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먹는 약 개발사에 투자한 국보 "경증·중증 모두에서 신약 나올 것"
하현 국보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레드힐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2종의 아시아 지역 판매를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보는 지난 5일 60억원을 들여 레드힐바이오파마 지분 1.73%과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2종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치료제 1종의 아시아 판권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코로나19 중증 먹는 약 EUA 논의 착수”
국보는 1953년 설립돼 70년에 가까운 업력을 자랑하는 물류 기업이다. 그간 골프 의류사업, 부동산 사업 등을 신규 사업으로 확보한 바 있지만 의약품 판매 영역까지 발을 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레드힐바이오파마는 아시아 지역 협력사로 국보를 낙점했다. “하루아침에 레드힐바이오파마와 계약을 맺은 게 아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국보의 바이오 사업 진출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19이 유행하는 가운데 마스크 유통을 통해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이 회사 경영진은 팬더믹(감염병 대유행)을 끝낼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경구용 치료제를 눈여겨보고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코로나19 신약 개발사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자체 영업망을 가진 대형 제약사보다는 이제 아시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기업들이 그 대상이었다.
국보의 레이더에 걸린 레드힐바이오파마는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파이로리균의 감염 치료제 ‘탈리시아’를 개발해 이미 미국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나스닥 상장사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중증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오파가닙’의 임상 2·3상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중증 폐렴환자 251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파가닙 투약군의 사망률이 위약군 대비 62% 낮았다.
국보에 따르면 레드힐바이오파마는 오파가닙의 긴급사용승인(EUA) 신청을 위해 미국, 유럽, 영국 등에 있는 9개 규제기관과 논의 중이다. 아직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상용화된 바가 없다. 미국 화이자와 머크(MSD)가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는 경증과 중등증이 대상이다.
하 대표는 “물류 기업으로서 이미 아시아에 유통·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여준 점이 레드힐바이오파마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6개월 간 우선협상을 거친 뒤 일부 조건이 충족되면 60억원을 레드힐바이오파마에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루 한 알 복용 방식으로 경쟁력 확보”
국보가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신약 후보는 따로 있다. 레드힐바이오파마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경구용 치료제 ‘RHB-107(물질명 우파모스타트)’도 개발 중이다. 현재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18개 의료기관에서 2·3상 투약을 진행 중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로 임상 3상 지역을 넓히는 안도 검토 중이다.
경증·중등증 환자들이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백신과 함께 팬더믹 시대를 끝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조류독감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복용할 수 있는 약인 ‘타미플루’를 내놓으며 지난해 기준 연매출 28조원 규모 대형 제약사로 성장했다.
화이자와 MSD가 개발한 약도 증상이 덜한 경증·중등증 환자가 표적이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후 3일 이내에 투약한 환자군에서 입원·사망률을 위약군 대비 89% 줄였다. MSD의 ‘몰누피라비르’는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로 타깃을 잡았다. 이 약은 입원·사망률을 위약군 대비 50% 줄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FDA 심사 과정에서 30% 감소 효과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와 MSD는 미국 FDA를 대상으로 한 이들 신약의 긴급사용승인(EUA)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다국적 제약사와의 경쟁에서도 RHB-107의 승산이 충분하다는 게 하 대표의 판단이다. 팍스로비드는 1일 2회 세 알씩, 몰누피라비르는 1일 2회 네 알씩 투약해야 한다. 반면 RHB-107은 하루 한 알씩 복용하는 방식이다. 복용 편의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생산 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 대표는 “투약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임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백신 분야에서 모더나가 했던 게임체인저 역할을 레드힐바이오파마가 할 수 있다”며 “경구용 치료제 개발은 방역당국에도 치료 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주는 효과를 제공할 것”고 말했다. 이어 “레드힐바이오파마가 보유 중인 다른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국내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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