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주목받는 ‘중고’ 신인, ‘감마·델타(γδ) T세포’
지난 2020년 4월에 γδ(감마·델타) T세포에 대한 특별 기사가 실렸다. 최근 간간이 γδ T세포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기술이전 관련 기사가 보인다. T세포와 NK세포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는 γδ T세포는 성인의 몸에 그 수가 많지 않고 역할이 제한적이라 지금까지 그다지 관심을 받지 않던 세포다. 그래서 면역학 교과서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으려면 구석을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던 세포가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면역세포치료제라는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 따른 부수적인 효과로 보인다.

필자는 2018년 여름에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γδ T세포 학회에 참석하였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학회인데, 200명 정도의 사람이 참석하고 와인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학회였다.

항암면역치료제로서 γδ T세포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패널 토의에서 한 분이 “예전에는 정말 편한 마음으로 학문적인 논의를 하던 학회였는데 이제는 발표할 내용을 변호사에게 검토 받은 후 참석하게 되었다”라는 말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연구 분야가 많은 관심을 받는 점은 참 즐거운 일이지만, 연구를 더 이상 자유롭고 편하게 하기 힘들어서 아쉬울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이런 소규모 학회가 가족적인 이유 중 하나는 학회 참석하는 사람 중 다수가 실제로 학문적인 가족, 즉 사제 혹은 사형제 등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γδ T세포 학회는 영국의 아드리안 헤이데이 교수가 그 정점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헤이데이 교수는 γδ T세포 수용체의 유전자를 발견하고 γδ T세포가 항암 효능을 가진다는 점을 최초로 규명한 분이다.

γδ T세포 수용체의 유전자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T세포라고 부르는 αβ T세포의 T세포 수용체 유전자의 발견이 보고된 후 1년 뒤 1985 년에 최초로 보고된 점을 고려할 때 γδ T세포는 결코 새로운 종류의 면역세포가 아니지만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사람에게는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마치 데뷔하고 20년간 무명 생활을 하다가 주목받은 연예인처럼 말이다.

암세포의 대사활동을 인지하는 γδ T세포
사람의 γδ T세포는 δ사슬의 종류에 따라 Vδ 1세포, Vδ2세포 등으로 분류한다. Vδ1세포는 주로 피부나 장 등의 표피에 존재한다. 이 세포를 분리해 배양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반면 Vδ2세포(혹은 Vγ9Vδ2 T세포)는 혈액 내 다수 존재해 (혈액 내 T세포의 5% 정도) 상대적으로 쉽게 분리할 수 있다.

γδ T세포가 인지하는 항원은 아직 많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Vγ9Vδ2 T세포가 인지하는 ‘인산화항원(phosphoantigens)’이다. 인산화항원은 메발로네이트·콜레스테롤 합성대사 과정의 중간체로 생성되는데, 정상세포의 경우는 바로 콜레스테롤 합성에 사용되어서 세포 내 농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암세포의 경우는 대사과정이 교란된 경우가 많아 인산화항원의 세포 내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BTN3A1이라는 수용체가 이러한 세포 내 인산화항원 농도를 감지해 농도가 높을 경우 V γ9Vδ2 T세포 수용체를 자극한다.

즉 Vγ9Vδ 2 T세포는 암세포의 비정상적 대사활동을 인지한다. 이는 암세포의 변이된 펩타이드 항원을 인지하는 T세포나 암세포의 HLA 미발현, 스트레스 리간드 발현 등의 비정상적 특성을 인지하는 NK세포와 차별화된 암세포 인지 전략이다.

