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AI…신약개발 앞당긴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이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대기업,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늘리며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의료 분야 AI 접목은 영상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진단 솔루션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었다. 최근엔 신약 후보물질 탐색 기간을 대폭 줄이는 AI 플랫폼 출시가 활발해지고 있다.

○암·결핵·심장병 해결 … 종횡무진 AI

SK케미칼과 심플렉스가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관한 공동 연구 협약(MOU)을 체결했다.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과 심플렉스가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관한 공동 연구 협약(MOU)을 체결했다.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은 지난달 바이오 스타트업 심플렉스와 신약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후보물질 탐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심플렉스는 글로벌 제약사 BMS와 암젠에서 근무한 조성진 대표가 2017년 설립한 업체다. 약물의 상호작용과 효과를 예측하는 AI 플랫폼 ‘CEEK-CURE’를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설명 가능한 AI’ 구현을 목표로 개발돼 신약 탐색 과정부터 결과값 추적, 데이터 보완 등이 정밀하게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양사는 특정 치료 적응증 및 표적 단백질에 대한 신약을 개발한다. 심플렉스가 후보물질을 탐색하면 SK케미칼이 검증과 임상 등 상용화 절차를 밟는다. 지식재산권은 양사 공동으로 소유하고, 판권은 SK케미칼이 소유해 판로를 확보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온코크로스는 대웅제약과 협력하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의사가 설립한 업체다. 창업자인 김이랑 대표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했던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다. 온코크로스는 유전자 발현 패턴 기반의 AI 플랫폼 ‘랩터(RAPTOR) AI’를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신약의 적응증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의 적응증을 심장과 신장질환으로 확대하고, 난치성 섬유증 치료제를 항암제로 활용하는 데 AI의 원료 조합이 쓰이고 있다.

결핵 관련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도 있다. 스타트업 ‘스탠다임’은 지난달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AI 기반 감염병 신약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단백질의 일종인 ‘스캐폴드’ 기반 분자 생성 모델을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딥러닝으로 최종 후보를 선별할 계획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후보물질을 실제 화합물로 합성해 효능을 평가할 예정이다.

○폭발적 성장…정부 지침 호응할까

국내 의료 분야 AI 접목은 영상 진단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두각을 보여왔다. 이미지와 영상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은 암을 진단하거나 심정지를 예측하는 등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AI 기반 신약 개발은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더뎠다는 평가다. 국내 대형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 임상은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이드라인 마련에 신중한 입장이었다”며 “제약사들도 공정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등 적용에 큰 무리가 없는 분야부터 개척해왔다”고 귀띔했다.

세계적으로 시장 성장세가 매서운 점은 정부 가이드라인 마련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이미 얀센,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난치성 질환과 암 치료제 개발에 AI를 접목하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와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합종연횡을 벌이는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I 기반 신약개발 시장은 올해 10억73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에서 2024년 35억6000만달러(약 4조20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