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서모피셔는 지난해 5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 5위 체외진단 기업이자, 29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 최대 생명공학 솔루션 기업 중 하나다.

서모피셔는 2006년 생명공학 실험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장점을 가진 서모일렉트론과 생명공학 소모품및 실험 시약에 강점을 지닌 피셔사이언티픽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이후 2007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387억 달러의 현금을 투자하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생명공학 연구장비 중심이던 사업구조를 생명공학 관련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발전시켰다.

14년간 연매출 평균 17% 성장
서모피셔는 현재 진단 전문, 연구실 제품 및 서비스, 생명공학 솔루션, 분석도구 등 4대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외형만 확대시킨 것은 아니다. 자체 경영 효율화 시스템인 PPI 전략으로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서모피셔의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4년간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17%에 달했는데, 영업이익 성장률은 연평균 27%를 기록했다. 효율성이 높아지고 사업부 간 연계가 강화되면서 외형보다 이익이 더 높게 성장한 것이다. 이로 인해 10% 초반이던 영업이익률은 2020년 24%까지 상승했다.

서모피셔의 가장 큰 장점은 생명공학 산업을 지원하는 후방산업에서 리스크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보통 생명공학 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신약이나 정밀진단 제품 개발 기업들은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기업가치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서모피셔의 사업모델은 바이오 기업에게 각종 연구 및 진단장비와 생산설비를 판매함과 동시에 초기 탐색 및 연구개발, 임상시험, 상업생산까지 의약품 전 주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별 임상시험의 성패 여부와 별개로, 생명공학 연구개발 수요가 지속된다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바이오 기업들이 서부개척시대에 금광을 찾는 사업을 한다면, 서모피셔는 금광을 캐는 사람들에게 청바지를 판매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안정적인 사업구조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다수의 신약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이로 인해 많은 바이오 기업이 피해를 받았다. 서모피셔 역시 바이오 기업에 장비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과 백신 사업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었다.

서모피셔는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매출로 114억 달러(진단 99억 달러, 백신 15억 달러)를 기록했다. 서모피셔의 2019년 전체 매출 255억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매출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위드 코로나 정책이 화두가 되면서 코로나19바이러스 진단키트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 경우 중단됐던 전 세계 신약 개발 프로젝트 재개로 기존 주력 사업부가 다시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안정적인 사업모델의 장점이 부각되며 서모피셔의 시가총액은 2020년 초부터 2021년 10월 15일까지 약 75% 상승했다. 2020년 초 서모피셔의 시가총액은 130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런 초대형 기업이 마치 중소형주처럼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2025년까지 300억 달러 M&A 투자” 공언
그렇다면 서모피셔의 2022년은 어떤 모습일까. 서모피셔는 2021년 9월 개최한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 행사에서 2022년 매출성장률 12%(403억 달러), 조정 영업이익률 25.2%를 제시했다. 더 나아가 2025년까지 약 300억 달러의 M&A 전략을 활용해 최대 매출 508억 달러, 조정 영업이익률 26%라는 중기 목표까지 제시했다. 이는 서모피셔의 기업규모를 생각할 때 상당히 공격적이면서 자신감 있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바이오의약품의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주기 위탁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이 있다. 서모피셔는 2017년 CDMO 사업의 강자인 판테온을 72억 달러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전 주기 위탁 서비스를 강화했다.

제품 판매 모델에서 서비스 모델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사업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1석2조의 전략이었다. CDMO 서비스를 수행하려면 장비와 설비가 필요한데, 서모피셔는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 관련 ‘원스톱 숍(One Stop Shop)’ 기업으로 거듭난 서모피셔의 제약·바이오 관련 고객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10년 전체 매출의 25%(26억 달러)이던 제약·바이오 관련 고객사로부터의 매출은 2020년에 38%(124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세포 유전자 CDMO 집중… 성장성 기대
이 중 서모피셔가 집중하는 것은 최근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성장세가 돋보이는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관련 CDMO 역량이다. 이를 위해 2019년 바이러스 벡터 전문 CDMO인 브래머바이오를 17억 달러에 인수했고, 2021년에는 노바세프의 바이러스벡터 생산사업부를 약 9억 달러에 인수했다.

또한 2021년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PPD를 인수하며 의약품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서모피셔는 성장하는 시장에서 사업모델을 고도화하며 경제적 해자를 높여온 기업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서모피셔의 2020년 CDMO 시장점유율은 8%로 전 세계 5위다. CDMO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섹터의 높은 리스크와 주가 변동성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라면 그 대안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해외 바이오 기업] 체외진단 강자에서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 서모피셔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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