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 노동자 절반 '크런치모드'
판교테크노밸리 / 사진=허문찬 기자

판교테크노밸리 / 사진=허문찬 기자

판교테크노밸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2명 가운데 1명꼴로 초고강도 노동을 뜻하는 '크런치모드'(Crunch mode) 형태의 근로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시는 청년유니온 부설 상담교육센터인 '유니온센터'에 의뢰해 성남 지역 IT 임금노동자·프리랜서 1627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51.0%는 크런치모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경험한 크런치모드 기간은 한 해 평균 34일. 이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19.7%, 퇴근 후나 휴일에 업무를 한 경우도 30.8%에 달했다.

크런치모드는 수면과 식사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까지 희생해가며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장시간 업무를 의미한다. IT 업계의 관행으로 꼽힌히는데, 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 공개를 앞두고 이뤄진다. 국내에선 2016년 한 게임사에서 장시간 근무를 이어가던 20대 노동자가 심장동맥경화로 사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이 조사에선 회사로부터 업무량 압박을 받는다는 응답자는 32.2%, 속도 압박을 받는다는 응답자가 32.6%로 파악됐다.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돼 전환배치나 대기발령을 받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응답자도 29.5%나 됐다.
성남지역 IT노동자의 노동실태 [자료=성남시 제공]

성남지역 IT노동자의 노동실태 [자료=성남시 제공]

IT 프리랜서의 경우 일이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경험을 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점은 에이전시(대행업자) 이용 피해 64%, 일방적 계약 내용 변경 44%, 계약 내용 이외 업무지시 41.3%, 계약보수 지연지급 41.3%, 일방적 계약 해지 2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이유로 IT 노동자들은 '괴롭힘·갑질·성희롱 및 무사고 제도 마련'과 '노동자 인권 보호 및 휴식 보장시스템 마련'을 노동 문제 개선 위한 정책 방안으로 꼽았다.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는 77%가 계약서 작성 없이 일했고, 25.4%는 임금 지급 지연을 경험했다.

아울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소득은 66.7% 감소했고, 44.7%는 일감을 구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용직 노동자는 고용보험은 82%, 국민연금은 81.1%, 건강보험은 45.9%가 미가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각각 조사돼 사회안전망이 매우 취약했다.

때문에 4대 보험, 건강진단, 산업재해 치료비 지원 사업 등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와 성남시 조례를 근거로 IT 임금노동자·프리랜서, 일용직을 포함하는 노동 취약계층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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