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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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품 이슈'는 오랫동안 온라인 쇼핑 시장의 골칫거리였습니다. 최근에는 고가의 제품을 거래하는 명품 플랫폼과 한정판 제품 리셀(resell·되팔기) 플랫폼이 등장하며 가품 판매 이슈가 더욱 부각됐습니다. 소비자들이 가품 이슈에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일부 쇼핑몰은 '가품일 경우 전액 보상'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자사몰이 판매하는 제품은 정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과연 온라인 쇼핑업계는 어떤 방식으로 정품과 가품을 걸러내고 있을까요.

온라인 쇼핑몰이 정품·가품을 구별하는 기술의 핵심은 인공지능(AI)입니다. AI는 제품 판매 페이지 내 상품 사진과 정품의 사진을 비교 분석합니다. 또 제품 설명에 들어간 상품 설명, 판매 가격, 상품 구매자들의 리뷰, 판매자 정보 등을 파악해 정품·가품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러한 기술만 전문으로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AI 솔루션 기업 마크비전은 현재 23개국 60여 개에 달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위조상품을 적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조상품 판매 페이지를 신고해 삭제하도록 하는 시스템까치 구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위조상품을 탐지 및 신고하는 '페이크 웹사이트' 모니터링 서비스도 출시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구글, 야후, 네이버, 다음, 바이두 등 전 세계 12개 검색 엔진을 통해 확인 가능한 모든 웹사이트 내 가품 유통 현황을 소비자에게 보여줍니다.

미국의 아마존은 2019년부터 가품 모니터링 프로그램 '프로젝트 제로'를 출시했습니다. 제품 제조사가 아마존에 제품 로고, 트레이드마크, 제품의 세부 특징에 대한 정보를 넘기면 아마존의 AI가 판매페이지 내 상품을 스캔해 가품을 적발하는 시스템입니다. 위조품으로 판별되면 상품 판매 페이지는 삭제됩니다.

사진이 아닌 실물을 살펴 명품을 감별하는 AI 시스템도 있습니다. 뉴욕의 스타트업 '앤트러피'는 AI 기반의 휴대용 현미경 카메라로 위조품을 판별해내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AI는 물체를 약 260배까지 확대해 가죽 입자의 작은 틈이나 과도한 색칠 등을 찾아내 가품을 구별합니다. 정품·가품 판별에는 약 15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정확도는 98%에 달한다고 합니다.

AI 기술이 발달하고는 있지만 아직 가품 유통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가품 역시 꾸준히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정품·가품 판별을 AI에다가만 맡길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고가의 상품은 소재, 마감 등 디테일한 부분을 살펴보면 정품과 가품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아직 업계에선 정품·가품 감별사를 별도로 채용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순히 정품·가품을 구별해 내는 기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가품이 유통될 경우 유통업체 차원에서 소비자에게 보상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