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팜은 코로나19 사태로 ‘벼락 스타’가 된 회사 중 하나다. 본업인 올리고뉴클레오티드 원료의약품(API) 사업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던 차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에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활용의 길이 열리자 mRNA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도약까지 시도하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 위에 운이 따른 셈이다. 제약·바이오 분야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이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를 만나 시장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왼쪽)와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 사진=신경훈 기자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왼쪽)와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 사진=신경훈 기자
에스티팜은 한미약품, GC녹십자 등과 ‘K-mRNA 컨소시엄’을 구성해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너도나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마당에, 언뜻 보면 에스티팜도 그들 중 하나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이 좀 다르다. 일단 유전자치료제의 원료의약품인 올리고뉴클레오티드(이하 올리고) ‘글로벌 톱3’ 생산 역량이 있다. 제조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mRNA 백신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5’-캡핑(Capping)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약물전달시스템(DDS)인 지질나노입자(LNP)도 기술 도입과 자체 개발을 병행하며 고도화하고 있다.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 멈추지 않는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이하 허) 시장 관심사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에스티팜이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mRNA 백신을 둘러싼 해외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사노피가 mRNA 백신 1·2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발표하고도 개발 중단을 선언했고 큐어백 역시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에스티팜은 후발주자인데요, 앞서가던 이들의 판단을 후발주자 최고경영자(CEO)로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이하 김) 후발주자인 것을 인정하고, 시장이 의구심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사노피도 중단하는데 한국의 작은 회사가 mRNA 백신 개발을 지속하는 게 맞느냐는 의구심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측면이 있습니다. 사노피는 미국 바이오기업인 ‘트랜스레이트 바이오’ 기술을 이전받아 임상을 해왔죠.

하지만 리보뉴클레오사이드 3인산(NTP)에 있는 메틸수도유리딘 관련 특허 이슈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결국 특허 이슈를 피해서 내추럴 유리딘으로 전략을 바꿨지만, 이럴 경우 좋은 항체 형성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발빠르게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사노피는 기본적으로 항체 백신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죠. 사업 구조를 봤을 때 mRNA 백신은 빠르게 중단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을 겁니다.

에스티팜은 mRNA 백신 개발을 끝까지 하실 건가요?

네, 끝까지 할 겁니다. 첫 번째 이유는 백신 주권 확보입니다. 단순히 코로나19 백신 주권 확보가 아니라 mRNA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백신 주권 확보에 목적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mRNA CDMO 사업에 필요한 플랫폼을 확보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을 계속해서 확보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플랫폼은 mRNA 백신 생산에 필요한 요소요소의 기술들을 말합니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것도 있고 기술이전을 받은 것도 있고요.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전체 mRNA 백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섰어요. 임상 대상자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임상 디자인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네, 쉽지 않습니다. 백신 안 맞은 사람 구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국내뿐 아니라 태국 등 해외 1~2곳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연말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이 목표입니다.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죠. 최선을 다해서 해볼 생각입니다.

에스티팜뿐 아니라 아직 국내에서는 mRNA 백신 원액 생산 경험이 없어요. 화이자 CEO가 ‘mRNA 백신 생산은 개발만큼이나 어렵다’고 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습니다. mRNA 백신 생산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연구개발(R&D)용으로 세 개 배치(batch)에서 원액 시험 생산을 마쳤습니다.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으로도 한 개 배치에서 생산을 해봤습니다. 두 번째 GMP 배치에서도 올해 말, 내년 초에는 원액 생산이 가능할 겁니다. 경험이 쌓이고 있죠. 초기 임상에 들어갈 만큼의 물량은 관계사인 동아ST에서 충진(원액을 바이알에 넣는 공정), 즉 완제 테스트까지 하고 있습니다. 상업화로 가면 GC녹십자에서도 완제 공정을 해야겠죠.

mRNA CDMO를 말씀하셨어요.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글로벌 바이오 회사들이 있나요?

없습니다. 지금은 워낙 화이자와 모더나 중심으로 mRNA 산업이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CDMO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지식재산권(IP) 이슈를 넘어서야 합니다. 그런데 바이오벤처나 대학 연구소에서는 이걸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요. R&D 단계에서는 중요성이 덜할 수 있지만, 임상 단계에서는 IP 이슈를 관리해야 합니다. 흥미로운 건 서서히 이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좀 더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겁니다.

연내에 원액 기준으로 mRNA 백신 1000만 도스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하셨는데요,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큐어백 백신(도스당 10㎍) 기준으로 1000만 도스니까, 화이자 백신(30㎍)으로는 3분의 1 정도인 약 350만 도스가 되겠죠. 이걸 두고 많은 질문을 합니다. ‘그 정도 생산량으로 충분해?’라고요. 여기에 대한 대답은 ‘예스’와 ‘노’가 둘 다 가능합니다. 일단 우리가 mRNA를 하는 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플랫폼’을 장착하는 겁니다. 일단 이 정도 생산 규모로 시작을 하는 거죠. 이후에 mRNA 시장이 더 커지면 얼마든지 증설을 할 수 있습니다. 화이자 기준 350만 도스 분량 생산캐파는 반월공장 mRNA동 1층에만 깔았는데도 소화가 가능합니다.

