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SW 인재 글로벌 쟁탈전

재택근무 제시하며 러브콜도
기업 "국내 인재 양성 절실"
한 국내 유명 반도체 기업에서 팀장으로 근무 중인 A씨는 최근 팀원 ‘정서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 들어 주변에서 외국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후배들이 늘고 있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를 비롯한 신산업 분야 국내 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보유 인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요 인력을 두고 벌이는 쟁탈전 범위가 세계로 넓어진 영향이다.

주요국은 정부 차원에서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고충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와 AI 인력 등에 대해 입국 문턱을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기업 인사담당자는 “미국이 속칭 ‘천재 비자’로 불리는 전문직 취업 비자 H1B의 발급을 늘리는 등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 석사급 인재들이 미국 비자나 영주권 획득을 위해 삼성, SK하이닉스 등에서 몇 년 일한 뒤 미국 기업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반도체 회사들을 ‘비자 맛집’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비자 취득 이후 국내보다 10만달러 이상 연봉을 높여 미국 AMD에 이직한 사례도 반도체업계에서 회자됐다.

다른 분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중국 CATL은 지난 3월 한국지사에서 근무할 엔지니어 채용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인력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도 파격적인 임금 인상안 등을 내놓으며 인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대만 TSMC는 전 직원에게 자사주 매입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올해만 전문 인력 8000명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서 화제가 된 연봉 10% 인상도 해외 기업들의 연봉과 복지 제시에 비하면 인력을 지키기 버거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외국 기업들은 이직을 제안하면서 한국 재택근무를 근로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해외 근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인재들도 얼마든지 외국 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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