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경·가중시 139억∼319.5억원…원안위 출범 이후 최대 규모
한수원 사장 출석 요구, 별다른 사유 없이 매번 불응
논의만 석달째…277억원 한수원 과징금 원안위 결론 또 불발(종합)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석 달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상대 수백억원 과징금 부과 안건 의결이 21일 또 불발됐다.

원안위가 안건 결정 전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의견을 듣겠다며 출석을 거듭 요구했으나, 정 사장이 이번에도 불응한 데 따른 것이다.

원안위는 이날 오전 제152회 회의에서 한수원의 원자력안전법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안을 논의키로 하고 대외 공지까지 했으나, 회의를 1시간여 앞두고 돌연 이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며 공지를 철회했다.

과징금 부과 예정 액수가 역대 최대 규모인데다가 원전 관리 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원안위가 정 사장의 출석을 요청했으나 한수원 측이 전날 늦게 참석 불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안건은 지난해 10월 15일 원안위에 처음 상정됐으나 정 사장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계속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원안위 사무처 보고에 따르면 한수원의 과징금 부과 대상 위반 건수는 27건으로, 이 중 건설변경허가 위반이 2건, 운영변경허가 위반이 21건, 운영허가기준 위반이 4건이다.

사무처는 이에 대해 27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여기에 최대 42억5천만원의 과징금 가중과 최대 138억원의 감경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위반 사항이 모두 인정되고 감경이나 가중이 반영되면 한수원에 대한 과징금은 최소 139억원, 최대 319억5천만원이며, 감경과 가중을 모두 반영할 경우 181억 5천만원이 된다.

이 중 최소 액수로 과징금이 결정되더라도 2011년 원안위 출범 이후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한수원에 부과된 최대 과징금 기록은 2018년의 58억5천만원으로, 가동원전 13기의 안전등급밸브 부품의 모의후열처리와 충격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요건을 만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과 결정이 내려졌다.

원안위원들은 이번 위반 사항이 고리·한빛·한울 원전 등 한수원이 운영중인 거의 모든 원전에서 발견된 점을 지적하면서 사업 책임자가 공식적 의견을 밝히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다른 공식 일정으로 인해 위원회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을 원안위에 매번 전달한 채 원안위의 요구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

규제기관인 원안위에 대해 피규제기관인 한수원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은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과 현안소통협의회 활동을 임의로 방해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해 10월 원안위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정재훈 사장은 한수원이 민간조사단 협의 없이 월성원전 1호기 부지내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 차수막을 임의로 제거했다는 지적에 대해 "민간조사단과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위원들이 4차례 확인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제거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며 무성의한 답변을 해 논란이 됐다.

원안위 관계자는 "회의 날짜를 사전에 한수원에 미리 공지하고 출석 요청 공문을 보내고 있으나 한수원은 회의 전날 특별한 사유를 말하지 않은채 정 사장의 출석 불가를 통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재훈 사장의 '안하무인' 식 태도는 정 사장이나 한수원이 원전 안전 관리와 철저한 규제 이행에 제대로 된 책임 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호철 위원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149회 회의에서 "원자력 발전은 위험의 문제에 있어서 0.000001%의 위험이 실현돼도 국민에게 아주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한수원 사장과 우리 위원 간 진지한 대화와 모색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한수원 사장의 출석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