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컴퍼니] 바이오에프디엔씨 식물세포 배양기술로 항체치료제 이어 CMO 넘본다
바이오의약품의 ‘뼈대’를 이루는 건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을 어떻게 생산하는지에 따라 의약품 생산 비용과 효율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항체치료제와 같은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때는 차이니즈햄스터의 난소에서 추출한 초셀이 주로 쓰인다. 항체와 같은 약물용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RNA를 바이러스벡터에 넣어준 뒤, 이 바이러스벡터에 감염된 초셀을 배양시켜 약물을 대량생산하는 방식이다. 동물세포를 활용하다 보니 인수 공통 감염병 바이러스에 의해 생산 물질이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포 배양 과정에서 혈청이나 성장인자 등을 따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배양 후 남는 찌꺼기들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문제도 있다.

식물세포를 이용한 단백질 생산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식물세포는 동물과 사람에게 감염될 만한 바이러스를 매개하지 않는다. 모상현 바이오에프디엔씨 대표는 “배양에 쓰이는 세포의 먹이가 비교적 값싼 설탕이라는 점도 강점”이라며 “배양 비용이 초셀 대비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물세포는 동물세포와 달리 세포벽을 갖추고 있어 단백질 추출이 까다롭고 줄기세포 성질을 띠고 있어 주변 환경에 따라 일정한 배양 수준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동물세포에 비해서 성장 속도가 느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고주파에 반응하는 식물세포로 단백질 대량생산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식물세포 설계기술과 공정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설계기술인 ‘플랜트 젬(Plant GEM)’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가상으로 식물세포에서 일어나는 생체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식물세포 유전자를 편집한 뒤 어떠한 단백질의 생산량이 늘어나는지를 작물을 재배하지 않고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식물세포주 250개를 보유한 가운데 필요한 효능 유형에 따라 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설계를 했다면 그 다음은 생산이다. 이 회사의 공정 기술인 ‘스마트-RC2’ 기술은 식물세포 배양기술을 상업화 수준까지 끌어올리게 만든 핵심 요소다. 바이오리액터 안에 고주파를 쏴 식물세포를 자극해 단백질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항체 단백질을 생산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는 100~1200KHz(킬로헤르츠) 고주파를 받으면 유전자 발현도가 증가하는 프로모터를 이용한다. 이 프로모터엔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 합성효소 알파 유전자 일부가 탑재돼 있다. 이 효소 유전자는 고주파를 맞았을 때 발현율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을 살려 고주파에 맞았을 때 켜지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프로모터를 만든 것이다. 고주파를 쏘면 프로모터 뒤에 부착된 항체단백질 생성 유전자도 같이 발현하게 된다. 이 프로모터 뒤에 붙이는 유전자에 따라 생산할 단백질의 종류가 결정된다.

스위스·일본·미국 등에 식품·화장품 원료 공급
바이오에프디엔씨는 배양기술을 이용해 식품·화장품 원료를 만들어 매출도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보단에 동백피토플라센타를 공급 중이다. 동백꽃에서 유래한 이 성분은 항염증·항노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두피 염증을 억제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 회사의 배양기술을 눈여겨본 지보단은 전략적투자자(SI)로서 바이오에프디엔씨 지분 10%를 들고 있다. 지보단은 지난해 8조 원대 매출을 올리며 향수 원료 시장 점유율 17%를 차지한 업계 1위 기업이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지난해 매출 86억 원, 영업이익 2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30%가 식물세포 배양기술을 활용해 얻어낸 물질에서 나오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본 긴자토마토, 미국 베네브, 중국 시얀리 등에도 식물세포 기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모 대표는 “식물세포 배양기술을 가진 기업은 스위스 미벨바이오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5~6곳에 불과하다”며 “소형 플라스틱백을 이용해 식물세포 배양기술을 연구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500L 규모 바이오리액터와 고주파를 이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성균관대와 협력해 인삼 가상세포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재배 없이 빠르게 유효성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수년~수십 년 재배해야 하는 인삼의 유효 성분을 수개월 만에 확보해 이를 상업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에델바이스, 다마스크장미, 레드맹그로브, 석곡, 대두, 연꽃 등의 캘러스(식물세포가 분열해서 생긴 미분화 세포 덩어리)를 자체 배양기술로 생산하고 있다.

“경구용 위염·위암 항체치료제 개발하겠다”
올해엔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사명을 단어 ‘바이오’ 뒤에 음식(Food), 약(Drug), 화장품(Cosmetics)의 영어 머리 글자를 따서 만들었을 정도로 식품, 화장품뿐 아니라 의약품 분야를 2005년 창업 이후부터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 대표 2인 중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 이학박사인 모 대표가 식물세포 배양 플랫폼 개발을,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 박사인 정대현 대표가 성장인자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위염·위암 항체치료제로 개발 중인 ‘헬리코맙’의 전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헬리코맙은 위염과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이 위점막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를 당근세포주로 발현시켜 생산할 예정이다. 아직까진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을 대상으로 한 항체치료제는 상용화된 적이 없다.

이 업체는 경구용 치료제로서 식물세포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물세포를 이용해 경구용 항체치료제를 만들 경우 위산에 의해 이 항체치료제가 녹는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식물세포는 세포막이 위산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위에서도 충분히 약효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올해 항체발현용 당근세포 개발 완료와 함께 전임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향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모 대표는 “초셀에서 발현이 쉽지 않은 트랜스멤브레인 단백질(세포막을 투과하는 단백질) 등은 식물세포로 생산하는 쪽이 유리하다”며 “향후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수준 생산설비 구축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오는 2월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핫 컴퍼니] 바이오에프디엔씨 식물세포 배양기술로 항체치료제 이어 CMO 넘본다
바이오에프디엔씨 개요
공모 주식 수 130만 주
공모가 2만3000~2만9000원
수요예측일 1월 24~25일
청약일 2월 9~10일
상장 예정일 2월 중
상장주관사 DB금융투자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