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보툴리눔톡신(보톡스)과 필러가 대세였던 국내 피부미용 시장에서 스킨부스터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치열한 경쟁으로 혼전 양상인 보톡스 시장과 달리 스킨부스터 시장은 이제 막 크기 시작해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 휴젤과 대웅제약 같은 전통 보톡스 강자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3일 국내 최대 미용전문병원인 아이디병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스킨부스터 시술 횟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9% 증가했다. 스킨부스터의 대표 시술로 꼽히는 파마리서치의 리쥬란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9% 늘었다.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엑소좀 성분을 넣어 피부 탄력을 개선해주는 엑소좀 주사 시술도 작년 대비 7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톡스, 필러 시술 횟수 증가율은 10%대에 그쳤다.

스킨부스터는 피부 개선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유효 성분을 피부 진피층에 직접 주사하는 미용시술이다.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을 펴는 보톡스, 피부 속에 히알루론산(HA)을 넣어 인공적으로 부풀어 오르게 하는 필러와 달리 스킨부스터는 피부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원리다. 흔히 ‘샤넬주사’ ‘물광주사’로 불리는 시술도 포함된다.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리쥬란을 보유한 재생바이오회사 파마리서치다. 리쥬란의 원료는 연어의 데옥시리보핵산(DNA)에서 추출한 폴리뉴클레오티드(PN)로 피부 재생 및 탄력 개선 효과가 있다. 파마리서치의 지난해 매출은 1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증가했다. 스킨부스터가 속한 의료기기 부문 매출은 2020년 450억원에서 지난해 762억원으로 53% 늘었다. 보톡스가 포함된 의약품 매출은 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톡스가 주력이던 제약사와 바이오업체들은 잇달아 스킨부스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보톡스 1위인 휴젤은 올초 스킨부스터 브랜드 바이리즌을 선보였다. 대웅제약은 시지바이오와 함께 히알루론산 기반의 스킨부스터 개발에 나섰다. 최근 제형 개발을 마친 뒤 시험평가를 하고 있다. 휴온스 계열사인 휴메딕스도 지난해 엑소좀이 함유된 스킨부스터 셀엑소좀을 내놨다.

미용업계 관계자는 “스킨부스터는 레이저 시술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소요 시간이 짧은 데다 피부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점 때문에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레드오션화돼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보톡스와 달리 스킨부스터는 파마리서치 외엔 아직 이렇다 할 업체가 없다는 점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로 꼽힌다. 관련 업계는 현재 600억원에 불과한 국내 스킨부스터 시장이 몇 년 안에 2000억원 규모의 보톡스 시장을 따라잡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