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에 집중돼있던 디지털 치료제의 시장이 항암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항암 치료에 비해 소홀히 여겨졌던 암 환자의 정신건강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피에스의 자회사 빅씽크테라퓨틱스는 미국 블루노트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치료제 '아튠(attune)'과 '드림랜드(DreAMLand)'의 국내 판권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빅씽크는 아튠과 드림랜드의 국내 임상 개발 및 허가,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갖게 됐다.

아튠은 성인 암 환자의 불안·우울증을 소프트웨어로 치료해주는 디지털 치료제다. 디지털 치료제란 게임,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등의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튠을 혁신의료기기(BDD)로 지정했다. BDD가 되면 의료기기 허가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블루노트는 현재 진행 중인 확증 임상시험이 끝나면 FDA에 아튠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급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불안 및 우울 증상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드림랜드 역시 올 1월 BDD 지정을 받았다. 빅씽크는 아튠에 대해 올 하반기 임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직접 암 환자 대상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도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등 호흡기질환자의 재활을 돕는 디지털 치료제 '레드필 숨튼'을 개발 중이다. 환자가 개인 측정기기로 활동량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면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해준다. 이를 문서로 작성해 의료진과 환자가 체계적인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현재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레드필 숨튼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식약처 승인을 거쳐 내년 출시한다는 목표다.

헤링스는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삼았다. 위 절제술 등 수술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식이요법 등을 제시해 예후를 관리해주는 방식이다. 헤링스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관계사인 코리로부터 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동안 환자의 자율에 맡겨졌던 정신건강 및 예후 관리를 디지털 치료제 기업들이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접근이 환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생존률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연구팀이 세계 암 환자 2200만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자살률은 일반인에 비해 80% 이상 높았다.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암 환자의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2028년 191억달러(약 24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