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22'가 22일 막을 내렸다.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이 행사엔 사흘간 관람객 5만5450명이 몰렸다. 월드IT쇼와 함께 열린 비대면 수출 상담회도 성황을 이뤘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83곳이 해외 기업 50여곳과 총 80억여원 규모 상담을 진행했다.
‘통신사가 아니라 디지털전환(DX) 서비스 기업으로 봐달라.’ KT와 SK텔레콤이 20일 개막한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월드IT쇼 2022’에서 강조한 포인트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교통·산업·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 DX를 돕는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대거 선보였다.KT 전시장엔 AI 서비스 로봇과 AI 방역 로봇이 등장했다. 국내 ICT 전시회에 처음 나오는 KT AI 방역 로봇은 AI에 자율주행 빅데이터를 접목한 제품이다. 로봇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공기를 정화하고 바닥을 살균 청소한다. 구현모 KT 대표는 “프로그램이 정해둔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플라즈마 기술로 공기를 정화한다”고 설명했다. 로봇을 활용하면 다중이용시설과 공공시설 등에서 24시간 무인 방역을 할 수 있다.디지털트윈·AI 기술을 활용한 교통 DX 서비스도 눈에 띄었다. KT의 디지털트윈 기반 교통관제센터는 AI가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다양한 교통 정보를 제공한다. 현실 도로의 ‘쌍둥이 모델’을 가상에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량 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KT는 이날 전시에 AI 통화비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KT의 AI 음성인식·합성·능동 복합대화 기술 등을 활용한 소상공인용 서비스다. 매장에 걸려 온 전화를 사람 대신 AI가 받아 각종 문의에 답변한다. 주문·예약 처리도 해준다.SK텔레콤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메타버스, AI 반도체 등 새로운 사업을 소개했다. 전시장 양측에는 UAM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기반 메타버스 콘텐츠를 출품했다. UAM은 프로펠러와 날개를 달아 수직 이착륙하는 전기 동력 비행체로 흔히 ‘에어택시’로도 불린다. SK텔레콤은 작년 말 유영상 사장 직속 UAM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UAM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SAPEON(사피온)’도 전시했다. AI 서비스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고성능 반도체다. 기존 AI 연산에 주로 활용하는 그래픽카드(GPU)보다 연산이 빠르고 전력 소모는 덜하다.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VR 버전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용자가 메타버스를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기를 쓰고 즐길 수 있다.SK텔레콤은 아마존 알렉사와 제휴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한국어·영어 기반 AI 스피커 ‘누구 멀티 에이전트’를 전시했다. ‘아리아’를 부르면 AI가 한국 콘텐츠를, ‘알렉사’를 부르면 해외 콘텐츠를 제공한다.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지금 당장 경제성이 낮아 수지가 안 맞거나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기 어렵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연구개발(R&D) 사업은 정부가 적극 밀어주겠습니다.”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은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월드IT쇼 2022’에서 주요 ICT 기업과 간담회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간담회에서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 주도권을 놓고 글로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제도를 뒷받침하는 협력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디지털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세제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글로벌 경쟁자들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자율주행 제도 정비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환 지원, 중고차 시장 투명화 등을 현안으로 꼽았다.권 부위원장도 중국의 드론과 양자 관련 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예로 들며 기업들의 의견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취미 삼아 드론을 날려봤다”며 “중국 DJI가 ‘드론계의 애플’이라고 불릴 정도로 글로벌 시장을 석권했고 중국의 양자 관련 산업도 일본보다 앞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쟁 환경에서 우리가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며 “R&D는 기업과 학계 주도로 하지만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이날 권 부위원장은 주요 기업의 부스를 둘러보면서 ICT 업계 동향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TV를 살펴본 뒤 “일본 소니는 요즘 어떤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 움직임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LG전자가 내놓은 의료용 모니터 앞에서는 외국산 대비 가격 경쟁력과 화면 응답 속도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했다.오형주/이승우/선한결 기자 ohj@hankyung.com
20일 열린 ‘월드IT쇼 2022’는 기아를 비롯한 모빌리티 업체의 각축장이었다. 주요 참가 기업들은 첨단 전장 기술을 선보이며 “자동차가 ‘탈 것’을 넘어 인공지능(AI), 커넥티드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초연결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의 EV6 GT-라인과 신형 니로 EV를 전시했다. 특히 EV6에 적용된 ‘V2L’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오피스를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EV6가 가진 전력을 노트북, 프린터, 전등, 에어컨 등에 공급해 전기차를 이동식 전원공급장치로 활용했다.이날 전시회에 참석한 송호성 기아 사장은 자사 부스는 물론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첨단 디지털 기술을 둘러봤다.기아는 부스 내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자원 재순환 과정을 설명하는 영상을 마련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EV6에 적용된 친환경 제조 공정의 나파가죽 원단과 업사이클링 브랜드 ‘콘티뉴’,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와 협업한 친환경 제품을 전시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했다.기아 관계자는 “각 분야 최신 트렌드와 미래 기술을 전시하는 월드IT쇼에 참가해 전기차 선도 브랜드 이미지를 굳힐 것”이라며 “높아지는 기대에 부합하는 미래 기술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응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다리소프트는 AI 기반 도로 위험정보 실시간 서비스를 선보였다. 포트홀 등 12가지 위험 요소를 탐지해 빅데이터를 생성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 회사의 도로 위험정보 누적 탐지 건수는 520만 건, 누적 탐지 거리는 157만㎞에 달한다.레이더 센서 기업 에이유는 차량 내 인체 감지 레이더 센서 아이템을 전시했다. 여름철 차량 내 아동을 방치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이다. 에이유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아차키는 디지털 자동차 키로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인 차 키 없이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으로 키를 지인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통신비 부담 없이 앱으로 법인 차량을 관리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김일규/민경진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