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의약품 매출이 지난해 1조원을 넘었다. 개량신약인 고혈압약 아모잘탄, 고지혈증약 로수젯 등의 매출이 급증하면서다.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을 국내에 들여와 위탁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온 국내 제약업계에서 이례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체 약 팔아 1조원 매출 올린 한미약품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지난해 매출 1조2032억원 중 자체 개발 제품 매출은 1조745억원이다. 외국산 의약품 등을 수입 판매해 올린 ‘상품 매출’은 전체의 8%로 5년 전 13.9%에 비해 크게 줄었다.한미약품의 매출 구성은 다른 제약사와는 확연히 달랐다. 국내 매출 5위권 제약사 중 외국산 의약품 위탁판매 등을 통해 올린 매출 비중이 10%를 밑돈 것은 한미약품뿐이다.제약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1조6878억원의 58.4%를 외국산 의약품 위탁판매로 올렸다. 유한양행의 효자 품목은 당뇨병약 트라젠타다.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 제품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1220억원어치를 팔았다. 매출 2위인 GC녹십자의 수입 약 매출 비중은 34.5%였다. 종근당도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46%를 수입 약 판매를 통해 올렸다.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대웅제약도 외국산 의약품 비중이 44%였다. 외국 약 유통 확대 경쟁국내 제약사의 매출 구조는 크게 두 가지다. 자체 개발한 신약과 복제약을 판매하거나 외산 의약품의 판권을 따내 국내에 유통한다. 변변한 신약이 거의 없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외산 약 도매상’으로 불리기도 했다.업계 관계자는 “10년 전엔 전문의약품(의사가 처방해주는 약) 중 수입과 국산 약 비중이 6 대 4 정도였다”며 “지금은 8 대 2까지 올라갔다”고 했다.제약사들의 수입 약 판매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츰 바뀌고 있다. 수입 약을 팔면서 글로벌 제약사와 돈독한 관계를 맺은 유한양행이 잇단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다.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을 해외 제약사 등에 기술이전해 이익을 내는 라이선스 수익은 국내 제약사의 새로운 매출 창구가 됐다. 2020년과 지난해 유한양행이 라이선스를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은 각각 1556억원, 519억원이었다. 계륵이 된 수입 약 유통일각에선 국내 제약사의 수입 약 판매 출혈 경쟁 탓에 다국적 제약사만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서 직원을 고용해 직접 영업망을 구축하는 대신 국내 제약사에 유통을 맡겨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서다.수입 약 판매는 국내 제약사에 갈수록 계륵 신세가 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마진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수입 약 매출 비중이 79.9%로 가장 높았던 제일약품은 198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뒤늦게 연구개발(R&D)에 뛰어든 것도 원인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 약을 확보하기 위해 R&D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사의 수입 약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비상장 바이오벤처 오름테라퓨틱이 미국암학회(AACR)에서 차세대 표적단백질 분해 물질 ‘ORM-5029’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고 10일 밝혔다. 오름테라퓨틱은 특정 단백질을 분해하는 표적단백질분해제(TPD)를 항체를 통해 표적 세포에 특이적으로 전달하는 기술(TPD²)을 개발하고 있다.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ORM-5029는 이 기술을 적용한 AnDC (Antibody neoDegrader Conjugate) 플랫폼의 후보물질 가운데 하나다. 오름테라퓨틱이 독자 개발한 GSPT1 표적단백질분해제를 HER2 과발현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전달하는 원리다.TPD는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크지만 임상 측면을 고려했을 때 효능, 안전성 등 해결해야 될 부분이 있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피터 박 오름테라퓨틱 최고과학책임자(CSO)는 “ORM-5029의 전임상 결과는 우리의 기술이 기존 신약 후보물질들의 여러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접근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했다. 오름테라퓨틱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연내 ORM-5029 임상 1상 시험계획(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함께 개발 중인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 ORM-6151도 IND 제출을 위한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지난 4월 4~8일 주간 가장 주목을 받은 바이오 헬스케어 종목은 엘앤씨바이오입니다. 