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학 교과서에 나오는 ‘DAMPs(손상연관분자유형) 이론’은 선천 면역계를 타깃하는 신약 개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외부 병원성 요인(PAMPs)뿐 아니라 몸속 내인성 물질에 의해서도 선천면역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2004년 이 이론을 처음 제시한 인물이 샤페론을 창업한 성승용 서울대 의대 교수다. 2018년 이 회사에 투자한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대표와 이명세 샤페론 공동대표의 대화를 전한다.
이명세 샤페론 공동대표(왼쪽)와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대표 / 사진=김영우 기자

이명세 샤페론 공동대표(왼쪽)와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대표 / 사진=김영우 기자

일라이릴리 필리핀법인, 한국애보트 대표 등을 지낸 이명세 공동대표가 샤페론에 합류한 것은 작년 9월이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샤페론에 처음 투자한 것은 2018년으로 이 대표 합류 전이다. 스마일게이트의 투자 결정 당시 회사에 없던 이 대표는 구 대표에게 “우리 회사에 왜 투자하셨느냐”며 궁금해했다. 구 대표는 “과학적 이론을 근거로 착실하게 기반을 다져나가는 바이오벤처”라고 평가했다.

스테로이드 대체할 아토피 치료 게임 체인저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이하 구) 샤페론은 면역학적 원리로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요. 회사가 가진 핵심 기술을 소개해주시죠.

이명세 샤페론 공동대표(이하 이) 회사는 DAMPs 이론을 기반으로 합니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병원성 물질에 의한 염증반응 외에 정상적인 면역 방어 기능에 의해 유발된 비감염성 염증반응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염증반응이 질병으로 발전한다는 이론입니다.

그런데 대다수 염증 질환과 조직 손상을 일으키는 핵심 경로에 공통적으로 염증복합체라는 것이 존재하며, 염증복합체로 인한 염증 신호 전달을 조절하는 것이 염증 치료제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성승용 대표를 포함한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주목해왔습니다.

병원성과 비병원성 자극에 의해 과도하게 활성화된 선천면역반응하에서는 공통적으로 P2X7 이온 채널과 병원성 물질을 인식하는 막단백질 수용체(TLR) 등의 신호전달 수용체가 활성화됩니다. 이것이 염증복합체를 활성화하는데, 샤페론은 ‘GPCR19’라는 체내 단백질이 이들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GPCR19가 새로운 염증 억제제 타깃이 되는 것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과도한 염증반응은 호흡기, 피부, 자가면역, 신경계 같은 다양한 조직의 질환에 영향을 줍니다. 샤페론의 염증복합체 억제제는 염증 활성 단계는 물론 염증 개시 단계에서 염증 신호 물질과 사이토카인을 포괄적으로 억제합니다.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다는 스테로이드 약물 수준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염증 신호 억제 작용기전을 보유하고 있죠. 부작용이 있는 스테로이드 약물과 달리 안전성도 뛰어나고요.

가장 임상 단계가 앞선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이 아토피 치료제죠? 아토피는 주변에서 참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 같은데 치료제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샤페론의 아토피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들에 비해 어떤 강점이 있나요?

아토피 환자들은 보습제를 달고 삽니다. 말씀하신 대로 치료제가 많지 않아요. IL-4와 IL-13을 억제하는 사노피의 ‘두피센트’(성분명 두필루맙)가 한 해 50억 달러 이상 팔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지만 중등도·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시빈코’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활발하게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 항체치료제들도 중등도, 중증 환자만 타깃합니다. 우리는 경증·중등도 타깃입니다.

경증·중등도를 타깃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시장성 측면에서요.

아토피 환자의 대부분은 경증·중등도 환자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토피 치료제는 국소 스테로이드제와 화이자의 PDE4 억제제인 ‘유크리사’(성분명 크리사보롤), 그리고 최근 허가받은 인사이트의 ‘옵젤루라’(룩소리티닙), 일본에서만 허가를 받은 레오파마의 ‘코렉팀’(델고시티닙) 정도로 매우 제한적인 치료 옵션만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이들 모두 하나같이 부작용도 적지 않아요. 스테로이드는 모세혈관 확장증, 자색반증, 여드름, 피부 위축 같은 부작용으로 4주 이내의 단기 사용만 권고됩니다. 유크리사는 화이자가 2016년 야심차게 내놨지만 치료 효과가 크게 뛰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피부가 아파서 바른 치료제에 의해 통증이나 피부 작열이 유도되는 부작용 때문에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가 높지 않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선에서 치료를 하는 의사들이 처방을 꺼려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JAK 억제제가 많이 시도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트렌드 같은데요.

네. 우리 약물과 JAK 억제제, 스테로이드의 차이점은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을 어떻게 잡느냐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사이토카인보다 더 광범위한 염증 물질이 핵에서 전사되는 걸 막습니다. JAK 저해제는 여러 사이토카인 중 일부를 잡죠. 우리는 염증복합체라는 걸 억제하면서 사이토카인도 잡아줍니다.

효능 차이는요?

최근 나온 임상 2상 중간 데이터를 보면 JAK 억제제와 동등할 정도의 유효성을 확인했습니다. 치료 4주 차에 가짜약 대비 습진중증도평가지수(EASI) 점수가 56% 개선됐습니다. 스테로이드는 15%, 델고시티닙이 35~40%입니다. 룩소리티닙은 44~48% 개선됐고요. 이렇게 효과가 좋은데 부작용도 거의 없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JAK 억제제도 부작용 우려가 커서 다른 국소제형 치료제가 실패했을 때 단기 사용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거든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일 만하네요.