3, 5층은 비어 있어요(2, 4층에는 mRNA 연구와 QC에 필요한 실험장비가 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나오겠죠. ‘추가 투자 계획이 있느냐’인데, 이건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시장 상황을 봐야 하니까요. 다만 확실한 건 약속한 대로 올 연말이면 화이자 기준으로 350만 도스 규모 생산이 가능할 거라는 점입니다.

설비를 만들어놓고 수주하지 못하면 어쩌냐는 걱정이 있습니다.

(웃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mRNA CDMO 협력 요청이 정말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죄송하게도 현재로서는 자체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최우선순위여서 고사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하면 고객사들도 이해를 해줍니다.

“올리고·mRNA 뜨고, 펩타이드 지고”

본업 얘기를 좀 해볼게요. 올리고 사업 분위기는 어떤가요?

반가운 질문이네요. mRNA보다는 올리고 사업이 우리 본업이 맞죠(웃음). 올리고 사업은 우리가 프로젝트를 가려서 수주할 정도입니다. 최근 다녀온 ‘타이드(Tides) USA’에서 계약이 한 건 이뤄졌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현재 글로벌 제약사 4곳과 프로젝트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타이드’ 행사에 다녀오셨군요. 어떠셨나요?

재미있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행사죠. 코로나19 때문에 예전만큼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화두는 올리고였습니다. 트렌드 자체가 워낙 ‘하이 볼륨(high volume)’ ‘만성질환(chronic disease)’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mRNA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반대로 펩타이드는 관심 대상에서 조금 밀려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mRNA와 전세가 역전된 거죠.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mRNA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타이드’ 행사는 봄(미국)과 가을(유럽) 한 차례씩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봄 행사가 지난달에야 개최됐다. 가을 행사는 11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김 대표는 이 행사에서 유전자치료제 CDMO 섹션 발표자로 나선다. 주제는 ‘올리고뉴클레오티드에서부터 mRNA까지’다.)

다시 올리고 사업 얘기를 해볼게요. 올리고 공장도 증설 계획을 밝히셨었죠. 가동 시점에 대해 시장에서 관심이 많습니다. 주가 측면에서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거든요.

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 연말이면 1차 투자 계획으로 발표한 반월공장 올리고동 3, 4층 60% 공간에 대한 증설이 완료됩니다. 다만 3, 4층 간에 시차가 좀 있는데 3층은 내년 3~4월이면 시생산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4층도 6월 정도면 가능할 거고요. 2차 투자 계획으로 밝힌 것도 3, 4층 40% 공간에 대한 증설인데요, 시기는 3층과 4층이 1차와 마찬가지입니다.

3차 증설 계획도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요. 언제쯤 가시화될까요? 목표 주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거든요(웃음).

그룹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조심스럽습니다만, 연내에는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가시화될 겁니다. 이미 1차로 주요 내용에 대한 내부 검토는 마쳤습니다.

시장에서는 에스티팜의 주요 고객사인 노바티스가 자체 올리고 공장을 만들겠다고 해서 한때 우려를 많이 했습니다. 에스티팜 주가도 이때 좀 떨어졌고요. 노바티스 움직임을 어떻게 보세요?

노바티스가 자체 공장을 짓겠다고 했지만 최소 3년 반이 걸릴 겁니다. 그 사이에 우리와 미국 애질런트 같은 선도회사들이 증설을 더 빨리 할 거고요. 실제로 우리뿐 아니라 애질런트도 올리고 증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압니다. 무엇보다 노바티스는 올리고 직접 생산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노하우나 이런 측면에서 우리를 넘어서긴 당분간 어렵다고 봐요. 심지어 노바티스 공장 건설에 우리가 일정 부분 기술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라이선스료를 받는 것도 일부 포함이 돼 있습니다.

“올리고 수요, 고지혈증·B형 간염 치료제 성패에 달려”

올리고 수요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인클리시란’입니다. 만성 B형 간염(HBV) 치료제도 있고요. 앞으로 올리고 수요를 어떻게 보세요?

말씀하신 대로 치료제에 ‘올리고 하이볼륨’이 적용되는 적응증은 크게 두 개입니다. 고지혈증과 HBV죠. 이 두 가지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 상황을 보면 올리고 수요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노바티스의 인클리시란의 경우 이미 임상 2상 이후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에 상업화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그만큼 올리고 수요가 뒷받침되겠죠.

노바티스가 자체 올리고 공장을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인클리시란 품목허가 이후 올리고 수요가 매우 강할 것으로 본 데 따른 대비책이죠. 그런데 HBV는 조금 다릅니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얀센과 GSK 모두 주평가지표를 ‘기능적 완치’로 하고 있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들이 목표로 삼은 기능적 완치를 인정해줄지 여부에 대한 리스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좋지만 임상에서 주평가지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재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