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 엠아이텍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박진형 엠아이텍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엠아이텍이 회사의 비혈관 스텐트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 중이다. 가장 먼저 가시화된 건 차세대 생분해성 비혈관 스텐트다. 기존 생분해성 스텐트의 약점을 보완한 제품이다.

지난 12일 평택 본사에서 만난 박진형 엠아이텍 대표는 “현재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동물실험 중으로, 연내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라며 “적용 부위에 따라 1~2년 내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비혈관 스텐트 개발 성공

스텐트는 심장과 뇌 등의 혈관에 주로 사용하는 혈관용 스텐트와 식도 위 담도 대장 등 소화기에 사용하는 비혈관용 스텐트로 나뉜다. 특히 종양으로 식도나 대장 등이 좁아지면 음식물을 삼키거나 변을 배출하기 쉽지 않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는 주로 개복 수술로 종양 등을 제거했다. 이제는 좁아진 식도나 대장 등을 대신하는 관을 넣는 비혈관 스텐트 시술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엠아이텍은 국내 최초로 비혈관 스텐트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는 약 35%로 국내 점유율 1위라는 성과를 등에 업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회사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약 70%다. 특히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인 일본에서의 점유율은 26%다. 일본 2위다.

비결은 탄탄한 현지 유통망이다. 엠아이텍은 올림푸스와 보스턴 사이언티픽을 통해 제품을 각각 미국과 일본에 공급하고 있다. 올림푸스는 내시경, 보스턴 사이언티픽은 비혈관 스텐트 부문에서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엠아이텍의 ‘손기술’이 있었다. 박 대표는 “기계로 만드는 ‘나이티놀(형상기억합금) 스텐트 와이어’ 각각의 가닥을 격자무늬로 교차(크로스)하는 데 그치지만, 손으로는 와이어끼리 이음 고리(훅)를 만들 수 있어 스텐트가 더 부드럽게 움직인다”고 했다. 바로 엠아이텍의 ‘크로스앤드훅’ 기술이다.

훅은 공장에서 직원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다. 나머지 작업은 기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와이어가 교차되기만 한 스텐트는 탄력이 강해 장기에 들어갔을 때 다시 튀어오르면서 장기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며 “크로스앤드훅 구조의 엠아이텍 스텐트는 탄력이 약하고 장기에 잘 안착돼 통로가 좁은 담도나 구불구불한 소·대장에 최적화돼있다”고 말했다.
크로스앤드훅 기술이 들어간 엠아이텍의 스텐트 / 사진=김기남 기자
크로스앤드훅 기술이 들어간 엠아이텍의 스텐트 / 사진=김기남 기자

다이어트 스텐트 新시장 개척 준비

엠아이텍은 최근 세계 최초로 소화기계 스텐트용 생분해성 섬유 소재를 개발했다. 기존 생분해성 스텐트로는 금속(마그네슘)과 폴리머 소재가 주로 쓰였다. 그러나 폴리머는 관을 넓히는 효과가 금속 소재보다 약하다. 금속 소재는 스텐트의 지탱력은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빨리 녹아버리는 한계가 있었다.

엠아이텍은 폴리머 소재를 활용하되, 원재료 배합을 조절해 확관 후의 지탱력과 녹는 속도를 제어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스텐트로 인한 염증 반응을 줄여줄 항염 약물 방출 기능도 탑재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도 개척한다. 비만 치료용 다이어트 스텐트다. 음식물이 몸에 덜 흡수되게 하거나 음식물이 소화 영역을 아예 지나치도록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속도가 더뎌지긴 했지만 2년간 브라질에서 시제품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영양분 흡수가 가장 활발한 위와 십이지장 사이에 스텐트를 삽입해 소화액 방출을 막거나 음식물이 그냥 지나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상용화된 유사한 제품은 없고, 일부 개발을 시도 중인 기업이 있는 정도”라며 “조기에 개발을 완료해, 인허가 조건이 선진국에 비해 덜 까다로운 남미를 우선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엠아이텍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6억원과 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와 127.2% 증가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일본에서 엠아이텍 제품의 판매 가격이 인상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3분기 매출은 1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2% 늘었다. 박 대표는 “작년 4분기 매출은 3분기보다 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는 선진국 외 국가에도 판매를 확대해 작년 이상의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했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