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지하철역 인근 휴대폰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
서울 시내의 한 지하철역 인근 휴대폰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
최근 휴대폰을 사러 간 A씨(62)에게 대리점 직원은 "확실하진 않지만 LG전자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내년에는 삼성 스마트폰이 더 비싸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갤럭시S7을 쓰던 A씨는 내년 갤럭시S22가 나오길 기다렸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스마트폰을 바꾸기로 했던 터라, 이같은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A씨는 "아무래도 경쟁자가 사라지고 견제할 경쟁사가 없으면 가격이 오를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LG전자의 철수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편중 현상이 한층 심화됐다.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에선 LG전자의 철수로 더욱 선택지가 없어졌다는 평가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5%로 직전 분기보다 14%포인트 증가했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 전인 올해 2분기 11%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LG전자의 몫을 그대로 삼성전자가 흡수한 셈이다.

독과점에 따른 가격 인상 가능성은 이미 LG전자 철수설이 흘러나올 때부터 제기됐다. 제조사들은 통신사와 함께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지원금을 푸는데, 삼성전자가 국내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업고 지원금을 줄이면 단말기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다.

특히 중저가 시장에서의 편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LG전자의 주력이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는 중저가 라인이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빠지면서 현재 국내에서의 주요 중저가 라인은 20만~50만원대 갤럭시A, M시리즈와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인 50만원대 아이폰SE 시리즈가 있다. 그나마 애플은 올해 아이폰SE 라인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중저가 신형은 삼성전자의 갤럭시A, M 시리즈 외에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가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고는 있지만 국내 판매는 저조하다.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워낙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바꾸고 싶다는 B씨(32)는 "백도어 등 개인 정보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꾸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중국 휴대폰을 사는 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마진이 높은 고가 스마트폰 라인에만 지원금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소비자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저가 단말기 쿼터제'를 도입해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사진=뉴스1]
삼성전자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사진=뉴스1]
일각에서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분리공시제는 통신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구분해 각각 공개하는 제도다. 지원금을 공개해 출고가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고, 중저가 모델에 대한 차별을 감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추진하기로 했던 분리공시제 도입을 최근 미뤘다. LG전자의 철수로 사실상 분리공시제 적용 대상이 삼성전자로 한정되면서 다른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주호 참여연대 간사는 "LG전자의 철수로 오히려 분리공시제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삼성전자 중심으로 독과점 우려가 커졌고 (LG전자 철수로) 경쟁요인이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나 보조금을 낮출 유인이 사라졌다.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