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업체들이 앞다퉈 ‘돈 보따리’를 풀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시장 호황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배당에 나서고 있다. 지지부진한 주가에 불만이 쌓인 주주를 달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떼돈 번 진단업체, 잇단 현금배당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젠은 주당 400원씩, 총 206억원 규모 분기 배당을 실시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11월에도 현금 배당을 했다. 지난 1년간 이 회사의 배당액은 516억원이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5031억원의 10.3%에 해당하는 고배당이다.

지난해 약 3조원의 매출을 낸 SD바이오센서도 배당 대열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주당 1266원씩, 총 1280억원의 현금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휴마시스는 창사 이후 첫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액은 68억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928억원으로, 전년(254억원) 대비 일곱 배 이상으로 뛰었다. 바디텍메드와 제놀루션도 각각 43억원, 18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진단업체의 배당 붐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지난해 각각 1조3698억원, 666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47%와 49%에 이른다. 업계에선 올 상반기까진 진단키트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일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83만2568명이다. 400만 명이 넘는 새 확진자가 쏟아졌던 1월 중순보다는 적지만 오미크론 유행 이전인 지난해 10월(30만 명대)보다는 다섯 배가량 많다.

주주 달래기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SD바이오센서 주가는 지난 8일 5만4200원으로 올해 최고가(7만8600원·2월 3일) 대비 31% 하락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선 소액주주도 있다. 랩지노믹스 소액주주연합은 자사주 매입, 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등을 요구하면서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실력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해 매출 2024억원, 영업이익 1049억원을 기록했지만 주주가치 환원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게 소액주주연합 측의 주장이다. 랩지노믹스 주가도 2만2550원으로, 올해 최고가(3만650원·2월 3일) 대비 23% 떨어졌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