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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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토마스 볼버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SK브로드밴드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망 사업자·ISP)가 넷플릭스에 부과하는 망 사용료는 이중 과금"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볼머 디렉터는 "콘텐츠사업자(CP)는 ISP의 망에 콘텐츠를 강제로 밀어 넣을 수 없다"며 "이용자가 ISP에 콘텐츠를 요청해야 ISP도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들이 원활한 콘텐츠 전송을 위해 이미 ISP에 요금을 낸다"며 "그게 아니라면 이용자는 무얼 위해서 (ISP에) 대가를 지급하겠느냐"고 밝혔다.

또한 "망 사용료는 인터넷 콘텐츠에 부과되는 통행료로, 콘텐츠의 한국 내 현지화를 저해할 것"이라며 "CP들이 한국 외부에 콘텐츠를 두고 가져오려면 비용 증가와 트래픽 혼잡이 발생하고 전체적으론 이용자 속도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웨이브, 티빙과 같은 국내 CP가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내는 데 대해선 "이들이 ISP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는 국내 ISP로부터 받는 서비스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망 사용료 문제로 SK브로드밴드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볼머 디렉터는 "제가 알기로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이 최근 방한 당시 SK브로드밴드 관계자와 분명히 만났다"면서 협상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SK브로드밴드 측은 자신들이 아닌 SK텔레콤 관계자와 만남이 있었지만, 망 사용료 논의 때문은 아닌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볼머 디렉터의 주장에 반박했다.

조 교수는 "CP도 개인과 같은 ISP의 이용자다. 이용자들은 서로 요금을 대납해주지 않고 각자 누리는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낼 뿐"이라며 ISP는 이용자가 요청하는 데이터를 변경 없이 송수신해야 하는 '전기통신역무'를 CP와 개인 이용자에게 제공하는데, 이 역무를 제공받는 이용자라면 CP 역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협의가 잘 되지 않는 이유는 SK브로드밴드가 미국과 달리 기간통신 역무를 제공하고 있어 접속망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도 "신용카드 회사는 카드 소지자와 가맹점으로부터 모두 수수료를 받는다"며 "인터넷도 ISP가 망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CP, 이용자 양측에서 받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확산으로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ISP에 대한 CP의 대가 지급 사례가 있다"며 "넷플릭스가 ISP에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정치권과 정부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소송전으로 번진 망 사용료 분쟁을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경우, 입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장은 "(국내 ISP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는 게 넷플릭스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재 발의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망 이용 계약은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규율하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번 분쟁은 소송으로 심화돼 (향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면 정부도 신중하게 개선방향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구태언 변호사는 "다소 성급한 입법"이라며 "법령의 이해관계자와 용어에 대한 정의가 불확정적인 상황과 철학적 관점에서 성급한 법령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뉴스레터 서비스업체 뉴닉이 지난 17~22일 동안 968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망 이용료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답한 비중이 75.4%에 달했다.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은 19.6%, 기타 5%다.

이용자들은 망 이용료를 내야한다는 이유로, 콘텐츠 회사도 콘텐츠를 전달할 때 망 이용료 지불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명확하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우는게 먼저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 소비자들에게 받는 인터넷 요금에 망 이용료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응답도 있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