지난 1주일 간 엘앤씨바이오 주가는 3만7800원에서 4만600원으로 7.4%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10.1%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엘앤씨바이오는 인체조직 이식재 사업이 주력인 바이오 회사입니다. 죽은 사람의 피부와 연골, 뼈 등 11개 조직이 이식 대상 '제품'입니다.피부는 표피와 지방 사이에 있는 진피를 이식재로 사용합니다. '메가덤'이라는 제품입니다. 엘앤씨바이오 메가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유방 재건 수술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메가덤을 비롯한 인체조직 이식재 사업이 지난해 엘앤씨바이오 전체 매출의 81.6%에 이릅니다. 의료기기, 기능성화장품 등에서도 매출이 일부 나옵니다. 지난해 엘앤씨바이오의 전체 매출은 457억원, 영업이익은 132억원입니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주가가 크게 오른 건 회사의 새로운 기대주인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메가카티' 임상 소식 때문입니다. 골관절염 치료 의료기기로 개발되고 있는데, 작년 말 48주 추적 관찰이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현재 임상대행기관(CRO)에서 임상 결과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르면 이달 중에 임상 결과를 공개하고 다음달 초 규제당국에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회사 계획대로라면 연내 품목 승인이 가능합니다.지난달 30일 주가가 10% 넘게 급등한 것도 이런 계획이 하루 전(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유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메가카티는 사람 유래 연골인 초자연골을 가공해 무릎 연골을 재건하는 제품입니다. 메가카티는 인공 관절을 삽입하거나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기존 방식과 차별화됩니다.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국가대표 감독이 받은 것으로 잘 알려진 메디포스트의 간판 제품 '카티스템'이 대표적인 줄기세포를 이용한 골관절염 치료제입니다.카티스템은 수술이 필요하지만 메가카티는 주사제입니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기존 치료 방식보다 가격이 절반 수준이고 치료 효과도 빠르다"고 했습니다. 주가가 급락한 종목은 유나이티드제약(한국유나이티드제약)입니다. 지난 5일 하한가를 맞으며 전날 4만3450원이던 주가가 순식간에 3만45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배경은 오리무중입니다. 이렇다 할 돌발 악재가 나타난 게 아니어서입니다.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5개 의약품에 대해 약사법 위반으로 3개월 제조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지만, 이는 지난달 21일 나온 조치입니다. 투자업계는 특정 외국인 투자 세력의 매매에 주목합니다. 하한가로 떨어진 지난 5일 외국인은 108억원어치(33만4450주)를 순매도했습니다. 다음 날에도 109억원(34만7770주)을 순매도 했습니다.거래량도 많지 않고 변동성도 워낙 작은 종목이어서 외국인의 대량 순매도가 주가를 확 끌어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9.8%이던 외국인 보유율은 단번에 5%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지난 5~6일 모간스탠리 서울지점은 46만6550주, 에스지증권은 19만2656주를 순매도하며 해당 기간 누적 순매도 상위 1,2위 창구에 올랐습니다. 재밌는 건 이들 창구가 지난 1년 간 지속적으로 매수 주문이 들어왔던 창구라는 점입니다. 외국인 '매도 폭탄'이 나온 직전인 올 4월 4일까지 지난 1년 간 유나이티드제약 순매수 1,3위 주문 창구가 각각 모간스탠리 서울지점(43만2093주)과 에스지증권(17만5058주)입니다.지난 1년 간 이들 두 창구를 통해 순매수한 규모와 지난 5,6일 집중적으로 순매도한 물량 규모가 엇비슷합니다.(46만6550주와 43만2093주, 19만2656주와 17만5058주)다만 이들이 왜 갑자기 매도 폭탄을 던졌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한 펀드매니저는 "특정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 일시적으로 대량 매도 주문이 나온 것으로 봐서 특정한 투자 세력이 한동안 꾸준히 매집했다가 일종의 '매도 트리거'가 발동하면서 순식간에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이 매너저는 "매수와 매도 주문이 집중된 창구가 사실상 일치한다는 점에서 동일 투자 세력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회사 펀더멘털 문제라기보다 외국인 수급 이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일부는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이 외국인 투자 세력이 유나이티드제약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회사 측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가 급락 배경을 찾기 위해 내부 회의도 했지면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도 순항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