250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투자업계는 파미셀의 뉴클레오시드 사업 매출 성장을 기대합니다. 요즘처럼 신약개발 바이오 업종이 '찬밥' 대우를 받는 시기에 생산 공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뉴클레오시드는 당과 염기가 결합한 화합물입니다. DNA, RNA의 구성요소이기도 합니다. 단순화하자면 뉴클레오시드→뉴클레오타이드→DNA·RNA가 되는 순서가 됩니다.

DNA든 RNA든 유전자 치료제는 파미셀이 생산하는 뉴클레오시드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파미셀은 글로벌 뉴클레오시드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자랑합니다.

한때 코로나19 진단키트용 시약에 뉴클레오시드가 쓰인다는 점 때문에 파미셀은 코로나19 수혜주로 엮였지만, 최근 코로나19 진단주들의 주가 하락세 속에서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전자 치료제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파미셀이 다른 코로나19 진단 관련주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작년 34%였던 뉴클레오시드 매출 비중은 올 1분기 55%로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되레 뉴클레오시드 매출 비중이 커졌다는 건,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파미셀은 원숭이 두창(천연두) 수혜주로도 묶여 있습니다.

미국 키메릭스가 원숭이 두창 치료에 쓸 수 있는 천연두 치료제 '브란시도포비어'를 개발했는데, 이 치료제의 중간체인 HDP-토실레이트를 파미셀이 독점 공급 중입니다.
완전관해와 부분관해 '한 끗 차이'에 주가 삐끗, 엔케이맥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주가가 급락한 엔케이맥스는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 주가는 27일에만 9.3% 급락했습니다. 장 초반 한때 15%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여파로 일주일 새 주가는 2만1950원에서 1만9500원으로 11.6% 하락했습니다.

엔케이맥스 주가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선 결과입니다. 외국인은 2만7299주, 기관은 13만2359주를 순매도했습니다. 이들은 전날에도 똑같이 각각 1만2782주와 6만974주씩을 순매도했습니다.

엔케이맥스 주가를 끌어내린 건 이 회사가 다음 달 열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제출한 초록에 대한 실망 때문으로 보입니다.

공개된 초록은 엔케이맥스의 슈퍼NK 파이프라인인 'SNK01'로 진행 중인 불응성 고형암 임상 1상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존 약물로는 치료가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으로, 크게 두 가지입니다.
완전관해와 부분관해 '한 끗 차이'에 주가 삐끗, 엔케이맥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첫 번째는 'SNK01'를 단독 투여한 코호트1~3에 대한 결과이고, 또 다른 건 SNK01+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 병용 투여군인 코호트4 대한 임상 내용입니다. 바벤시오는 독일 머크의 PL-L1 계열의 면역관문억제제입니다.

주가 하락을 자극한 건 SNK01과 바벤시오 병용 투여군인 코호트4 임상 결과 때문이라는 게 시장 분석입니다.

공개된 바에 따르면 코호트4에서 완전관해(CR) 사례는 없었고, 부분관해(PR)가 2명 나왔습니다.

완전관해는 병변이 모두 사라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암 세포가 보이지 않는 상태가 4주 이상 지속된 경우를 의미합니다. 부분관해는 종양이 50% 이상 줄어들고, 새로운 암이 생기지 않는 상태가 4주 이상인 경우입니다.

말기 육종암 환자를 대상으로 낸 부분관해 2명 데이터도 나쁘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있겠지만, 문제는 엔케이맥스가 작년 발표한 같은 임상 중간결과에서는 완전관해 사례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시장에선 이번 발표에서도 완전관해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니었던 겁니다.

엔케이맥스가 작년 8월 코호트4에 속한 환자 13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중간결과에 따르면 완전관해 1명, 부분관해 2명이 나왔습니다. 당시 혈액암이 아닌 고형암에서 NK세포치료제로 완전관해가 나왔단 소식에 하루에만 주가가 20%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엔케이맥스 측은 "이번 초록 발표에서 표적병변에선 완전관해가 1명 나타났다"면서도 "비표적병변에는 종양이 관찰됐기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따라 초록에는 부분관해로 표시했다"고 했습니다.

초록에는 부분관해로 표기했지만, 작년 8월 발표한대로 이번에도 표적병변에선 완전관해 상태가 유지됐다는 게 회사 입장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표적병변'에서 완전관해됐다는 점입니다.

전문가은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해서입니다. 한 임상 전문가는 "통상 완전관해라는 표현은 표적병변과 비표적병변 모두에서 완전관해일 때 쓴다"고 했습니다.

엔케이맥스가 FDA 기준을 이유로 초록에 '완전관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한 이유일 겁니다. 비표적병변에선 종양이 관찰됐으니까요.

엔케이맥스는 초록 제출 직전 FDA에 문의를 하고서야 표적병변에서 완전관해가 됐어도 비표적병변에 종양이 있으면 '완전관해'가 아닌 '부분관해'로 써야하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작년에 나왔던 완전관해 케이스가 올해는 안 보이니 실망 매도 물량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완전관해로 올라간 주가, 완전관해가 사라졌으니 빠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엔케이맥스는 작년 8월 왜 '완전관해'라고 발표했던 걸까요. 회사 관계자는 "작년 발표 당시 표적과 비표적을 구분하지 않고 전신 스캔(scan)을 했을 때 병변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암 줄기세포가 몸 어딘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이것이 일부 발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엔케이맥스는 작년 8월 발표 때 표적병변과 비표적병변을 구분해서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올 하반기 발표될 최종 결과 때는 완전관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SNK01의 치료 효과와는 별개로 '완전관해' '부분관해'라는 용어는 굉장히 신중하고, 정확하게 사용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합니다. 투자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코호트1~3인 단독 투여군에서의 결과도 강조합니다. 기존 약물 치료에 실패한 환자 9명 중 7명에게서 암이 더 커지지 않는 안전병변이 확인됐다는 건 SNK01의 효능을 입증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