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자산운용은 투자업계에서 ‘큰손’, ‘은둔 고수’로 잘 알려진 장덕수 회장이 2008년 설립한 자산운용사다. DS투자자문이란 이름으로 출발해 2016년 DS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최정웅 DS자산운용 상무는 운용자산(AUM)이 2조 원에 이르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바이오 섹터 기술평가를 맡은 인물. 그가 어떤 기준으로 바이오 기업을 고르고 투자를 결정하는지 알아봤다.
최정웅 DS자산운용 상무 / 사진=신경훈 기자

최정웅 DS자산운용 상무 / 사진=신경훈 기자

최정웅 상무는 DS자산운용의 첫 제약·바이오 전공자로, 투자 대상 후보에 오른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합류하기 전까지 DS자산운용이 바이오 기업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장덕수 회장이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바이오 기업을 찾으면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은 뒤 투자를 하곤 했다. 하지만 사내에 기술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왔다.

최 상무는 제약사, 바이오 기업 등을 두루 거친 경력을 높이 평가 받아 2018년 DS자산운용으로 옮기게 됐다.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최 상무는 포스텍에서 세포신호전달을 연구해 2010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수앱지스와 종근당,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에서 일했다. 이수앱지스에선 특허, 기술이전·도입, 신약과제 관리 실무자로서 경험을 쌓았고, 종근당에선 바이오시밀러 기술이전, 바이오투자 TF,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선 항체신약 프로그램 매니저로서 개발에 참여했다.

DS자산운용, 어떻게 투자하나
DS자산운용은 벤처캐피털(VC)이 아니다. 모태펀드 대신 개인투자자 등이 주축이 된 사모펀드로 운영된다. 투자 과정도 VC와는 좀 다른 편이다. 최 상무는 “보통 VC에서는 심사역 한사람이 투자처 발굴, 검토, 투심위, 사후관리, 회수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곳에선 업무가 본부별로 분산돼 있다”고 말했다.

가령 기업의 기술력과 인적구성을 전략기획본부의 최 상무가 평가한다면 기술 외적인 검토, 재무상태와 평판 등은 대체투자본부에서 평가를 맡는다. 어떤 펀드를 통해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도 대체투자본부에서 결정한다.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하는 ‘딜 소싱’에서는 장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고 했다. 장 회장은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인적네트워크가 워낙 탄탄하다 보니 장 회장이 직접 투자 제안을 받는 일이 많다. 최 상무는 “2018년 입사한 뒤 지금까지 투자 검토를 한 기업만 500여 곳에 이른다”며 “1년에 170개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검토한 셈”이라고 했다.

DS자산운용의 바이오 포트폴리오는 현재 50곳 내외다. 이 가운데 최 상무가 관여한 투자건은 45건이다.

자산운용사의 투자 기간이 VC에 비해 짧은 것도 차이점이다. VC가 운영하는 펀드는 만기가 대개 8년이다. 이에비해 DS자산운용사의 펀드는 3~5년 정도다. 이 때문에 최 상무는 “자산운용사 특성상 오랜 기간 투자금을 묵혀 수익률(멀티플)을 높이는 것보단 기업공개(IPO) 등으로 멀지 않은 시일 내에 회수가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VC가 아니다 보니 비상장 기업뿐 아니라 상장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과 상장기업에 각각 투자하는 비율은 약 55 대 45로 비상장 기업이 더 높다. 이 중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비율은 35% 정도다.

어떤 기업에 투자하나
투자 측면에서는 VC와 비슷한 점도 있다. 투자할 만한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다. 그는 “투자 기업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이 파이프라인 혹은 플랫폼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이며, 두 번째는 기술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회사의 역량이 갖추어졌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최 상무는 “사업화 가능성이란 곧 후보물질이 실제 의약품이 될 수 있느냐인데, 결국 기술수출(LO) 가능성이 ‘열쇠’”라고 덧붙였다. 국내 신약벤처에서 개발한 물질이 독자적인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당국의 승인까지 이르는 길은 지난하기 때문에 기술수출에 더 집중한다는 얘기다.

