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시대엔 메타버스가 핵심…현실과 디지털 경계 사라질 것"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 간 경계가 없는 ‘초연결’ 세상을 만들고 있다.”
메타버스가 인터넷, 모바일의 뒤를 잇는 강력한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2022 모바일 프런티어 콘퍼런스’에서다.‘뉴 노멀(새로운 표준)’이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잘 하기 위해서라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현실·디지털 경계 사라진다”

박대성 메타(옛 페이스북) 한국·일본 대외정책 부사장은 이날 ‘메타버스가 만드는 소셜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 발표에서 “많은 사람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아바타 등 기술로 메타버스를 설명하지만 이들은 메타버스의 단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궁극의 메타버스는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현실과 디지털의 동질화’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집에 있는 사람이 노상 카페에 있는 친구 앞에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체스를 두는 일 등이 가능해질 것이란 얘기다. 박 부사장은 “메타버스는 모바일과 인터넷을 잇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소비 시장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메타버스 선도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발자 상대로 AR·VR 기술을 교육하는 ‘리얼리티 랩스 아카데미’를 세계에서 처음 한국에 설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에선 네이버, SK텔레콤 등 대기업은 물론 맥스트, 자이언트스텝 등 벤처기업까지 메타버스 기술·서비스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송정은 SK텔레콤 메타버스운영팀장은 “메타버스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이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라며 “이용자가 메타버스 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것이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박재완 맥스트 대표는 “세계 150개 이상 명소를 메타버스로 만들어 가상 여행 등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도 했다.

메타버스가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핵심 서비스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승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파·위성연구본부 본부장은 “5G가 스마트팩토리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에 집중한다면 6G 시대엔 초연결·초실감 메타버스 서비스를 중심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수가 된 AI…기술보다 문제에 집중하라”

특별 강연자로 나선 김종윤 야놀자 대표는 AI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데이터 기반 AI 기술을 통해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세계적인 ESG 트렌드를 역행한다면 결국 좌초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지적이다. 김 대표는 “여행 산업은 비정형 데이터를 정량화해 소비자들의 비효율적 동선을 효율화하고, 수요 예측을 통해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AI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일 한국퀄컴 상무는 "5G·6G와 같은 이동통신 기술에도 라우팅, 기지국 운영 등 전반에 AI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하늬 로아인텔리전스 대표는 “AI 도입 자체가 아니라 AI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마술지팡이가 아니다”라며 “몇년전부터 수많은 스타트업이 AI를 강조했지만 결국 성과를 낸 기업들은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통한 성과에 집중한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다각화·개인화가 열쇠"

서비스 다각화와 개인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물류기업 메쉬코리아의 탁정욱 전략총괄(CSO)은 “물건을 배송하는 시간, 위치를 다양하게 해달라는 소비자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은 다양성을 충족하기 위해 물류 과정의 디지털화, 실시간 AI 배차 등 정보통신(IT) 기술과 물류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영민 밀리의서재 독서라이프팀장은 “일상 속 독서 수요를 잡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 수준인 책 10만여권 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오디오북·영상·웹툰 등 책 기반 각종 원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위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밋플레이스의 강귀선 대표는 “똑같은 장소에서 만난다고 하더라도 개인마다 선호하는 이동 경로나 수단이 다르다”며 “각자의 동선을 효율화해주는 앱을 개발해 출시 2년만에 사용횟수 약 150만건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국가간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소다크루의 이윤세 최고경영자(CEO)는 “작년까지 1년간 거래규모가 1100% 뛰었다”며 “해외 거주자나 한국어를 쓰지 않는 재한 외국인 등 기존 서비스를 잘 쓰지 못하는 틈새 수요를 공략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스마트폰은 폼팩터 혁신 가속화 전망

스마트폰 산업은 ‘폼팩터(제품 외형)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성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폰은 대중화시켜 전에 없던 모바일 경험을 가능케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폼팩터 혁신의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돌돌 말 수 있는 스마트폰 등 다양한 시도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바일 프런티어 콘퍼런스는 모바일 산업을 둘러싼 신기술 동향을 분석하고 미래 트렌드를 짚어보는 행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경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주관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행사 영상은 한경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서민준/선한결/배성수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