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간 물류 체인 최적화 박차…인류, 달·화성 오가며 살게 될 것"
“금세기 안에 인류는 달과 화성 등을 오가는 ‘다행성 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올리비에 드 베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구 밖 우주 공간에서 화물이 자유자재로 오가고, 다른 행성에 설치된 대형 구조물에서 거주하는 인류 모습이 영화 속 얘기를 넘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행성 간 물류 공급망’ 개념을 처음 설립한 우주 분야 글로벌 석학인 베크 교수는 오는 25일 한국경제신문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여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2’에 참석한다.

우주 물류 연구는 1990년대 국제우주정거장(ISS) 설립과 함께 본격화했다. 인류가 지구 저궤도에서 장기 체류하기 위해선 주기적으로 화물 운송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베크 교수는 ‘시간 확장 의사결정 네트워크(TDN)’ 등 우주공간 임무 공학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 TDN은 발사체의 운행 시나리오를 여러 형태로 세분화해 최적의 비용과 경로를 찾아내는 그의 독창적 이론이다. 베크 교수는 “어디서 발사체를 쏘아 올리고, 어떤 경로에서 휴식을 취하며, 최종 착륙 장소가 어디인지는 우주 개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우주 물류 공급체인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인간의 우주 정착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그가 연구 중인 화성 정착을 위한 물 수요 모델링, 폐쇄형 생명 유지 시스템 등은 모두 ‘타 행성 정착’을 위한 작업이다.

그간 화물 우주선 비용은 ㎏당 1만달러(약 1300만원)가 넘는 데다, 로켓이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었기에 비용 부담이 컸다. 베크 교수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 등장으로 우주 경제 판도가 바뀌었고, 우주 물류 기술 혁신이 매우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팰컨9→팰컨헤비→슈퍼헤비 순서로 진화시켜 온 로켓 성능이 응축된 다목적 초대형 우주선이다.

베크 교수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항공우주시스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MIT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엔지니어링 시스템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상업 우주정거장 역시 우주 물류 발전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베크 교수는 “현재 운용되는 ISS는 러시아의 프로젝트 철수에 따라 2030년 이전에 퇴역할 것”이라며 “오비탈 리프와 같은 상업 우주정거장이 신속히 대체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오비탈 리프를 비롯해 세계 1위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 민간 우주개발 스타트업 액시엄스페이스 등도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ISS의 철수가 역설적으로 우주 물류 생태계를 촉진한 셈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