그는 “신약 개발의 성공 여부는 곧 개발(비임상, 임상, 사업개발)에 달렸다” 며 “창업에 도전하는 대학교수들이 과학적 발견에 주목한 나머지, 개발 이슈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신약의 근간이 되는 과학적인 발견은 창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논문 쓰기 좋은 아이템과 사업하기 좋은 아이템은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최 상무는 경영진 중에 산업체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는 회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과 큐로셀 등은 최 상무가 기술력과 사업화 가능성 등에 높은 점수를 줘 실제 투자까지 이어진 기업들이다.

그는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의장은 제넥신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남수연 지아이이노베이션 사장은 로슈, BMS, 유한양행 등 산업체 경험이 많다는 걸 눈여겨봤다”며 “주요 파이프라인이 면역항암제와 병용할 수 있어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DS자산운용이 2019년 8월 70억 원을 투자한 뒤 11개월 만인 지난해 7월 1조4000억 원 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시장평가 우수기업 특례상장(유니콘 트랙)으로 선회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노리고 있다.

큐로셀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임상에 나선 세포치료제 전문기업이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LG생명과학(현 LG화학) 출신으로 최 상무가 보기에도 충분한 산업체 경험을 갖췄다.

최 상무는 “큐로셀은 국내 CAR-T 분야에서 가장 임상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shRNA를 이용해 면역 관문인 PD-1과 TIGIT의 발현을 동시에 억제시킨 차세대 CAR-T를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에 승인된 약을 뛰어넘는 ‘베스트 인 클래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큐로셀은 내년 중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에 투자한 DS자산운용은 2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DS자산운용은 아직 세계적으로 개발된 신약은 없으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핫한’ 분야인 프로탁 기술과 관계된 업체에도 투자했다. VC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오름테라퓨틱이다. 최 상무는 “항체약물접합체(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이는 게 보통인데 이 회사는 세포독성약물 대신 프로탁을 붙인 차세대 ADC ‘AnDC(Antibody neoDegrader Conjugate)’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체가 타깃 세포로 접합된 약물을 운반한 뒤, 타깃 세포내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없애버릴 수 때문에, 기존 약으로 어찌할 수 없는 신규 치료제 발굴 불가 표적(undruggable target protein)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DS자산운용은 티움바이오와 에이프릴바이오 등에도 투자했다.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 출신 김훈택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201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10월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에 최대 5180억 원 규모 기술수출을 했다.

‘밀어주기식’ 클럽딜은 사양
최근 VC업계의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는 ‘클럽딜’이다. 국내 VC뿐 아니라 해외 VC들도 ‘클럽’을 편성해 큰돈을 한 기업에 몰아주는 클럽딜이 유행이다. 이름 있는 VC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받은 기업은 업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물론 여유로운 자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기술개발과 산업화가 가능해진다. VC는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커져 ‘윈윈’이 된다.

최 상무는 “우리 회사는 클럽딜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모든 VC가 독립적인 판단으로 기업과 해당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높게 평가해 투자하는 것이라면 나쁠 게 없다”면서도 “VC들이 단합해 특정 기업을 밀어주는 게 ‘기획바이오’와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또 “그런 식으로 시장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성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럽딜로 과대평가를 받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민낯이 드러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바이오 시장은 꺾이게 되고 결국 VC든, 자산운용사든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워지는 바이오 투자의 ‘빙하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빙하기가 가까워졌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최 상무는 “우리나라에 있는 전문가 인력 대비 바이오벤처기업이 너무 많아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를 검토하다 보면, 의미있는 성과가 기대되는 바이오텍도 꽤 있어, 곧 바이오 기업의 ‘옥석 가리기’ 위한 시장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고수 열전] 최정웅 DS자산운용 상무 “사업화 가능성에 집중”

[투자 고수 열전] 최정웅 DS자산운용 상무 “사업화 가능성에 집중”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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