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부 바이오사이언스의 동종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CB-010’의 첫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됐다. 평가한 환자 수는 적지만 시판된 CAR-T 치료제 대비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환자(self) T세포를 이용한 자가 CAR-T가 아닌 다른 사람의 T세포로 만든 동종(allogeneic) 치료제의 결과여서 주목받고 있다.

카리부는 12일(미국 시간) 재발성 및 불응성(R/R) B세포 비호지킨성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CB-010을 투여한 환자 6명 중 5명이 용량 제한 독성(DLT) 평가를 마쳤다. 평가를 마친 5명 전원에게서 암세포가 감소해 객관적반응률(ORR) 100%를 확인했다. 5명 중 4명은 암세포가 관찰되지 않는 완전관해(CR)였다. 카리부 측은 CR을 달성한 환자 4명 모두 3개월째 암세포가 몸에서 다시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측정일(2월 23일) 기준 가장 긴 CR은 6개월이었다.

회사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공동 창업했다.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인 ‘PD-1’ 유전자를 제거(knock out)한 ‘CD19’ 표적 동종 CAR-T 치료제로 현재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등록한 정보에 따르면 카리부가 목표하는 1상 환자수는 50명이다. 이번에 초기 결과를 공개했다.

카리부는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DLBCL)을 비롯해 소포림프종(FL), 외투세포림프종(MCL), 원발성 종격동 대B세포 림프종(PMBCL) 등 다양한 B세포 비호지킨성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CB-010을 투여했다. 임상 환자들은 기존 CAR-T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CAR-T 치료제 활성을 위한 림프구 고갈(lymphodepletion) 요법으로 2일간 시클로포스파마이드(60mg/kg/d)와 5일간 플루다라빈(25mg/㎡/d)을 투여받았다.

중간결과 이식편대숙주병(GvHD) 발생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자가 CAR-T가 아닌 동종 세포치료제인 만큼 GvHD는 안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GvHD는 이식된 외부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몸을 공격하는 부작용이다.

환자 6명 중 3명에게서 28일 내 3~4등급의 이상반응이 발생했다. 호중구감소증은 투여 환자 중 3명(50%)에게서 나타났으며, 혈소판감소증은 2명(33%)에서 발생했다. CAR-T 주입 후 과활성화되는 면역에 의한 1등급 부작용인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과 3등급 신경독성증후군(ICAN)이 나타난 환자도 1명 보고됐다. 등급이 높을수록 위중한 부작용이며, 기존 CAR-T 치료제에서도 흔히 나타났다.

카리부는 이 환자가 투여받은 용량을 투여제한독성(DLT)으로 보고, 면역활성을 완화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제와 토실리주맙을 투여했으며 39시간 내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이 환자는 CR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세계 주요 허가당국에서 승인받은 CD19 표적 CAR-T 치료제로는 킴리아(노바티스), 예스카타(길리어드), 테카투스(길리어드), 브레얀지(BMS)로 총 4종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CAR-T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카리부는 2가지 차별점을 뒀다. 첫 번째는 PD-1 면역관문 유전자를 제거한 것이다. 두 번째는 동종이라는 점이다. 업계는 동종 CAR-T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알로진과 임상 결과를 비교하며, 카리부의 우위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알로진이 지난 12월 미국혈액학회(ASH)에서 발표한 1상 결과에 따르면 ‘ALLO-501A’를 DLBCL 환자 12명에게 투여한 결과, ORR 및 CR은 모두 67%를 기록했다.

‘ALLO-501’은 DLBCL 및 FL 환자 50명에게 투여해 ORR 75%, CR 53%의 결과를 냈다. ALLO-501A는 ALLO-501에 있는 리툭시맙 인식 도메인을 제거한 CAR-T다. 환자수는 적지만 반응률을 보면 카리부 측이 좀 더 좋은 데이터를 냈다. 다만 안전성 면에서는 알로진에 더 나은 점수를 줄 수 있다. ALLO-501을 투여한 환자 49명 중 3등급 신경독성이 발생한 사례는 4%에 불과했다. ALLO-501A에서는 투여환자 28명 중 3등급 이상 신경독성이 1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국내 큐로셀은 자가 CAR-T이긴 하지만 PD-1 외 또 다른 면역관문인 TIGIT을 제거한 CAR-T 치료제 ‘CRC01’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간결과 발표에 따르면 투여환자 4명에서 ORR 100%, CR 75%를 확인했다.

카리부는 이번 결과가 가장 낮은 투여용량에서 나온 것이며, 다른 환자군에서 더 높은 용량으로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임상 결과 발표 후 카리부의 주가는 전날 대비 22.17% 급등한 8.1달러로 장을 마쳤다. 미국 투자은행인 SVB리링크는 카리부의 목표주가를 39달러로 높였다.

CB-010 ALLO-501 킴리아
제조사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알로진테라퓨틱스 노바티스
자가 및 동종여부 동종 동종 자가
적응증 R/R 비호지킨 림프종 R/R 비호지킨 림프종 R/R DLBCL, ALL
임상시험명 ANTLER ALPHA ELARA
객관적반응률(ORR) 100% 75% 86%
완전관해(CR) 80% 53% 66%
GvHD 0% 0% 해당없음
3등급 이상 CRS 0% 4% 0%
3등급 이상 ICAN 17% 4% 3%
자료: 한경바이오인사이트, 각업체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