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은행원·교사 등 역할 분담
산업계 "생산성 높여줘"
내 목소리·말투·몸짓까지 똑같다…AI 휴먼의 등장

최근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등장한 ‘인공지능(AI) 윤석열’이 화제를 모았다. 대형 스크린 속 AI 윤석열은 “윤 후보와 너무 닮아 놀라셨습니까”라고 입을 떼더니 윤 후보와 비슷한 말투로 막힘 없이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일종의 딥페이크로 유권자를 기만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을 모사하는 ‘AI 휴먼’은 정치권에선 논란이 됐지만 산업 현장의 평가는 180도 다르다. “생산성을 올려준다”는 평가와 함께 방송, 교육, 금융, 유통 등 다양한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 AI 기업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 AI 휴먼 확산세에 날개가 됐다.
생산성 높여주는 AI 휴먼
내 목소리·말투·몸짓까지 똑같다…AI 휴먼의 등장

AI 휴먼을 만드는 원리는 이렇다. AI가 수백 시간 분량의 인물 영상을 학습하며 그 사람의 목소리, 말투, 몸짓 등을 익힌다. 이렇게 학습된 AI 휴먼에 원고를 주면 해당 인물처럼 말한다. 여기엔 AI 음성 합성, 영상 합성, 자연어 처리 기술 등이 들어간다. AI 휴먼을 한번 학습시키면 영상물을 만들 때마다 사람이 녹화해야 하는 데 따른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사람과 실시간 의사소통도 가능해진다. 가령 은행원이 고객과 나누는 대화를 빅데이터 수준으로 학습한 AI 은행원은 소비자 대응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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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AI 휴먼과 사람의 ‘싱크로율’이 조금만 떨어져도 쉽게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AI 휴먼 제작업체 딥브레인AI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AI 휴먼을 구현하기 위해 5년 이상 기술을 갈고 닦았다”며 “입 모양은 물론 뺨, 혀, 이빨 등의 움직임까지 세심하게 학습해 성능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술력이 올라오고 AI 휴먼이 유용하다는 평가가 많아지자 다양한 업종에서 러브콜이 늘어나고 있다. 방송 분야는 AI 앵커, 아나운서가 실제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한 방송사는 지난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AI 캐스터에 개표 방송을 맡기기도 했다. 간단한 의사소통이 되는 AI 휴먼도 나오고 있다. 올 8월 서울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사옥 내 세븐일레븐 편의점엔 AI 휴먼이 내장된 키오스크가 등장했다. 이 AI 휴먼은 편의점 내 제품, 근처 길 등에 대해 질문하면 답해 준다.
AI 휴먼 기업 쑥쑥 성장
금융업계에선 AI 은행원 도입이 이미 활발하다. 신한은행은 60개 이상 영업점에 AI 은행원이 스크린에 나오는 디지털 창구를 도입했다. 지금은 신분증 확인 등 업무만 하지만 내년 초엔 계좌 조회, 이체 등까지 임무를 확대할 예정이다. 국민·우리은행 등도 내년 AI 은행원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
교원의 디지털 교육 플랫폼 ‘아이캔두’에 나오는 AI 도티. /교원 제공

교원의 디지털 교육 플랫폼 ‘아이캔두’에 나오는 AI 도티. /교원 제공

교육업체 교원은 올 10월 ‘AI 튜터’가 나오는 디지털 교육 플랫폼 ‘아이캔두’를 출시했다. 인기 유튜버 도티의 AI 휴먼이 등장해 학습을 도와준다.

AI 휴먼 기업의 성장세도 빨라지고 있다. AI 윤석열, 세븐일레븐, 교원 등에 AI 휴먼을 공급한 딥브레인AI는 올 9월 50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신한은행 AI 은행원을 만든 마인즈랩은 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한 공중파 방송 AI 캐스터를 제작했던 라이언로켓은 지난 16일 65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중견 정보기술(IT) 기업 이스트소프트도 최근 AI 휴먼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일각에선 AI 휴먼 악용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딥페이크가 대표적이다. 딥페이크는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AI 기술로 특정 영상에 합성해 편집한 것을 말한다. 주로 제3자가 무단으로 특정 인물의 가짜 영상물을 만드는 일을 가리킨다.
서울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사옥 내 세븐일레븐에 설치된 ‘AI 안내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딥브레인AI 제공

서울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사옥 내 세븐일레븐에 설치된 ‘AI 안내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딥브레인AI 제공

이를 예방하기 위해 AI업계에선 딥페이크 방지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알엔딥, 딥브레인AI 등이 대표적이다. 딥브레인AI의 '디텍트 딥페이크' 기술은 영상의 진위 여부 판독 정확도가 약 80%에 이르며 계속 고도화되고 있다.

AI 윤석열이 딥페이크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딥페이크는 제3자가 특정 인물의 평판을 훼손할 의도로 가짜 영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AI 윤석열은 후보 본인이 만든 것이라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정치인 본인이 자신의 AI 영상물을 만드는 것을 규제하지는 않는다.

구 변호사는 “일각에선 AI 윤석열이 윤 후보의 좋은 모습만 담아 왜곡이라고 주장하나, 그렇게 따지면 말끔하게 차려입고 녹화한 홍보영상도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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