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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 내놓고도 '정치 쟁점'되자 화들짝
"AI기술엔 정치편향 없어,,,누구든 활용 열려"
"대중에 다가갈 기회 막고 기술 개발 의욕 꺾을까 우려"
인공지능(AI) 윤석열 대선후보. 국민의힘 제공.

인공지능(AI) 윤석열 대선후보. 국민의힘 제공.

인공지능(AI)이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출범식에서 이른바 ‘AI 윤석열’이 모습을 드러내면서입니다. “윤석열 후보와 너무 닮아 놀라셨냐”고 말한 AI 윤석열은 “정치권 최초 AI 윤석열은 대한민국 새 미래와 도전을 상징힌다”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방방곡곡 국민 여러분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I 윤석열이 공개되자마자 세간의 관심은 ‘개발 업체가 어디인가’에 쏠렸습니다. 해당 전략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두 번째 ‘비단주머니’로 거론되면서 주목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프로젝트엔 당초 국민의힘 측에서는 댓글 모니터링 시스템 ‘크라켄’ 공개를 함께한 이영 국민의힘 의원(현 국민의힘 선대위 디지털본부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홀로 추진한 것”이라며 입장을 전했습니다. 개발 업체 소재는 최근까지도 미궁에 빠졌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수소문 끝에 해당 업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선 ‘AI 휴먼’ 기술에 있어 상당한 인지도를 보유한 AI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다만 업체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업체는 AI 윤석열 완성도에 있어선 자신감을 표하면서도, 개발 이력 공개에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개발 과정을 함께한 한 AI 업계 관계자는 “치열하게 만들어진 기술이 정치적 논란 때문에 폄훼돼 안타깝다”며 “당초 개발 사실을 처음부터 공개하려던 업체도 이제는 논란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업체 측이 수면 아래로 꼭꼭 숨은 것은 일부 정치세력의 비판 논조가 거세지면서입니다. 핵심은 AI 윤석열이 부정적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아, 유권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선대위 출범식에서 화면 가운데 선 AI 윤석열에겐 앞서 구설에 오른 ‘도리도리’나 ‘쩍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후보에 대한 '사실과 다른 이미지'를 대중에 심어줄 수 있다며 ‘딥페이크 활용 가이드라인 촉구’까지 외치는 상태입니다.

AI 업계 생각은 다릅니다. 미화나 왜곡이라는 표현은 최소한 기술적으로는 성립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AI 윤석열은 사전 촬영한 윤 후보 영상을 AI에게 학습시킨 뒤, 대본을 주며 평소 말투와 몸짓을 구현한 결과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데이터 조합이라는 얘깁니다. 사전 녹화한 윤 후보 영상을 재생하는 수준과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개발 기간도 1주일에서 2주일이면 충분했다는 분석입니다. 또 다른 AI 업계 관계자는 “다른 정치인도 잘 찍은 사전 녹화물 활용이 많은데, 영상이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촬영됐다고 해서 허위사실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며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AI라는 키워드만 새롭게 느껴질 뿐, 사진이나 영상물을 활용하는 기존 선거운동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기술계에선 AI 도입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선에서 AI 기술이 조명 받은 것은 정보기술(IT) 업계를 통틀어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입니다. 수년간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AI 스타트업들이 비로소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무대에 섰지만, 관련 내용이 정치 쟁점화되며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회의론적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 의욕을 꺾을까 걱정이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우려입니다.

어떤 정치인이 AI를 활용하든,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린다는 측면에선 마냥 비판할 요인이 아닐 것이란 시각입니다. AI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며, 특정 정치집단에 편향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른 정당들 역시 'AI 휴먼'을 반전 카드로 쓸 가능성 역시 충분합니다. IT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이 각 정당과 협력을 통해 또 다른 ‘AI 휴먼’ 활용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정치 여론전이 AI 기술 발전과 대중화가 위축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들입니다. 대선에서도 신기술이 유권자들의 지근거리까지 다가와 피어나는, 진정한 '산업혁명'을 기대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4차산업혁명의 과실은 모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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