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관심이 모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중국 아이맵과 함께 클라우딘18.2와 '4-1BB'를 표적하는 이중항체 ‘ABL111’을 개발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하버바이오메드는 전날 클라우딘18.2와 'CD3'를 표적하는 이중항체치료제 ‘HBM7022’를 아스트라제네카(AZ)에 기술이전했다고 밝혔다. 전임상 단계의 물질이며 총 계약 규모는 계약금 2500만달러(약 304억원)를 포함해 총 3억5000만달러(약 4265억원)다. 이날 홍콩 증시에서 하버바이오메드 주가는 전일보다 13.24% 급등했다.
클라우딘18.2는 위암 췌장암 식도암 폐암 등의 1차 병변 및 전이 부위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단백질이다.
HBM7022는 암세포와 T세포를 결합시켜 항암 효과를 높이는 이중항체다. CD3 항체는 T세포의 CD3을, 클라우딘18.2 항체는 암세포의 클라우딘18.2와 결합한다. T세포와 암세포의 물리적인 거리를 좁혀 T세포에 의한 항암 효과를 높이는 기전이다.
전임상 결과, 시험관 내에서 HBM7022는 클라우딘18.2가 높게 발현된 종양세포주를 선택적으로 사멸시켰다. 또 사이토카인폭풍 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인터루킨6(IL)을 거의 방출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하버바이오메드는 ‘위 인환세포암 세포주(NUGC4)’를 이식한 쥐에 HBM7022를 투여한 결과 암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도 확인했다. HBM7022 고용량 투여군에서는 단독항체 투여 대비 위 종양의 크기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하버바이오메드는 HBM7022을 클라우딘18.2 양성 위암 및 췌장암, 클라우딘18.2 돌연변이 위암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4-1BB·클라우딘18.2 항체 붙인 'ABL111'
에이비엘바이오의 ABL111은 클라우딘18.2와 함께 4-1BB를 표적한다. 4-1BB는 T세포를 자극해 암세포를 제거하도록 돕는 면역활성 단백질이다.
앞서 BMS는 4-1BB 항체치료제를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병용투여하는 방식으로 개발했지만, 간독성이 나타나며 임상을 포기했다. 화이자(50.94 +0.55%)는 간독성 반응이 낮은 항체를 선택했지만 T세포 활성화 효과가 떨어져 임상을 중단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4-1BB 항체의 독성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중항체 방식을 택했다. 4-1BB 항체에 위암과 췌장암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클라우딘18.2를 표적하는 항체를 붙여 특정 환경에서만 약효가 나타나게 만든 것이다.
ABL111은 아이맵이 보유한 클라우딘18.2 항체와 에이비엘바이오의 4-1BB 항체를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인 '그랩바디T'로 연결했다.
2020년 미국암학회(AACR) 포스터. 클라우딘18.2 발현 대장암 모델 생쥐 실험 결과 ABL111 투여군(TJ-CD4B)의 종양 크기는 증가하지 않았다. 자료=에이비엘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0년에 미국암학회(AACR)에서 ABL111의 장기 항암 효과를 입증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4-1BB를 발현시킨 쥐에 ‘클라우딘18.2 발현 대장암 세포주(MC38-hCLDN18.2)’를 주입했다. 종양 크기가 평균 102㎟가 됐을 때 연구진은 각각의 쥐에 ABL111, 클라우딘18.2 단독항체, 4-1BB단독항체, 인간 이뮤노글로불린(G) 등을 주 2회에 걸쳐 총 6회 투여했다.
그 결과 ABL111 투여군에서는 다른 투여군과 비교해 암세포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경과한 후 클라우딘18.2 대장암 세포주를 새롭게 주입했을 때도, ABL111 투여군의 암세포는 커지지 않았다.
