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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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한껏 얼어붙었던 나스닥시장 바이오 새내기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아지는 모양새다.

올 들어 새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기업 10개사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평균 42.3% 상승한 것으로 24일 집계됐다. 10개 기업 중 6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상승했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애널리스트는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바이오 종목 중에서도 긴 하락 구간을 마치고 반등하는 곳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상승 동력만 있으면 주가가 상승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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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대비 주가가 가장 크게 오른 곳은 백신 제조업체 블루워터백신이다. 계절 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이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 백신 등을 개발하는 곳이다. 공모가 9달러로 지난 18일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 회사는 23일(현지시간) 49.8달러(공모가 대비 453.3%)로 장을 마쳤다.

신약개발 벤처기업도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루게릭병) 등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즈의 주가는 공모가(19달러) 대비 52.4% 급등한 28.95달러를 기록 중이다. 아밀릭스가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루게릭병 치료 후보물질(ALMX0035)에 대한 신약허가를 신청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아밀릭스는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저분자 화합물로 고혈압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코 파마 또한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모가 16달러로 지난달 7일 나스닥에 입성해 현재 25.15달러(57.2%)를 기록했다. 신코 파마는 기존 고혈압 치료제의 내성 문제에 주목했다. 표준 고혈압 치료제는 혈압 조절 호르몬인 알도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장기간 사용 시 알도스테론 수치가 조절되지 않고 증가하는 ‘알도스테론 돌파(Aldosterone Breakthrough)’ 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신코 파마는 알도스테론 생성을 차단하는 방식의 신약 후보물질 ‘CIN-107’의 임상 2상을 최근 마쳤다.

제어 가능한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인 아셀렉스 또한 지난 4일 나스닥 상장 후 순항 중이다. 공모가 15달러로 입성해 27.1% 상승한 19.06달러에 거래됐다. 아셀렉스는 다발성골수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기 업체들이거나 임상 단계가 저조한 신약벤처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소외됐다.

지난 10일 나스닥에 상장한 착용형(웨어러블) 인슐린펌프 개발업체 모듈러 메디컬의 주가는 2.96달러다. 공모가 6달러에서 반토막났다. 이 회사는 내달 FDA에 인슐린펌프 제품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 메이화 인터내셔널 메디컬 테크놀로지 주가 또한 공모가 대비 15% 하락했다. 10달러로 상장한 이 회사의 현재 주가는 8.5달러다. 메이화 인터내셔널은 의료용품을 유통하는 업체다. 중국은 해외 상장을 희망하는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신약벤처기업인 힐스트림 바이오파마 또한 지난달 상장 후 고배를 마시고 있다. 공모가가 4달러였지만 51.5% 폭락한 1.94달러를 기록 중이다.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HSB-1216'은 임상 1상 신청 단계에 있으며, 육종 치료후보물질인 'HSB-888'은 전임상 단계다.

임상 초기 기업, 주가 하락 지속

전문가들은 임상 초기 단계거나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아직 ‘보여줄 것’이 없는 신약벤처는 기업공개(IPO)를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과거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상장한 바이오 기업이라도 임상에서 기술력을 입증하지 못한 곳은 주가가 연일 하락 중이기 때문이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공동 창업해 지난해 7월 나스닥에 입성한 카리부 바이오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3억400만달러를 공모자금으로 유치하는 등 기대와 관심을 모았으나, 지난해 9월 이후 꾸준히 주가가 하락해 현재 9.22달러다. 이 회사의 공모가는 16달러였다. 카리부 바이오사이언스는 'CD19 CAR-T'(CB-010)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비호지킨성 림프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첫 투약 개시를 알린 후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 ‘대어’로 꼽혔던 사나 바이오테크놀로지 또한 공모가 25달러로 지난해 2월 나스닥 시장에 데뷔해 주가가 5.95 달러까지 하락했다(-76.2%). 유전자 치료를 통해 복구된 세포를 환자용 의약품으로 만드는 이 회사의 모든 후보물질은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