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팬데믹이 풍토병으로 전환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개발 절차를 완주하는 게 수익성 면에서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기업이 늘면서다.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이 누렸던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전날 코로나19 백신 'IN-B009'의 국내 임상 1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만 19~55세 성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하도록 승인 받았다.

업체 측은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엔데믹으로 바뀌면서 후기 임상 진입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돈이 많이 드는 임상시험을 계속 이어갈만한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IN-B009는 올해 여름께 시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이다. 상용화 문턱에 도달한 유사한 백신이 있기 때문에 후발 주자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평가다.

올해 3월 제넥신도 임상 2·3상 단계였던 코로나19 백신 'GX-19N'의 개발을 중단했다. 세계 백신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사업성이 낮다는 게 이유였다. DNA 백신인 GX-19N은 개발 초기부터 투여를 위한 절차가 복잡해 사용에 제약이 클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은 해외에서도 나왔다.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130억~170억유로(약 17조5000억~23조원)로 지난해 190억유로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코로나19로 누렸던 반짝 특수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하반기께 코로나19 백신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하는 인도 세럼연구소는 재고량이 많아 지난해 12월 신규 백신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도 상황이 녹록하진 않다. 변이가 속출하는 데다 확진자를 무조건 격리 치료하던 임상 지침이 바뀌면서 주사제 등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종근당, 대웅제약 등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 규모를 대폭 줄였다. 큐리언트는 임상을 중단했다. GC녹십자, 일양약품, 부광약품 등도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손을 뗐다.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함께 개발하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출시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코로나19으로 선언했던 비상조치를 속속 해제하면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 기업들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며 "일부 국내 기업 중엔 내부적으로 이미 개발을 중단했지만 주가 관리 등을 이유로 선언 못하는 곳도 많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