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위탁생산(CMO) 사업은 위탁개발(CDO)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눈에 띄게 성장 중이다. CMO 사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바이오산업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회계에 있어서의 수익과 관련된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 회계 상담] 바이오 기업 위탁생산과 수익 인식
코로나19로 전 세계 산업은 지난 몇 년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과 함께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바이오·제약 업종에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한, 미래에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CMO 및 CDO 사업이다.

글로벌 최대 생산 규모의 CMO 회사로 성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뿐 아니라 SK그룹의 SK바이오사이언스, 동아쏘시오그룹의 에스티팜, GC녹십자, 바이넥스 등이 CMO와 CDO 사업에서 성장세를 타고 있다. CJ제일제당, 대웅제약 등 다수의 업체도 CMO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 바이오 기업 핵심감사 사항은 ‘수익 인식’
과거 기술특례로 상장을 한 바이오 기업은 개발비의 자산화 및 자산성 문제, 개발 단계에 따라 새로운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발행하는 전환사채 회계처리 및 평가 문제가 주된 회계 리스크 요인이었다. 최근에는 수익과 관련된 회계 이슈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상장사 대상으로 전면 실행된 핵심감사제를 검토한 결과, 각 회계 감사인들이 선택한 바이오·제약기업의 핵심감사 사항으로 수익 인식을 가장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감사제도란 감사인이 지배기구와 커뮤니케이션한 사항 중에서 가장 유의적인 사항들을 KAM(Key Audit Matter)으로 선정하고, KAM 선정 이유, 감사 방법 등을 감사보고서에 기재해 정보이용자의 이해도를 제고하기 위한 제도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12월 핵심감사제를 상장사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적용 대상을 순차적으로 늘려 2020년부터 전체 상장사에 대해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은 2020년 감사보고서에서 핵심감사 사항으로 ‘CMO 수익 인식의 적정성’을 선택했다.

바이넥스의 감사인 대주회계법인은 ‘CDMO 사업의 수익 인식의 적정성’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제약기업들의 수익 관련 회계 이슈로는 도매업체에 대한 연말 매출 밀어내기 혹은 밀어내기 이후 제품의 반품·환불 가능성에 대한 이슈, 매출에 비례해 숨겨진 리베이트 등이었다.

CMO·CDMO 사업에 대한 수익 인식은 기술이전, 임상 승인, 판매 승인 복잡한 계약 조건들이 새로운 수익 기준서인 ‘IFRS 1115호’ 적용과 맞물리면서 주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IFRS 1115호=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 1115호의 기준서 명칭은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이다. 점점 복잡해지는 계약과 거래에는 적용이 어려워진 구 기준서를 개선하여 만들어진 기준서다. 각각의 공급 계약을 수행의무 및 조건에 따라 쪼개어 수익 인식 시기와 금액을 수행의무에 맞게 인식할 수 있도록 여러 업종에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의 바이오의약품 CMO·CDO 사업은 전통적인 의약품 위탁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약 내에 수행의무에 대한 달성 조건, 기간 의무 등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위탁생산을 위해서는 고객으로부터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야 하고, 시제품 생산, 제품 인허가 절차 진행, 완제품 생산까지 몇 단계에 걸친 수행의무가 발생한다.

나아가 CDO 사업의 경우는 개발 단계부터 임상, 제조 판매까지 단계 중 앞 단계의 일부만 진행하는 계약을 맺기도 한다. 기준서에서는 이렇게 고객과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을 특성별로, 시기별로, 혹은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반영하기 위해서 각 거래에 대한 수익 인식을 5단계로 나누고 있다.

이 중에서도 CMO·CDO 사업은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늘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제품에 대해 기술이전, 인허가, 판매 승인 등 계약상 의무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수행의무 식별에 대한 판단이 핵심일 수 있다.

예를 들어 CMO 서비스를 하는 A회사의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판매 승인 지원 서비스 및 승인 이후 1년간 바이오의약품 10만 병을 위탁생산하는 계약이 성사되었을 경우, 절차상으로 규제기관의 판매 승인 지원과 생산계약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실질적으로 이 두 가지 절차가 단일한 수행 의무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계약마다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기준서에서는 계약에서 둘 이상의 약속을 별도로 식별할 수 없는 상황, 즉 단일의 수행의무임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세 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이 항목들은 해당 재화나 용역 간 ①유의적인 통합 ②변형 또는 고객맞춤화 ③매우 높은 상호의존도와 상호관련성이다. 일반적으로 CMO 계약은 각 고객사의 특화된 제품에 대해 특정 생산 설비 및 기술을 적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승인과 제조가 매우 유의적으로 통합하여 수행되고, 또한 각 고객에게 매우 맞춤화되어 서비스하게 된다.

또한 생산 승인 이후 다른 회사와 생산 계약을 맺더라도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승인과 제조 간에 상호관련성이 높고, 승인 이후에야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호의존성이 높아 단일한 수행의무로 보고 제품 입고 등 계약 수량의 이전에 따라 수익을 인식할 수 있다.

부가적으로 CMO·CDO 계약의 수익 인식에 따라 발생하는 계정으로 계약자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계약자산으로 1688억 원을 계상하고 있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CDO 사업에 대해 “계약자산은 기업이 고객에게 이전한 재화나 용역에 대하여 그 대가를 받을 기업의 권리이며, 계약부채는 기업이 고객에게서 이미 받은 대가(또는 지급기일이 된 대가)에 상응하여 고객에게 재화나 용역을 이전하여야 하는 기업의 의무로 정의됩니다”라고 공시하였다.

계약자산은 건설공사에서 미청구공사와 유사한 개념이다. 만약 위 사례에서 10만 병을 납품해야 대가를 받는 계약이라면, 5만 병 납품 후에 수익을 50% 인식하면서 해당 수익만큼 계약자산을 잡고, 10만 병을 납품으로 모든 수행의무를 완료하고 나면 지급시점까지 수취채권으로 전환된다. 모든 수행의무를 다한 후 받지 못한 수익금액을 수취채권, 매출채권이라고 한다면 아직 지급요청까지 추가적인 수행의무가 남았을 경우에 계약자산으로 구분하여 인식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의 CMO, CDO 사업이 질적·양적으로 발전하면서 고객사에 제공 가능한 서비스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그만큼 계약의 복잡성 또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에 따라서는 기술이전 계약, 해외 판권 계약이 위탁개발과 임상 승인 서비스와 혼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각각의 업무에 따라 실현되는 수익의 시기와 금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익 인식의 정확성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최근까지도 바이오·제약 업종에서 회계 분식, 부정에 대한 이슈가 많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제약의 위상이 커지고 주목받고 있는 지금, 2022년은 회계적으로 무탈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 소개>

[바이오 회계 상담] 바이오 기업 위탁생산과 수익 인식
김봉수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삼일회계법인, PWC 컨설팅을 거쳐 현재 안세회계법인 상무로 재직 중이다. 법원 특수분야 감정인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주로 바이오 기업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