2021년 면역항암학회(SITC) 포스터. 비인간 영장류에 대한 용량제한독성(GLP) 실험 결과 안전성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대 무독성한도(NOAEL)는 1kg당 100mg으로 정해졌다. 자료=에이비엘바이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면역항암학회(SITC)에서 추가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비인간 영장류에 대한 용량제한독성(GLP) 실험 결과, 안전성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체중 1kg당 100mg을 5회 투여한 결과 간수치(ALT, AST)의 상승 및 병리학적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급성 또는 지연된 사이토카인 방출도 없었다. 최대 무독성한도(NOAEL)는 1kg당 100mg으로 정해졌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클라우딘18.2에 붙이는 항체가 달라 하버바이오메드와의 직접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ABL111은 앞선 단계인 미국 임상 1상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BL111에 대한 중국 권리는 아이맵이, 한국 권리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보유했다. 나머지 지역에 대한 글로벌 권리는 양사가 공동 보유한다.
ABL111은 지난달 미국에서 위암(위식도 접합부 암 포함)에 대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아이맵은 ABL-111의 임상 1상 중간결과 발표 이후 기술이전을 목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에서 용량 상승(dose escalation) 단계를 진행 중이다. 임상 1상 종료 시점은 연말이나 내년 초로 보고 있다.
에이치엘비그룹이 바이오업계 인수합병(M&A)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구명보트를 만들던 회사(현대라이프보트)로 시작해 이제는 신약 개발은 물론 유통, 제조, 진단 등 거의 모든 바이오 영역에 손을 뻗쳤다.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큰 바이오 사업 특성을 고려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전략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M&A로 세를 불리는 행보에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신약 개발이라는 본업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격적 M&A에 계열사 35곳12일 에이치엘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이 회사의 계열사 수는 35곳(상장 6곳, 비상장 29곳)이다. 자산총액 규모로 재계 6위인 포스코와 계열사 수가 같다. 에이치엘비가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게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 배경에는 M&A가 있다.에이치엘비는 작년에만 국내외 바이오 회사 4곳을 인수했다. 백신 개발·유통사 지트리비앤티(현 HLB테라퓨틱스), 체외진단 의료기기 업체 에프에이, 비임상수탁기관(CRO) 노터스가 대상이다. 노터스는 에이치엘비를 최대주주로 맞은 지 1주일여 만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가진 또 다른 신약 개발사 무진메디에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에이치엘비는 작년 초에는 몸속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가 공격하도록 하는 항암제(CAR-T) 개발 바이오벤처인 미국의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이보다 앞서 치료 백신 플랫폼을 보유한 미국 이뮤노믹 테라퓨틱스, 패혈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벤처 단디바이오(HLB사이언스) 등도 차례로 인수했다.업계 관계자는 “순전히 M&A를 통해 신약 개발부터 비임상·임상, 제조, 유통뿐만 아니라 진단기기 사업체까지 거느린 종합 바이오 헬스케어 회사 외형을 갖췄다”고 했다. 관건은 ‘리보세라닙’ 美 허가에이치엘비는 100% 자회사인 미국 엘레바 테라퓨틱스를 통해 표적항암제인 리보세라닙 글로벌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엘레바는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판권(중국, 한국 제외)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어드벤첸연구소가 개발한 후보물질인데, 2020년 에이치엘비가 글로벌 권한을 사들였다. 중국에서는 항서제약이 이미 허가를 받아 2014년부터 팔고 있지만 이외 지역에선 허가를 받지 못했다.엘레바는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품(FDA) 품목 허가를 3년째 시도하고 있다. 말기 위암 치료제로 2019년 글로벌 임상 3상을 끝낸 뒤 FDA와 품목허가 전 사전미팅까지 했지만 자료 보완을 요구받았다. 가장 중요한 잣대인 임상 1차 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FDA가 요구한 보완 자료 정리를 마쳤다”고 했다.에이치엘비는 임상이 완료된 위암과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중인 간암,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2상 중인 선양낭성암 가운데 최소 두 가지 암종에 대해 1년 내에 FDA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리스크 분산 전략”에이치엘비의 공격적인 M&A는 ‘리보세라닙 리스크’를 염두에 둔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에이치엘비의 M&A 행보는 굉장히 공격적”이라며 “리보세라닙 실패 가능성을 다른 사업으로 사전에 분산하려는 조치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 내에서 M&A로 사업을 다각화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신약 개발을 시도해 회사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성공 가능성도 키우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통증이 거의 없는 미세 바늘을 이용해 피부에 약물을 주입하는 마이크로니들은 차세대 약물전달기술(DDS)로 평가받는다. 의약품 백신은 물론 화장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임이 확대되고 있다.