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투자자(FI) 역할을 하는 한 펀드가 코스닥 상장 바이오벤처의 지분을 주식 시장에서 사들여 최대주주에 등극하는 일이 생겼다. 혈액에 떠다니는 암 세포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액체생검을 하는 싸이토젠 얘기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싸이토젠은 지난 20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냈다. 최대주주가 창업자인 전병희 대표(보유지분 19.69%)에서 어센트바이오펀드(20.22%)로 바뀌었다는 내용이다. 전 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도 20.1%로, 어센트바이오펀드보다 적다.

어센트바이오펀드가 처음 싸이토젠의 주요 주주로 등장한 것은 작년 9월이다. 당시에는 제일바이오펀드라는 이름이었다. 이 펀드는 그때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싸이토젠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 6.15%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5% 이상 보유하면 공시해야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어센트바이오펀드는 이후 주식을 장내에서 지속적으로 매입해 지분을 지금의 20.22%까지 끌어올렸다. 투자 목적의 펀드가 단기간 장내 매집으로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라선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지분 취득 목적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둔 ‘경영 참여’가 아니라 ‘단순 투자‘라는 점도 드문 일이란 평가다.

관심은 어센트바이오펀드의 정체에 모아졌다. 어센트바이오펀드의 최다 출자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동생인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로 파악됐다. 이 전 대표는 이 펀드에 67.5%를 출자했다. 주요 출자자 역시 이 전 대표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재산홀딩스(26.1%)다. 사실상 이 전 대표 개인 펀드로 볼 수 있다.

싸이토젠 측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전병희 대표는 “(어센트바이오펀드의 지분 매입을) 순수한 동기로 보고 있다”며 “경영권 행사를 하려는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CJ그룹은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서 관련 행보에 나섰다.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벤처 천랩을 인수해 사명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바꿨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의 자회사다.

한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