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골 재생 치료 획기적 돌파구'…골관절염 환자 희소식 [최지원의 사이언스톡(talk)]
사고나 노화로 인해 닳아버린 연골은 재생시키기가 어렵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 재생 치료제가 있지만, 연골의 재생보다는 염증 및 통증 완화의 효과가 더 크다. 재생된 연골이 기존 연골보다 약하다는 한계도 있다.

그런데 최근 간단한 방법으로 동물에서 연골을 재생시킨 사례가 나왔다. 28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코네티컷대 연구진이 연골이 망가진 토끼에 ‘폴리-L 젖산(PLLA)’으로 만들어진 지지체를 이식해 연골을 재생시켰다. 이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했다.

PLLA는 수술 상처를 꿰매는 데 사용하거나, 주름을 펴주는 필러에 들어가는 안전한 물질이다. 생분해성으로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사라진다.

연구진은 ‘압전(piezo-electricity)’ 효과를 이용했다. 압전 효과는 물리적인 힘으로 전기장이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기계적인 에너지가 전기적인 에너지로 바뀌는 현상이다. 가스레인지의 스위치를 돌리면 불꽃이 튀는 것도 압전 효과에 의한 것이다.

연구진은 PLLA가 이런 압전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PLLA로 연골 지지체를 만든 뒤 토끼의 무릎에 이식했다. 1달 정도 회복 기간을 가진 뒤 천천히 토끼를 운동시키자 관절에 가해지는 일정한 압력이 전기 신호를 만들어냈다. 이런 전기 자극은 줄기세포를 한 곳으로 모으고 연골을 재생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주도한 양 리우 박사는 “관절의 규칙적인 움직임은 PLLA에 압전 효과를 일으켜 안정적인 전기장을 생성한다”며 “사람에게도 유사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지체를 이식하고 1~2달 정도 운동을 한 토끼의 연골 조직을 확인하자, 연골 세포와 제2형 콜라겐이 정상 수준으로 재생됐다. 제2형 콜라겐은 연골 조직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연골을 보호하고 재생에 도움을 준다. 반면 압전 효과를 일으키지 않는 물질로 만들어진 지지체를 이식한 토끼의 경우, 연골 재생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새로 생성된 연골 조직의 내구성도 자연 연골과 유사한 수준으로, 걷고 뛰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연구진은 지지체를 이식받은 토끼가 트레드밀 위에서 뛰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안전하고 간단한 연골 재생 수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고 있다. 인체 내 뼈 연골 콜라겐 등이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과정에서도 압전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리우 박사는 “향후 1~2년 간 토끼에서 새로 생성된 연골의 내구성이 유지되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토끼보다 더 큰, 인간에 가까운 동물에서도 같은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골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4억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2019년 국내 골관절염 환자는 약 300만명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리우 박사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골관절염 환자가 늘고 있다”며 “나이든 동물에서도 압전 효과 지지체가 효과를 발휘한다면, 골관절염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