시지바이오는 대웅테라퓨틱스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2.3%를 확보했다고 12일 발표했다. 2019년 설립된 대웅테라퓨틱스는 마이크로니들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이다.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는 대웅테라퓨틱스 사내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대웅테라퓨틱스는 당뇨병성 망막병증 치료용 안약 후보물질(DWRX2008),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DWRX2003)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시지바이오가 주목한 것은 마이크로니들 기술이다. 수백마이크로미터(㎛)의 바늘 등을 이용해 약물을 주입하는 DDS 기술이다. 바늘 크기나 강도, 소재에 따라 다양한 제품의 전달체로 활용할 수 있다. 대웅테라퓨틱스는 마이크로니들로 성장호르몬과 보툴리눔톡신 등을 전달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마이크로니들 등을 활용한 피부 패치형 치료제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10조원으로 평가받는다. 매년 4.3%씩 성장해 2026년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마이크로니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바이오 기업 라파스는 패치 형태의 여드름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먹거나 바르는 여드름 치료제를 붙이는 치료제로 바꾼 것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세계 첫 상용화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예상했다.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화장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말 존슨앤드존슨과도 손을 잡았다.마이크로니들 분야로 신약 개발 분야를 확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GC녹십자는 미국 백세스테크놀로지와 손잡고 패치형 독감 백신 ‘MIMIX-Flu’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여름 캐나다에서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패치를 이용해 지씨플루를 몸속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광동제약은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을 보유한 쿼드메디슨에 20억원을 투자했다.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비만 치료제를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패치형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면 약물 전달 속도와 시간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데다 냉장 시설 없이 유통할 수 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령층 대상포진 백신 무료 접종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보건 공약에 포함된 뒤 질병관리청 등이 후속 예산 검토 작업에 들어가면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대상포진 백신 개발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평가다.12일 업계에 따르면 대상포진 무료 접종 사업은 윤 당선인의 국정 과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공약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외과 의사 출신인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보건 공약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윤 당선인은 주요 보건 공약으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 대상을 남성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만 65세 이상에게 대상포진 무료 접종을 하는 방안 등을 내세웠다. 대상포진 백신은 HPV 백신을 남성에게 확대하는 것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는 평가다. 만 60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면 7년간 질병 부담이 50.1%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질병관리청 등은 국산 백신 유무를 국가필수예방접종(NIP) 확대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HPV 백신이 모두 외국산인 데 반해 대상포진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와 미국 머크(MSD)의 조스타박스 두 종류다. 모두 1회 투여에 15만~18만원 정도 드는 생백신이다. 올해 하반기 GSK는 싱그릭스를 출시한다. 2회 접종 비용이 50만원 정도인 사백신이다.시장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추가 국산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GC녹십자는 미국 자회사 큐레보를 통해 대상포진 백신 ‘CRV-101’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임상 2b상에 진입했다.차백신연구소도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CVI-VZV-001’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바이오 기업 아이진도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EG-HZ’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2월 한국비엠아이에 해당 물질을 기술이전했다.문제는 비용이다. 만 65세 대상포진 백신 접종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첫해에 필요한 예산은 6000억원 정도다. 5000억원이 백신 비용이다. 이듬해부터 만 65세가 되는 국민에게만 백신을 접종하면 연간 300억원가량이 든다. 2018년 질병관리청(옛 질병관리본부)은 예산 부담을 이유로 대상포진 백신의 NIP 도입을 한 차례 반려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