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수년째 ‘스마트폰 판매량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판매 대수 증가율이 뚝 떨어졌다. 프리미엄 제품은 애플에, 저가 제품은 중국 업체에 밀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8.9%로 애플(17.2%)을 제치고 근소한 차이로 1위를 기록했다. 샤오미(13.5%), 오포(11.4%), 비보(9.6%) 등 중국 업체들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정체 상태다. 2020년 대비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율은 0.9%다. 작년 판매량을 대폭 늘린 샤오미(35.1%), 오포(32.8%), 애플(25.6%), 비보(25.2%) 등과 성장률 차이가 상당하다.

애플은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한 아이폰을 앞세워 프리미엄폰 시장을 공략 중이다. 스마트폰 판매량에서는 2위지만 매출 기준으론 부동의 1위다. 애플의 대당 판매가격(ASP·825달러)이 삼성전자(265달러)의 세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매출 격차는 1.9배(2017년)에서 2.7배(2021년)로 벌어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약 251조7400억원(1960억달러)으로 삼성전자(92조4700억원·720억달러)의 세 배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캐시카우는 ‘갤럭시A’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의 70% 정도가 갤럭시A 시리즈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시장을 노리는 경쟁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저가폰 시장을 공략 중이다. 프리미엄폰 출시를 고집해온 애플도 2020년, 2022년 ‘아이폰SE’를 선보이며 중저가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저가 시장이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갤럭시만의 경험’을 제공해 중국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꾀해야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접는)처럼 삼성만의 색깔이 분명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용 AP 개발이 삼성 제품을 통합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