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왼쪽)와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환경 관련 캠페인이 강화되는 최근 추세가 스타트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언 기자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왼쪽)와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환경 관련 캠페인이 강화되는 최근 추세가 스타트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언 기자
“RE10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같은 환경 이슈는 이제 대기업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받거나 거래 관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에는 피할 수 없는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소셜 벤처 전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 한상엽 대표와 스타트업을 위한 재생에너지 구독 플랫폼을 운영하는 식스티헤르츠 김종규 대표가 최근 나란히 주목하고 있는 화두는 환경 솔루션이다. 이들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환경 솔루션에서 기회를 찾는 스타트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미리 준비하지 않는 스타트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캠페인 ‘RE100’에는 349곳의 글로벌 대기업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 아모레퍼시픽, LG에너지솔루션, 미래에셋증권 등이 이를 채택했다.

김 대표는 “엄밀하게 탄소중립을 한다면 ‘공급 체인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했다’고 선언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며 “대기업의 공급 체인에 있는 기업들에도 탄소중립 의무를 부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BMW는 LG화학에, 애플은 삼성전자에 RE100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흐름은 스타트업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기업일수록 더 거센 요구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대표와 김 대표는 이런 변화가 스타트업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한 대표는 “투자사 입장에선 스타트업의 상황은 마치 ‘블랙박스’와 같아 그들이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알 수가 없다”며 “이런 가운데 환경 등 ESG 관련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는 증거들이 있다면 5~10년 투자 기간을 설정하는 대부분 벤처캐피털(VC) 투자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RE100과는 다르게 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 소비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K-RE100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에 참여하면 금융지원 강화,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지원 및 컨설팅, 인증 등의 혜택을 받는다. 라임코리아, 비원이티에스 등의 스타트업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국내 실정은 스타트업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활용해 에너지를 공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는 1000㎾h가 기본 단위인데, REC는 100개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4인 가구 월평균 전력 사용량이 350㎾h인 것에 비교하면 REC 100개는 스타트업이 사용하기엔 매우 큰 용량이다.

김 대표는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솔루션을 이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