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는 유한양행으로부터 기술이전받은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후보물질 ‘SB-01’(YH14168)의 미국 임상 3상을 시작한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스파인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SB-01의 3상을 승인받았다. 이번 3상은 총 30개 의료기관에서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SB-01 단일 주사 투약 후 6개월 간 증상이 임상적으로 의미있게 완화되는지를 관찰할 예정이다.

SB-01은 유한양행이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해 국내 초기 임상을 주도한 물질이다. 그러나 임상 2b상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2016년 10월 개발이 중단됐다. 그러다 2018년 척추질환 전문 기업인 스파인에 기술이전되며 지금의 SB-01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스파인은 임상시험 설계 등 일부 절차상 문제로 만족스러운 임상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SB-01의 효과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스파인은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완성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3월 FDA로부터 2상 없이 바로 3상에 진입하도록 승인하는 임상개시승인(SMP)을 받았다.

현재 퇴행성 디스크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게 스파인의 설명이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가 많이 처방되지만 이는 중독 위험 및 기타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

SB-01은 ‘종양성장인자-베타1(TGF-β1)’에 결합하고 신호 전달 경로를 조절하는 물질이다. TGF-β1은 퇴행성 디스크에서 높게 발현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다. TGF-β1 신호는 디스크의 염증과 통증 유발을 매개하고, 척추 디스크의 구조를 유지하는 세포외기질을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B-01이 TGF-β1의 활성을 막아 디스크의 퇴행을 예방하고, 잠재적으로는 디스크의 재생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스파인은 기대하고 있다.

스파인은 이번 3상을 위한 자금 확보에도 성공했다. 지난 3월 1300만달러(약 166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기존 투자자인 비스코글리오시 브라더스와 세르카노 매니지먼트, 파시라 바이오사이언시스 등이 참여했다.

마스 비스코글리오시 스파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3상은 10년 간의 선구적인 과학적 발견과 광범위한 비임상 및 2개의 대규모 전향적 무작위 임상 연구 후에 이뤄진다”며 “유한양행과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등 협력사의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