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이큐브랩은 서울창업허브의 지원을 받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에 자사 스마트 쓰레기통 클린큐브를 설치해 시연했다. /이큐브랩 제공
스타트업 이큐브랩은 서울창업허브의 지원을 받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에 자사 스마트 쓰레기통 클린큐브를 설치해 시연했다. /이큐브랩 제공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최대 쇼핑몰과 일대 거리가 한국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테스트베드(시험대)’가 됐다. 서울시의 창업 지원기관 서울창업허브의 ‘PoC(Proof of Concept·개념 증명) 사업’을 통해서다. PoC는 기존 시장에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 검증하는 단계를 뜻한다.

서울창업허브는 한국무역협회와 국내 혁신 기술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페인 테스트베드 프로그램’을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진행했다. 총 80개 스타트업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최종 선정된 5개 혁신 스타트업이 스페인에서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태훈 서울창업허브 창업본부장은 “국내 우수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유럽 전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이큐브랩도 이 사업에 참여해 현지 시장 진출에 도움을 받았다. 이큐브랩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쓰레기통 ‘클린큐브’를 기반으로 폐기물 수거관리 솔루션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큐브랩의 쓰레기통은 쓰레기를 자동으로 압축해 쌓아두고, 쓰레기 적재량이 다 차는 주기를 쓰레기 수거업체에 알려준다.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이 넘쳐 거리 미관을 해치거나 일대를 오염시키는 일을 없애준다는 얘기다. 쓰레기 압축 등에 필요한 동력은 태양광을 통해 얻기 때문에 별도로 전력을 충전할 필요도 없다.

이 쓰레기통을 지역 일대에 도입하면 거리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쓰레기통에 달린 센서로 폐기물 발생량을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쓰레기 적재 패턴을 분석해 쓰레기 수거 동선·주기 등을 정할 수 있어서다. 이큐브랩에 해외 사업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쓰레기 수거 업체를 선정한다. 반면 상당수 외국은 기업이나 쇼핑몰 등이 각각 업체를 선정하는 구조여서 큰길 하나를 두고도 여러 수거 업체가 활동한다. 이큐브랩의 솔루션을 통해 각 기업에 쓰레기 수거 주기를 전송하면 가장 저렴한 비용을 제시하는 업체에 일을 맡길 수 있다.

이큐브랩은 PoC 사업을 통해 바르셀로나 거리에 클린큐브를 설치했다. 이를 계기로 스페인 일대 유통을 맡고 싶다는 현지 파트너사를 만났다.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는 “현지에서 빠르게 제품 실물을 설치해 각종 장점을 보여준 덕분에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과의 협의에서 초반부터 신뢰를 얻거나 협상력을 내기 힘든 스타트업 대신 공공기관인 서울창업허브가 공신력을 더해 실증 기회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정 지역에 진출할 땐 보통 기술전시회에 참가해 제품을 선보이는 방식을 택하는데 이는 별도 비용이 상당히 든다”며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전시회가 무산된 사례가 많아 기회를 잡기 힘들었던 터라 PoC 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큐브랩은 이번 PoC 사업을 발판으로 남유럽 일대 시장 공략에 나섰다. 권 대표는 “스페인 주요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근 포르투갈 등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한국경제·서울창업허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