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인수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의학부 이사
[조인수의 희귀질환 이야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동향과 개발사들의 전략 ②

넒은 시장, 많은 환자군을 가지고 있지만 복잡한 질환 기전 혹은 다중 표적이 존재하는 질병에 집중할 것인가.

혹은 작은 시장, 적은 환자군을 가지고 있지만 명확한 질환 표적과 기술 플랫폼화를 통한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질병에 집중할 것인가.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사실은 후자의 전략을 취하며 헬스케어 섹터에서 성장하기 시작한 많은 기업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많은 환자가 치료를 기다리는 질환 분야, 즉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군에서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 분야의 급성장이 보여주듯, 이것이 여전히 유일한 기업의 성장전략은 아니다. 희귀질환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례들이 있었으며, 또 어떠한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질환의 핵심 신호경로를 표적하는 단 하나의 치료제로 다수의 적응증 확보
희귀 유전성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리듬파마슈티컬을 보면 독특한 파이프라인과 임상 시험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가 가진 유일한 저분자 물질 세트멜라노타이드(setmelanotide)는 MC4R(MelanoCortin-4 Receptor) 수용체의 작용제(agonist)다. 2020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POMC/PCSK1 혹은 LEPR 결핍이 확인된 희귀 유전성 비만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섭식장애와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으로 체중이 증가하는 유전성 비만질환은 MSH-MC4R 수용체의 상위 경로에 존재하는 여러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MSH가 결핍되면서 발병한다. 이에 MSH의 기능을 모사하는 세트멜라노타이드는 MC4R의 작용제로서 질환을 치료하게 된다.

MC4R 상위경로에서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들은 다수가 존재하고, 각각의 변이양상도 달라진다. 이에 따라 다양한 아형의 유전성 비만(다양한 적응증)이 존재하게 된다.

세트멜라노타이드는 각각의 질환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MC4R 수용체를 항진시켜서 치료할 수 있다는 기전적 원리를 갖고 있다. 단 하나의 저분자 물질로 다양한 유전성 비만 치료제에 도전하고 있는 배경이다.

희귀질환에서 임상시험 디자인 혁신 도입
리듬파마슈티컬이 단 하나의 저분자 물질로 다양한 종류의 유전성 비만에 대해 복수의 적응증을 추가하는 전략의 배후에는 기전적으로 타당한 핵심 신호경로의 길목을 표적한다는 점 외에, 바구니 임상시험(basket trial)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바구니 임상은 주로 항암제의 개발전략에 활 용되어온 임상시험의 디자인으로 암종에 상관없이 특정 변이를 가진 환자 모두를 동일 대상군으로 보고 (암종 불문 항암제) 임상시험에 참여시키는 방법이다.

리듬파마슈티컬의 경우, MSH-MC4R의 상위 신호경로에 의존하는 다양한 유전성 비만 질환들(스미스-마제니스 신드롬, 바르데-비델 신드롬, 알스트륌 신드롬 등)을 모두 하나의 바스켓으로 묶었다. 여러 적응증에서 동시에 효력을 확인하면서 확인된 적응증을 대상으로 빠르게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전략은 향후 비특이적인 임상 증상에 반해, 다양한 양상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는 희귀질환 분야에서도 많은 회사가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할 디자인으로 전망된다.
[조인수의 희귀질환 이야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동향과 개발사들의 전략 ②

차세대 플랫폼, 모달리티 보유 회사들의 희귀질환 중심 포트폴리오 구축
희귀질환 분야에서 기술 기반 중소회사들이 유전자치료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모달리티의 도입을 진두하고 있는데, 가까운 예로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를 들 수 있다.

모더나는 그 이름(modeRNA)에서도 알 수 있듯이 mRNA로부터 다양한 치료용 단백질을 연구개발하는 회사였다. mRNA 플랫폼 기술을 통해 발 빠르게 코로나19의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는데, 이렇듯 플랫폼 기술은 특정 질환에 대해 매우 기민하고 민첩하게 새로운 질환을 표적할 수 있다.

