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낭 통해 뼈 감염 이상 돌출…발열·기침·호흡곤란 겪은 듯
1억5천만년 전 공룡 목뼈 화석서 드러난 호흡기 감염 흔적
브론토사우루스처럼 긴 목과 꼬리를 가진 1억5천만 년 전의 초식공룡 화석에서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앓은 흔적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돌리'(Dolly)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공룡은 기침과 발열, 호흡 곤란 등 폐렴이나 독감을 앓을 때와 비슷한 증상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오하이오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그레이트 플레인 공룡박물관' 고생물학 팀장 캐리 우드러프가 이끄는 연구팀은 몬태나주 남서부에서 발굴된 돌리의 경추(목뼈)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미국 여성 팝가수 돌리 파튼에서 이름을 따온 돌리는 몸 길이 약 18m에 몸무게는 4∼5t으로 추정됐다.

목이 긴 초식공룡인 디플로도쿠스 무리를 닮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種)으로 파악됐으며, 학명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돌리의 경추 3개 부위에서 이전에 본 적 없는 브로콜리처럼 생긴 1㎝ 높이의 이상 돌출부를 발견했으며, 폐와 연결된 얇은 막의 공기주머니인 기낭(폐포)이 닿는 곳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1억5천만년 전 공룡 목뼈 화석서 드러난 호흡기 감염 흔적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이상 돌출부는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뼈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상 돌출부의 위치를 토대로 호흡기 감염이 기낭을 통해 경추로 번지며 감염 부위의 뼈를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성장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이 호흡기 감염은 현대 조류와 파충류 등에서 흔히 나타나는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인 '아르페르길루스증'처럼 진균(곰팡이) 포자를 흡입해 유발된 것으로 추정됐다.

공룡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질병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연조직은 화석으로 남아있지 않아 뼈가 부러졌다가 다시 붙거나 치아농양, 뼈암, 관절염 등과 같은 뼈나 이빨과 관련된 질환 증거만 남아있다.

돌리처럼 호흡기 질환 증거가 확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돌리는 청년기인 15∼20세에 죽어 성체가 되지 못하고 화석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성체가 되지 못하고 일찍 죽은 것이 호흡기 감염 때문인지 아니면 인근에서 발굴된 알로사우루스와 같은 다른 육식 공룡에게 잡아먹히는 등의 다른 원인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아르페르길루스증에 감염된 조류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 수 있는 것처럼 돌리 죽음도 호흡기 감염이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우드러프는 "감염된 뼈를 통해 공룡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가 기침과 호흡곤란, 발열 등을 겪으며 그랬던 것처럼 1억5천만년 전 공룡도 아팠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