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휴젤 간 ‘보톡스 균주’ 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휴젤을 대상으로 제기한 균주 무단 절취 소송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조사에 착수하면서다. 휴젤은 대주주인 GS그룹과 함께 글로벌 로펌을 선임해 맞대응하기로 했다.

메디톡스 "美 ITC, 조사 착수"…휴젤 "통상 절차"
3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메디톡스의 균주 절취, 제조 공정 등 영업비밀 도용 등의 혐의로 휴젤을 공식 조사하기로 했다. 휴젤의 미국 현지법인 휴젤아메리카, 미국·유럽 파트너사 크로마파마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메디톡스는 지난 3월 휴젤이 자사 균주를 무단으로 가져다 쓰고 제조 공정을 베꼈다는 이유로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같은 이유로 대웅제약에 소송을 건 지 3년여 만이다.

이날 두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메디톡스 측은 “ITC의 조사 착수 결정으로 휴젤의 불법 행위가 낱낱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휴젤 측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 “ITC 조사 개시 결정은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절차일 뿐, 메디톡스의 주장에 어떠한 근거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고 반박했다.

메디톡스는 이번 소송에서 세계적 로펌인 퀸 엠마누엘 어콰트 & 설리번을 선임했다. 소송 및 분쟁 전문 투자사로부터 소송 자금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휴젤도 새로운 최대주주인 GS, IMM인베스트먼트, CBC그룹 등과 함께 로펌을 선임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선 이번 메디톡스의 소송이 휴젤의 미국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메디톡스는 휴젤의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 심사 결과를 받기 하루 전날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ITC 소송 결과가 향후 휴젤의 미국 진출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균주 분쟁 당시 ITC는 대웅제약 나보타에 대해 21개월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