이와 같이 우리 몸은 다양한 각도에서 암세포의 발생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메발로네이트 경로를 아미노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졸레드로네이트 등)로 인위적으로 차단해 인산화항원의 축적을 유발함으로써 Vγ9Vδ2 T세포의 활성화를 증진하는 것이 가능하다.
[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주목받는 ‘중고’ 신인, ‘감마·델타(γδ) T세포’
이를 이용한 면역항암치료법이 두 종류로 시도되었다. 첫 번째는 암 환자에게 졸레드로네이트와 IL-2를 주입해 환자 몸 안의 Vγ9Vδ2 T세포를 활성화한 것이고, 두 번째는 환자 혹은 공여자의 혈액을 추출해 졸레드로네이트와 IL-2를 처리한 뒤 Vγ9Vδ2 T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환자에게 다시 주입한 것이다. γδ T세포는 αβ T세포와 달리 면역거부반응이 약해서 공여자의 세포를 유전자 조작 없이 바로 주입 가능하다. 아쉽게도 두 가지 방법 모두 성공적이지 않았다.
[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주목받는 ‘중고’ 신인, ‘감마·델타(γδ) T세포’
그러나 돌이켜보면 T세포나 NK세포 치료제도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γδ T세포의 초기 실패를 극복할 다양한 전략이 현재 활발하게 개발 중에 있다. 이 중 몇 가지 회사의 개발 아이템을 살펴보도록 하자.

γδ T세포로 상용화에 나선 회사들
[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주목받는 ‘중고’ 신인, ‘감마·델타(γδ) T세포’
네덜란드의 가데타(Gadeta)는 Vγ9Vδ2 T세포 수용체 중 항암 효능이 뛰어난 수용체를 다수 확보했으며 이를 (αβ) T세포에 발현시킨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Vγ9Vδ2 T세포 수용체는 암세포의 인산화항원을 인지하는 수용체이며, T세포에 발현시킬 경우 T세포가 가진 뛰어난 항암 효능과 V γ9Vδ2 T세포가 가지는 암세포 인지능력을 합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데타는 CAR-T 치료제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길리어드에 인수합병된 카이트파마와 2018년 고형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략적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다.

프랑스의 아임첵테라퓨틱스는 인산화항원 인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BTN3A에 대한 항체를 개발한다. 이 항체는 체내의 Vγ9Vδ2 T세포의 강한 활성화를 통해 항암효능을 나타낸다. 아임첵테라퓨틱스는 화이자 벤처 등으로부터 시리즈 B로 2019년 12월에 53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다.

그 외에 다수의 회사에서 γδ T세포에 CAR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중항체를 개발하는 등 T 세포와 NK세포에서 취한 많은 전략을 γδ T세포에서도 취하고 있다.

대다수의 γδ T세포 관련 회사가 Vδ2 T세포 관련 아이템을 개발 중인데 비해 영국의 감마델타테라퓨틱스는 Vδ1 T세포를 개발한다는 차별점을 가진다. γδ T세포 학계의 대부 격인 헤이데이 교수의 제자들이 차린 회사다.

γδ T세포는 γδ T세포 수용체 이외에 NKG2D, DNAM-1 등의 다양한 NK세포가 발현하는 수용체를 이용하여 암세포를 인지할 수 있다. Vδ1 T세포는 Vδ2 T세포보다 더 많은 종류의 NK세포가 발현하는 수용체를 발현하는데, 이 부분에서 Vδ1 T세포가 좀 더 나은 효능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받고 있다.

더불어, Vδ1 T세포는 조직 내에 존재하는 세포라 종양 침투성이 뛰어날 것으로 예측되며, 이로 인해 고형암 치료에서 좋은 효능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마델타테라퓨틱스는 크게 혈액 유래 Vδ1 T 세포치료제와 피부 유래 Vδ1 T세포치료제 두 종류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감마델타테라퓨틱스는 일본 제약회사인 다케다로부터 2017년 5월 최대 1억 달러의 지원 등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이후 올해 10월 말 다케다는 감마델타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γδ T세포치료제는 T세포치료제나 NK세포 치료제에 비해 아직 임상적인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연구자의 수가 많지 않고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γδ T세포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에 대해 속단할 수는 없다. 36년 차 신인이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지 기대를 하고 봐도 될 것 같다.

<저자 소개>
[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주목받는 ‘중고’ 신인, ‘감마·델타(γδ) T세포’
도준상
면역학을 공부하는 공학자다. 2006년 MIT에서 화학공학·고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UCSF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11년간 근무했고, 2019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생체재료를 면역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라는 대중서를 집필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