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드러그(prodrug)’ 전략을 통한 물질특허 우회가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내 첫 판결이 나왔다. 프로드러그란 그 자체로는 효과가 없지만, 체내에 흡수되면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효과를 나타내는 약을 말한다. 제약업계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물질특허를 극복할 방법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번 판결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은 지난 2월 아스트라제네카가 동아에스티를 상대로 제기한 심결 취소 소송에서 1심 심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특허심판원은 동아에스티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법원은 동아에스티의 ‘다파프로’가 아스트라제네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의 원천 물질특허 제728085호의 권리 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다파프로는 포시가의 핵심 성분인 다파글리플로진의 프로드러그다. 제품상으로는 포시가와 다르지만, 체내에 흡수되면 다파글리플로진으로 전환돼 포시가와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 같은 프로드러그가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였다. 아스트라제네카를 대리한 김앤장은 해외 주요국의 사례와 법리를 조사해 프로드러그가 특허 침해로 판단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를 제시했다. 경쟁사의 프로드러그가 특허 회피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포시가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52.9%(2021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처방액이 795억원에 달하는 알짜 약품이다. 물질특허 제728085호는 2023년 4월 7일 만료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는 물질특허 만료를 1년 앞두고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프로드러그 전략을 실행했다. 2심 판결에 불복한 동아에스티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 만료 전에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현진 김앤장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단순한 염 변경(화학구조를 일부 바꾼) 약물로는 물질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프로드러그로 확장한 데 의의가 있다”며 “제약 물질특허를 충실하게 보호하기 위한 의미 있는 판례”라고 설명했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일라이릴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정식 승인했다고 밝혔다. 올루미언트는 야누스 키나제(JAK)를 억제하는 기전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다. 유럽 한국 일본 등에서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도 승인받았다.FDA는 올루미언트를 인공호흡기(IMV) 혹은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가 필요한 입원 코로나19 성인 환자에 대해 승인했다. 2건의 임상 3상 연구 결과가 근거다. 잠재적인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FDA는 2020년 11월 올루미언트를 코로나19 단독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했다. 산소 치료가 필요한 2세 이상 18세 미만 환자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은 유지된다. 패트릭 존슨 일라이릴리 수석부사장은 “세계 15개국에서 약 100만명에 가까운 코로나19 환자가 바리시티닙으로 치료받았다”며 “이번 정식 승인은 입원 환자를 치료하는 올루미언트의 역할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노바백스가 올 1분기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 ‘누박소비드’에 대한 글로벌 출시를 확대한 영향이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실적에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현지시간 9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종가 대비 22.08% 낮은 41.5달러를 기록 중이다.노바백스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 늘어난 7억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2억300만달러로 지난해 2억2300만달러 순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6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주당순손실 3.05달러였다. 노바백스의 1분기 매출은 금융정보업체인 리피니티브(Refinitiv)에 집계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인 8억4500만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1분기 조정 주당순이익으로는 2.69달러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56달러를 기록했다. 1분기에 코로나19 백신 3100만도즈에 대한 매출 5억8600만달러(약 7471억원)와 글로벌 협력사로부터 받은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 1900만달러(약 242억원)가 발생했다. 미국 정부 및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은 작년 1분기 4억4700만달러(약 5699억원)에서 9900만달러(약 1262억원)로 줄었다. 1분기 연구개발 비용은 3억8300만달러(약 488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 개발이 줄어든 영향이다. 판매관리비용은 9600만달러로 지난해 6300만달러보다 늘었다. 연간 예상 매출 40억~50억달러 유지노바백스가 1분기에 판매한 3100만도즈는 2022년 판매를 계획한 20억도즈의 약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노바백스는 올해 예상 매출을 연초에 발표했던 40억~50억달러(5조1000억원~6조3750억원)로 유지했다. 남은 기간 코로나19 백신 승인 국가를 늘리고 접종 연령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누박소비드는 지난해 12월에 유럽연합(EU) 및 세계보건기구(WHO) 승인을 각각 획득했다. 현재 170개국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올 1분기에는 영국 캐나다 호주 스위스 싱가포르 뉴질랜드에서 긴급사용 또는 조건부 사용 승인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최초의 재조합단백질 기반 코로나19 백신으로 정식 승인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긴급사용승인(EUA)을 검토 중이다. 내달 7일 FDA 산하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를 개최해 승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노바백스는 올 3분기까지 5~11세를 대상으로 누박소비드 임상 3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오미크론 특화 백신에 대한 주요 결과(톱라인)도 3분기 도출을 목표하고 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