유전자 변이에 의한 특정 단백질, 효소의 결핍은 다양한 희귀질환의 흔한 양상으로, 해당 단백질, 효소를 mRNA로 코딩해 체내 발현시키기만 한다면 역시 좋은 질환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모더나 역시 페닐케토뇨증, 메틸말론산증(MMA), 1형 글리코겐 축적질환, 프로피온산 혈증(PA) 등 여러 희귀질환 치료제의 임상 개발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mRNA가 특정 단백질, 효소를 생성해내는 플랫폼이라면, RNAi는 반대로 특정 단백질, 효소를 제거하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미국 앨나일람은 유전성 트랜스티레틴아밀로이드증(hATTR)을 적응증으로 하는 최초의 RNAi 치료제를 승인받았고, 이후 연달아 각각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 원발성 옥살산뇨증을 대상으로 하는 2개의 RNAi 치료제를 추가해 RNAi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RNAi 치료제는 표적 세포로의 전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개발이 더뎠지만, 앨나일람이 표적 세포에 siRNA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갈낙(GalNAc conjugates) 기술을 개발하면서 최근 희귀질환을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정 단일 유전자 소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많은 희귀질환에서 RNAi를 통한 특이적인 병인 유전자의 발현 감쇄전략은 기전적으로 임상적 유효성을 크게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앨나일람의 파이프라인은 희귀질환에만 국한돼 있지 않지만, 가장 먼저 시판 허가된 RNAi들이 모두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희귀질환 플랫폼으로서의 RNAi 치료제가 갖는 잠재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빅파마의 플랫폼 확보 및 희귀질환 전문회사와의 공동개발, 인수합병
많은 빅파마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충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오픈 이노베이션의 큰 축에 유전자치료제(DNA·RNA)를 필두로 한 기술·플랫폼 기반 희귀질환 전문회사들의 약진과 빅파마들의 투자, 인수합병 전략이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아벡시스를 인수한 노바티스는 2019년 SMA 치료제를 선보이며, 최근 희귀질환 시장에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화이자 역시 밤부테라퓨틱스와 테라콘 등을 인수하며 희귀질환 사업부를 강화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다케다제약이 샤이어를, 아스트라제네카는 알렉시온을 인수했고, 일찍이 젠자임을 인수합병해 성공적인 희귀질환 성장사례를 보여준 사노피 역시 바이오베라티브, 타이달테라퓨틱스, 트랜스레이트바이오 등 희귀질환 전문회사 혹은 RNA 플랫폼 회사를 연달아 인수하고 있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글로벌 빅파마들의 행보는 특허절벽과 성장세의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빅파마들의 생존전략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희귀질환 전문회사 혹은 기술·플랫폼 회사들에게도 큰 기회가 되고 있다.

상가모 테라퓨틱스는 AAV0(Adeno-Associated Virus)를 매개로 징크핑거단백질-전사인자(ZFP-TF)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 편집 및 발현 조절에 전문화된 기업이다. 자체적으로 질환 및 적응증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주로 빅파마와의 라이선스 딜을 통해 유전자치료제(gene editing)를 개발하고 있다. 화이자, 다케다, 사노피, 바비오젠, 노바티스 등 여러 빅파마가 선정하는 질환· 적응증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플랫폼을 제공하며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앨나일람 역시 다수의 빅파마와 라이선스 계약과 투자지분을 통해 성장하면서, 플랫폼 그 자체가 기업의 파이프라인이 되는 새로운 양상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희귀질환 분야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희귀질환 시장과 유전자치료제의 동반 성장
“One Shot, Long-term efficacy!” 단일 병인 유전자의 변이 혹은 이상에 기인 한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유전자치료제는 보다 최소한의 투여 혹은 단 한 번의 투여만으로도 근치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 모달리티다.

