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젠쿄텍스는 최근 당뇨병성신증 치료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후보물질이 가짜약(위약)보다 우월한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젠쿄텍스가 시도한 당뇨병성신증 치료제는 NOX(NADPH oxidase) 저해를 기전으로 한다. 그렇다면 똑같은 NOX 저해 기전의 당뇨병성신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벤처 압타바이오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제약바이오 업종을 커버하는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이 이수진 압타바이오 대표를 만나 시장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이수진 압타바이오 대표(왼쪽)와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 사진=김병언 기자
이수진 압타바이오 대표(왼쪽)와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 사진=김병언 기자
당뇨병성신증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중증 신부전 등으로 악화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압타바이오는 ‘난공불락’의 당뇨병성신증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이수진 압타바이오 대표는 “젠쿄텍스의 후보물질은 7개 NOX(NADPH oxidase) 중 NOX1과 NOX4만 저해를 했지만 우리는 7개 전체 NOX를 저해하는 ‘Pan-NOX’”라고 강조했다.

당뇨병성신증 임상 2상에 엇갈린 반응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이하 허) 압타바이오도 최근 ‘NOX 플랫폼’ 기반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인 당뇨병성신증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어떤 기전의 플랫폼인지 먼저 설명해주세요.

이수진 압타바이오 대표(이하 이) NOX 플랫폼은 체내 7가지 NOX 효소를 저해하는 기전입니다. 각종 염증과 섬유화 관련 질병을 일으키는 활성산소(ROS)의 주요 원인이 NOX이기 때문입니다. NOX를 조절해 ROS를 제어하고, 이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플랫폼입니다.

NOX 플랫폼의 대표 파이프라인이 당뇨병성신증이죠. 기다리던 임상 2상 결과가 나온 날, 주가가 급락했어요. 결과 데이터에 대한 오해가 좀 있었던 것 같고 경쟁물질 대비 효능이 우수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시장에서 임상 2상 결과의 의미를 묻는 문의가 정말 많았어요. 전체 환자군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P값)이 공개되지 않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당뇨병성신증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된 지난해 11월 23일 압타바이오 주가는 5만2800원에서 4만1700원으로 21% 급락했다. 다음 날인 24일에도 7.6% 하락해 5만 원대이던 주가가 순식간에 3만 원대로 떨어졌다.)

네. 속상했어요(웃음). 당뇨병성신증이 개선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는 소변 내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인 UACR 지표입니다. 이 비율을 낮추는 것이 1차 목표(primary endpoint)입니다. 중증 당뇨병성신증 환자군인 ‘Grade3b’에서 가짜약은 UACR이 10% 증가했는데, 진짜약 투여군에서는 이 비율이 40% 감소했어요. 통계적 유의성도 확인이 됐습니다.

Grade3b는 어떤 환자들을 의미하는 건가요?

신장 기능을 55% 이상 상실한 케이스입니다. 조금만 더 악화되면 4기에 진입하고, 이렇게 되면 평생 투석을 해야 합니다. NOX 기전을 통해 이런 임상 결과를 확보한 건 우리가 처음입니다.

대표님 말씀대로 중증 환자 대상 데이터는 좋았지만 전체 140명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즉 P값이 공개되지 않은 데 시장은 실망한 것 같습니다.

공개를 안 했다기보다 규정을 따랐을 뿐입니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부터 최종 보고서를 전달받기 전에는 톱라인 결과나 P값을 발표할 수 없게 돼 있어요. 그게 한국거래소 규정입니다. CRO의 최종 보고서가 없는데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고 발표를 해버리면 거래소에서 최종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게 됩니다. 우리는 아직 최종 보고서가 없어요. 2022년 1분기가 돼야 최종 결과 데이터가 나옵니다.

치료제 없는 무주공산 시장 공략

글로벌 제약사들의 당뇨병성신증 치료제 개발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최근 독일 바이엘의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코르티코이드 계열 당뇨병성신증 치료제 ‘케렌디아’(성분명 피네레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약은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당뇨병성신증 환자에게 고칼륨은 치명적이에요.

FDA도 이런 점 때문에 케렌디아 품목 허가를 굉장히 신중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압니다. FDA가 중증이 아닌 초기 당뇨병성신증 환자에게 케렌디아를 저용량으로 투약하도록 권고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용량을 높일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투여 대상도 다르고 용량·용법도 다르기 때문에 케렌디아와 우리 약물은 포지셔닝이 다릅니다.

프랑스 젠쿄텍스는 어떤가요? 마찬가지로 NOX 저해로 당뇨병성신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잖아요.

네, 젠쿄텍스도 시도를 했죠. 그런데 우리랑은 조금 다릅니다. 젠쿄텍스는 NOX1과 NOX4 저해만 시도했죠. 그 결과, 유의미한 UACR 감소 효과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그들 스스로 인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NOX1, NOX4뿐 아니라 NOX5도 중요했다라는 겁니다. 우리는 NOX5를 포함해 7가지 모든 NOX를 저해하는 ‘Pan NOX’입니다.

결국 아직 제대로 된 당뇨병성신증 치료제가 없다는 건데요. 의아하네요.

그렇죠. 기본적으로는 바이오마커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는 지표가 아까 말씀드린 UACR인데, 이것도 한계는 있습니다. 유린 내에서 알부민이 분비되더라도 분비 수치와 당뇨병성신증 병기 간 연관성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UACR을 대체할 수 있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정확한 병기를 판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는 없는 상황입니다. 6개월 이상 추적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는 eGFR(사구체여과율)이 있기는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결국 병의 진행을 얼마나 늦췄냐는 복합 평가변수(composite endpoint)로 가는 것이지요.

