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 2. Organoid] 오가노이드와 바이오 인공장기의 미래
장기이식은 기증자의 숭고한 희생 이자, 수혜자에게는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5852명이다. 196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장 이식수술이 이루어진 이래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대기 사망자 수도 2010년 998명에서 2020년 2194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루 약 6명의 환자가 기다림 속에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장기이식 대기자들은 평균적으로 약 1850일을 기다려야만 비로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실험실에서, 혹은 공장에서, 환자가 필 요로 하는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장기를 척척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영화 속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최근 10여 년간 의생명과학 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그 현실성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오가노이드 안의 핵심 줄기세포, iPSC와 ASC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낸 3차원 형태의 장기 유사체다. 줄기세포 안에 내재한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 과정을 이용해 우리 몸속 장기의 기능과 구조적 특성 등을 아주 유사하게 모사할 수 있다.

‘미니 장기’라고도 불리는 이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에는 주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나 성체줄기세포(ASC·Adult Stem Cell)라 불리는 줄기세포들이 사용된다. 이들은 분화되지 않은 세포들로, 지속적인 자기재생(selfrenewal)과 분열, 분화를 통해 여러 세포를 만들어낸다.

먼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하는 방법은, 환자 유래의 세포를 역분화해 만능성(pluripotent)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줄기세포들을 특정 장기의 발생 단계를 모사하는 배양조건에서 키우면 원하는 장기의 세포들로 구성된 미니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기존에 잘 검증되어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환자로부터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한번 만들어내고 나면, 이후 다양한 장기로의 분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역분화의 효율이 그렇게 좋지는 못하다. 또한 미니 장기까지 분화하는 과정이 짧게는 몇 주에서 길면 몇 개월이 걸려 제대로 분화가 잘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검증과 품질관리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다른 방법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것이다.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우리 몸에 존재하고 있는 줄기세포로, 이들을 잘 분리해 적절한 조건에서 배양하면 오가노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특정 장기로의 분화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유도만능줄기 세포의 사례와 같은 복잡한 분화과정 없이도 짧은 시간 안에 미니 장기를 만들고 키워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는 있다. 특정 장기만을 모사할 수 있기 때문에 범용성이 떨어지며, 현재까지 알려진 배양법이 주로 상피조직만을 키워낼 수 있는 방법이어서 아직 다양한 세포들 간 상호작용을 구현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두 방법 모두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내는 오가노이드 기술은 줄기세포 분야의 큰 혁신이라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과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오가노이드 기술은 바이오 인공 장기 등 임상 관련 중개연구에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가노이드 미세구조 관련 연구 多, 인체 구현률 높아지고 있어
최근에는 미세유체공학(Microfluidics)을 활용한 ‘오간온어칩(organ-on-a-chip)’ 기술이나 3D 바이오 프린팅을 활용한 조직공학적 접근법이 오가노이드 기술과 접목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의 마티아스 뤼톨프 교수 그룹은 최근 장의 구조를 모사하는 인체 장기칩을 개발했다. 기존 오가노이드 배양법 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미니 장기들을 작은 조각으로 부수고 다시 키워내는, 계대 배양(passaging)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는 오가노이드와 인체 내 장기의 근본적인 구조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소장이나 대장은 뚫린 형태의 관형 구조를 이루는 데 반해 장 오가노이드는 닫힌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실제 장기와는 달리 내강에 죽은 세포들이 쌓이게 된다.

또 소장과 대장의 관형 구조는 외부환경과 연결돼 있어 섭취한 음식물들을 소화, 흡수함과 동시에 다양한 미생물들과 장기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기존 오가노이드 기술에서는 이런 기관의 구조적 특성이 완전히 반영하지 못했고, 관련 연구도 제한적으로만 이뤄져 왔다.

하지만 조직공학적 접근을 통해서 이제 소장 오가노이드를 관형으로도 배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실제 장기와 더욱 유사한 미니 장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뤼톨프 교수 그룹은 성체줄기세포를 바이오잉크로 사용하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조직에 더욱 가까운 형태의 오가노이드 미세구조를 발전시키고 있다. 조직이 자라날 수 있는 하이드로겔 구조체 안에서 관형 소장 오가노이드, 간질세포, 그리고 혈관까지 동시에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을 확립해 낸 것이다.

이처럼 줄기세포 연구에서 출발한 오가노이드 생물학과 조직공학의 만남은 앞으로도 관련 분야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러한 접근법은 폐, 간, 췌장, 신장과 같은 다른 장기에서 유래한 오가노이드 연구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들은 남아 있다. 과연 인체장기의 복잡한 구조를 얼마나 잘 재현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인체 조직 내 복잡한 신경망, 그리고 혈관과 림프관 네트워크의 재구성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냈을 때 비로소 바이오 인공장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며, 기증 장기 부족에 따른 오랜 사회 적 난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로슈,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빅파마가 선정한 미래 성장동력
전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와 줄기세포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 연구센터는 2021년 보고서에서 2024년 관련 시장이 약 768억 달러(약 89조8300억 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로슈,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등 유명 글로벌 제약사에서부터 스템셀 테크놀로지, 휘브레흐트 오가노이드 테크놀로지(HUB)와 같은 줄기세포 전문기업들까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오가노이드와 줄기세포 기반의 첨단 바이오의약품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몇몇 기업이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한 독성, 유효성 평가 그리고 유전공학을 활용한 재생치료제 개발 등 관련 플랫폼이나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에 세계가 바이오경제(bioeconomy)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바이오와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그 핵심으로 강조했다. 오가노이드와 줄기세포 기반의 첨단 바이오 기술은 여러 공학기술뿐 아니라 정보기술(IT),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등 타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앞으로 대규모 혁신을 이루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우리가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 지원이 대학, 연구소, 기업을 가리지 않고 이뤄져야 한다. 특히 융합 연구개발(R&D) 연구를 위한 핵심 기술별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장기적인 투자와 시스템이 도입돼야만 국내의 오가노이드 연구와 바이오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술들의 혁신이 하루속히 이루어져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인공장기가 수많은 장기이식 대기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소개>
[Cover Story - part 2. Organoid] 오가노이드와 바이오 인공장기의 미래
염민규 고려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한 후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성체줄기세포와 대장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거든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생쥐 유전학 모델과 오가노이드 질병모델을 활용해 대장암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암세포와 주변 정상세포 간 상호작용과 경쟁을 연구한다. 앞으로는 인간 줄기세포만의 특성을 규명해 암이나 퇴행성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데 힘쓰고자 한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