이를 증명하듯, 최초로 시판 허가된 유전자 치료제는 희귀질환에서 나왔는데, 2017년 스파크테라퓨틱스가 개발한 희귀유전 망막질환 치료제 ‘보레티진 네파보벡’(voretigene neparvovec)이 그것이다.

보레티진 네파보벡은 RPE65 변이에 의한 성인 및 소아 유전성 망막 디스트로피(inherited retinal dystrophy)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되며, 단 1회 투여로 결함이 있는 RPE65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해 시각 기능을 개선한다. 스파크테라퓨틱스는 2018년 노바티스와의 딜을 통하여 공동 개발하면서 성장했고, 미국 외 판권은 노바티스가 가지고 있다.

유전자치료제 분야는 이미 많은 빅파마가 큰 관심을 가지고 대규모 M&A를 진행해왔는데, 스파크 역시 2019년 로슈의 적극적인 구애 끝에 43억 달러에 인수돼 자회사로 편입됐다. 앞서 언급된 2018년 노바티스의 Av아벡시스 인수, 화이자의 밤부테라퓨틱스와 테라콘 인수 등은 모두 유전자치료제를 확보하기 위한 빅파마들의 전략이었다.

유전자치료제의 개발 동향을 보면, 약 80% 가 임상 2상 이전의 단계이며, 전체 유전자치료제의 약 53%가 희귀질환 치료제라는 보고가 있다. 기존 승인받은 사례가 있는 체외 치료제(ex vivo therapy)보다는 생체 내 치료제 (in vivo therapy) 개발에 90% 이상의 파이프라인이 집중되고 있다. 또 유전자의 전달기술로 AAV 중심의 바이러스 벡터 기반 유전자치료제들에 개발이 집중돼 있다.

최근 FDA는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신속 허가에 대한 성명 등을 발표하며, 향후 유전자치료제의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허가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유전자치료 제의 성장은 희귀질환 분야의 성장과 함께하 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전자치료제의 도입이 희귀질환 영역에서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기업이 당면한 과제는 결국 1회, 혹은 최소화된 투여횟수로 인한 특징으로 인해, 개발회사에게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현금 흐름 모델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특성은 개발사의 가치평가에 있어서 기존 공식들이 정확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과 개발사의 파이프라인 구축 시 반드시 고려돼야 할 요소라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단회 투여 (혹은 최소 투여)라는 유전자치료제의 특성을 적은 환자, 고가의 약이라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특수한 상황과 함께 본다면, 향후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개별화되고 다양한 종류의 급여체계, 정부·기업의 환자지원 프로그램이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 수립에 대한 전망이 고려돼야 혁신적인 플랫폼으로부터 기업의 성장성을 함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적 현안에 대한 체계적 대응 및 논의 필요
살펴본 사례들과 특성들은 현재 개발 중인 많은 임상 파이프라인들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RNA 혹은 DNA 기반 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유전자 교정이라는 개념들이 이미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희귀질환의 특수성으로 인해 새로운 모달리티들의 테스트 베드로서 희귀질환과 유전자치료제 시장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또한, 개발사들의 성장은 단순히 치료제의 임상 성공에만 있지 않으며, 상업화에 있어서 체계적인 전략과도 함께한다. 여기에는 개발된 치료제의 특수성은 물론 환자의 분포 및 질환·적응증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단-치료-급여에 이르는 제도적 현안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과 적극적인 논의가 함께 필요할 것이다.

<저자 소개>

[조인수의 희귀질환 이야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동향과 개발사들의 전략 ②

조인수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스페셜티케어 사업부에서 희귀질환 메디컬팀을 맡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엘 임상의학부팀에서 한국 및 아시아 국가의 혁신신약 도입을 위한 임상연구와 의과학자문으로 근무했다. KOTRA-Grants4Apps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및 제약사 지원 연계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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