말씀하신 대로 중증 환자 집단인 ‘Grade3b’에서 효과가 뚜렷하게 나왔는데요, 그렇다면 임상 3상도 중증 환자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인가요?

중증 환자에 대해 약효를 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만큼, 이런 결과는 임상 3상 계획에 반영할 생각입니다. 용량을 찾는 임상 2b와 3상을 함꼐 진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임상 3상을 하게 되면 굉장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듭니다. 임상 비용과 회사 자금 사정,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서 결정을 해야겠죠.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전도 함께 추진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NOX 플랫폼에 대한 소식이 흔하지 않다 보니 파트너사가 기술도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여요. 어떻게 보세요?

그렇기는 하지만 많은 곳이 NOX 기전에 굉장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NOX 논문도 과거보다 훨씬 많이 나오고 있어요. 고령화로 인한 질병에 있어 NOX 역할이 커지고 있죠. 산화 스트레스를 어떻게 잡을까의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그 ‘어떻게’가 NOX라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죠. 예전에는 ROS가 1차적으로만 몸에 손상을 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게 2차적으로 인체 내 모든 섬유화, 염증과 연관된 신호전달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확장되면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황반변성·혈액암 치료제도 기대해볼 만

NOX 기반으로 다른 유망 파이프라인은 뭘 꼽으시겠어요?

네, 황반변성이죠. 현재는 눈에 직접 주사하는 치료제밖에 없고, 타깃도 VEGF(혈관내피성장인자)밖에 없죠. 그렇지만 VEGF 타깃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35~50% 정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은 거죠. 그리고 투약하면 2~3년 내에 내성이 생깁니다. 치료 사각지대 환자가 많아요. 가격도 비싸고요. 무엇보다 눈에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환자가 너무 고통스럽고, 일부는 눈에 상처도 납니다. 저희는 점안제이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저분자화합물이기 때문에 시중에 나온 항체치료제 대비 가격도 싸죠.

VEGF 타깃과는 NOX 저해가 기전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아일리아나 루센티스는 이미 신생 혈관이 형성된 후에 작용해 혈관을 추가로 만드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NOX 저해제는 신생 혈관이 생성되기 전은 물론이고, 형성된 후 그에 대한 피드백으로 혈관이 더 생기는 것까지 차단을 합니다. 신생 혈관이 VEGF를 만들고 이게 또 신생혈관을 만드는 시스템이거든요.

아일리아나 루센티스 모두 눈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인데, 점안제로도 효과가 잘 나오나요?

점안으로 망막까지 도달할 수 있느냐가 약물의 성패를 가릅니다. 뇌에 뇌혈관장벽(BBB)이 있듯 눈에는 망막혈관장벽(RBB)이 있는데 우리 약물은 약효를 충분히 줄 수 있을 정도의 농도로 망막에 도달하는 것을 대동물(원숭이) 실험에서 확인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술이전을 논의할 때 반드시 대동물 임상 결과를 요구합니다. 거의 필수죠.

(압타바이오는 2018년 황반변성 치료제 국내 판권을 삼진제약에 기술이전했다. 작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았고, 올해 국내에서 임상 1상에 돌입한다.)

NOX 플랫폼 말고 ‘압타(Apta)-DC’ 플랫폼도 있어요. 혈액암인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로 개발하고 계신데요.

암세포 표면에 과발현되는 뉴클레오린이라는 단백질을 타깃하는 플랫폼입니다. 작년 1월 임상 1상 승인을 받았고 올해 본격 투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AML도 대표적인 고령화 질환이죠. 60세 이상 발병이 60% 이상이에요. 그래서 기존 약물도 용량에 제한이 있습니다. 결국 고령자들에게는 치료제가 없다시피 하는 질환입니다. 시장에서 그나마 쓰이는 표적치료제가 FLT 억제제나 BCL 억제제 정도인데 워낙 변이가 다양하다 보니 잡기 쉽지 않아요. 전체 환자의 10~15%만 커버가 됩니다. 우리가 타깃하는 뉴클레오린은 새로운 바이오마커입니다. BCL 억제제와의 시너지도 확인을 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제 경구용도 개발하고 계시죠. 미국 FDA가 최근 화이자와 미국 MSD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긴급승인을 했어요. 시기가 늦었는데, 기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을까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세포 안으로 넣기 위해 엔도좀을 생산하고, 이게 세포 내로 들어옵니다. 이후 바이러스를 복제하기 위해 여러 단백질이 생성되기 시작하는데 화이자와 MSD 약은 여기에 필요한 효소 분비(3CL protease)나 RNA 중합을 막는 기전으로 치료를 합니다. 앞에 있는 엔도좀 단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는 게 우리의 NOX 저해제입니다. 엔도좀 단계에서 NOX2가 활성화되고 ROS가 분비되는데 이게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주니 이걸 막는 거죠. 돌연변이에 영향을 받지도 않습니다.

코로나19 치료제 기술이전 전략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 치료제는 기전이 독특하기 때문에 다른 치료제가 나와도 병용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임상 2상에서 효과를 확인한다면 글로벌 제약사와 병용투여도 논의할 수 있어요. 안전성이 높아서 병용에 대한 부담도 없습니다. 환자 투약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했고 현재 20% 정도입니다. 백신 맞은 분들도 포함해서 임상을 하고 있습니다.

(압타바이오 코로나19 치료제는 작년 3월 미 FDA로부터 임상 2상 승인을 받았고 그해 10월 첫 환자 투약이 이뤄졌다. 회사는 올 하반기면 임상 2상 효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재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