관심 있는 곳들이 꽤 있죠. 다만 안전성 문제 때문에 소아·청소년에서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아시아인과 서구권 사람들의 피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올 상반기에는 소아·청소년 실험과 해외 진출을 위한 미국 2상 임상을 할 예정입니다. 이 임상시험을 통해서 저희 약물의 범용성을 확인하는 것이 샤페론의 몸값을 키우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전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고요.

‘염증 통로 잡는다’… 알츠하이머 신약도 자신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임상 1상을 시작하시죠? 작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죠.

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원인에 대해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만, 모두 몸 안에 있는 병인성 물질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결국 뇌 안의 면역세포가 염증복합체 활성화로 기능 이상을 일으키고, 이것이 치매의 원인이 되는 것이죠.

우리는 미세아교세포 염증을 억제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합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도 억제해 뉴런을 염증으로부터 보호하죠.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 신경염증을 따로따로 잡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잡는 개념입니다. ‘원샷 쓰리 킬(one shot three kill)’이라고나 할까요.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최근 많이 시도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약은 아직 없다고 볼 수 있겠죠?

네, 원인에 대한 연구도 설왕설래가 많았고, 실제 임상에서도 효과가 불분명해서 실패를 많이 했죠. 여러 원인이 있지만 하나씩 잡으려다 보니 다른 게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공통 경로를 잡는 기전이니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물질은 경구제제로 개발 중인 점도 강점입니다. 주사제 형태인 항체치료제보다 편의성이 좋죠. 가격도 연간 8000달러 정도입니다.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은 5만6000달러죠. 최근에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내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비싸죠. 그리고 임상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문을 가지는 의사들이 많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치매 치료제로서 물꼬를 텄다는 의미로 보고 앞으로 신약 개발과 관련해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는 데 있어서는 호재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 기회를 최대한 살리려고 합니다.

나노바디(Nanobody) 파이프라인도 소개를 해주시죠. 어떤 기술인가요?

일반 항체의 10분의 1 수준의 작은 항체를 나노바디 항체라고 합니다. 사람 몸에서는 생성되지 않고 낙타류에서 생성이 됩니다. 우리는 낙타류 중에서 알파카에서 직접 항체를 뽑고 있습니다.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가장 큰 장점은 타깃에 대한 침투성이 좋다는 겁니다. 어려운 타깃을 잡는 데 유리하죠. 그래서 여기에 맞춰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면역항암제가 고형암에서 반응률이 낮은 단점을 개선해보려고요. 제조도 용이하고요.

실제 어떤 파이프라인이 있나요?

PD-L1과 CD47을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 나노바디인 파필릭시맙(Papiliximab)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전임상 중이고요. PD-L1은 암세포에 과발현돼 T세포의 활동을 막습니다. CD47 역시 암세포에 발현해 대식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하려고 할 때 ‘나를 먹어치우지 마세요’라는 신호를 보내죠.

파필릭시맙은 샤페론이 보유하고 있는 전주기 나노바디 개발 플랫폼을 이용해 제조한 PD-L1, CD47 타깃 이중항체입니다. PD-L1과 CD47에 동시 작용하죠. 이들을 억제함으로써 면역반응을 끌어올려 암세포 크기를 감소시킵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이전에도 제기됐지만, CD47은 인체의 적혈구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항체가 적혈구에 붙으면 심각한 빈혈을 일으키는 문제점이 있었죠. 파필릭시맙은 적혈구의 CD47에는 결합하지 않습니다. 기존 CD47 항체치료제 대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거죠.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이전 전략도 소개를 해주시죠.

네, 기술이전 자체도 중요하지만 제품 출시까지 가장 필요한 역량과 출시 후 판매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미리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 적극적으로 공동 개발을 할 계획입니다. 대형 제약사나 전문 바이오 회사를 통해 영업망을 확보할 계획이고요. 특히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항염증·항바이러스 관련 사업을 보유한 업체를 우선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토피 치료제는 북미와 중국이 주요 시장인 만큼 해당 지역 피부 전문제약사와 우선적으로 기술이전을 논의할 생각입니다.


면역시스템 관점에서 접근하는 샤페론에 매력 느껴

구영권 스마일게이트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대표는 샤페론 투자 전까지만 해도 ‘DAMPs’와 ‘서울대 성승용 교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몰랐다고 한다. 샤페론 투자를 위해 2018년 성 교수 연구실이 있는 강원도 홍천의 서울대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에 가서야 그가 DAMPs 이론을 처음 제시한 인물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저자 직강을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론을 만든 사람이 세운 회사이니, 과학적으로 확실할 것이라는 믿음이 갔죠.” 스마일게이트는 그해 샤페론에 110억 원을 투자했다. 스마일게이트가 샤페론에 투자한 것은 단순히 창업자의 과학자로서의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벤처캐피털(VC) 투자의 상당 부분이 항암제에 쏠려 있습니다. 무모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퇴행성 질환 투자를 많이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퇴행성 질환 중에서도 치매 쪽으로요.”

많고 많은 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 중 왜 샤페론이었을까. 구 대표는 “논문을 읽다 보니 퇴행성 질환도 결국 면역과 닿아 있다는 점을 느꼈다”며 “그러던 차에 샤페론을 발견했다”고 했다. 면역시스템 관점에서 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접근하는 샤페론에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샤페론이 “내실 있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창업 초기 성 교수가 이론적 백그라운드로 회사를 끌어왔고,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2·3상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이명세 대표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샤페론은 임상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올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시도한다. 이르면 오는 4월 말이 목표다.


한재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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