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약사 아스텔라스가 다수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며 최근 2년 간 10억달러(약 1조2500억원)가 넘는 손실을 떠안았다.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아스텔라스는 지난해 4분기, 그리고 올 1분기까지 두 회계 분기에 걸쳐 다수의 제품 개발을 중단하며 관련 자산을 손실처리했다. 손실액은 2021년 4분기 3억9000만달러, 2022년 1분기 1억7000만 달러로 총 손실액은 5억6000만달러다.

아스텔라스는 이에 앞서 지난해 환자 4명이 사망하면서 임상시험을 중단한 유전자 치료제 ‘AT132’로도 5억4000만달러를 손실처리했다. 이어 최근 듀센형 근이영양증(DMD)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AT702’ ‘AT751’ ‘AT753’의 개발을 중단했다. 모두 아스텔라스가 2019년 미국 신약벤처기업 오덴티스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며 도입한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이 외에도 아스텔라스는 지난해 4분기 임상 1상 단계에 있던 집먼지 진드기 유발 알레르기성 비염 DNA 백신 ‘ASP2390’과 항체 기반 항암 후보물질 ‘ASP1951’의 개발을 중단했다.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AT132의 간 독성 부작용의 원인으로 유전물질 전달에 이용한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가 지목됐으나, AT132와 동일한 AAV를 이용한 ‘AT845’에서는 간 독성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점은 향후 아스텔라스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MD 유전자 치료제, 개발 지형 바뀌나

아스텔라스의 DMD 치료제 개발 중단으로, 화이자 등 선두주자들의 독주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최선두는 화이자와 사렙타 테라퓨틱스다. 화이자는 유전자 치료제 ‘PF-06939926’의 임상 3상 환자 투여를 2019년 시작했다. 2020년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특정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이 환자들을 제외하는 임상 계획(프로토콜) 수정이 있었다. PF-06939926는 4~7세 어린이 9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렙타 테라퓨틱스는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SRP-9001’의 임상 3상 시험(EMBARK)을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했다.

듀센형 근이영양증이란 남아 3500명당 1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여아에게서도 드물게 발생). 'X' 염색체의 'p21'에 존재하는 디스트로핀 유전자가 결핍돼 생기는 질환으로 근육 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는 등의 변형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근력이 저하된다.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