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매년 70만 명이 슈퍼박테리아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슈퍼박테리아를 막기 위해 박테리오파지, 항독소 시스템 등 다양한 생물학적 기전을 이용한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최근 항생제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의 리보솜을 공략해 박테리아를 무력화하는 새로운 물질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됐습니다.
[과학에서 산업찾기] 네이처 “슈퍼박테리아 막는 새로운 리보솜 결합 항생제 발견”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인류를 위협하는 슈퍼박테리아 12종을 발표했습니다. 아시네토박터균, 장내세균속균종,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헬리코박터균, 폐렴구균 등입니다.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으로,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패혈증 혹은 폐렴에 걸린 환자는 국내에서만 9000명에 달합니다.

슈퍼박테리아를 막기 위해 박테리오파지, 항독소 시스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개발 비용 대비 적은 수익, 약가 등의 문제로 아직 상용화된 약물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슈퍼박테리아가 더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항생제 내성균의 리보솜 손발 묶는 항생제 등장
이런 상황에서 반가운 연구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10월 27일 자에 실렸습니다.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UIC) 연구진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리보솜에 결합하는 새로운 항생제인 ‘아이복사마이신(IBX·iboxamycin)’을 발견했습니다.

현재 개발된 항생제는 크게 세 가지 원리로 박테리아의 증식을 억제합니다. ① 세포벽 합성 억제(페니실린, 카바페넴, 반코마이신 등) ② 단백질 합성 억제(마크로라이드 계열, 린코사마이드 계열, 옥사졸리디논 계열,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등) ③ 핵산 합성 억제(리파마이신 계열, 퀴놀론 계열 등)입니다.

이 중 리보솜은 단백질 합성 억제 방식의 항생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리보솜은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세포 소기관입니다. 사람(진핵생물/80s 리보솜)과 박테리아(원핵생물/70s 리보솜)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구조의 리보솜을 갖습니다. ②번 방식의 항생제는 박테리아 특이적인 리보솜(70s 리보솜)에 결합해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의 합성을 막는 원리죠.

리보솜의 손발을 묶어놓는 항생제는 큰 효과를 발휘했지만 이내 내성 박테리아가 나타났습니다. 마크로라이드 계열 내성 마이코플라스마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리보솜과 항생제가 결합하는 부위의 뉴클레오티드를 일부 변경(메틸화)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유리 폴리카노프 UIC 교수는 지난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이와 같은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구조 기반의 설계 플랫폼, 항생제 개발 스펙트럼 넓힐 것
폴리카노프 교수팀은 고해상도로 분석한 박테리아의 리보솜 구조를 기반으로 아이복사마이신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박테리아의 리보솜을 동결한 뒤 X선을 이용해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클린다마이신, 린코사마이신, 옥사졸리디논 등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슈퍼박테리아의 경우 리보솜을 구성하는 세 개의 리보솜 RNA(rRNA/23s rRNA, 16s rRNA, 5s rRNA) 중 23s rRNA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구조가 바뀐 리보솜에 정확하게 결합할 수 있는 약물 구조를 파악하게 된 것입니다.

연구진은 메티실린에 내성이 있는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아미노클리코시드, 테트라사이클린, 플루오르퀴놀론 등 여러 항생제에 다중 내성을 나타내는 대장균 등 다양한 균주에 IBX를 주입했습니다. 그 결과, 약물 처리 후 12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박테리아의 수는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생체 내 아이복사마이신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쥐 동물모델에 화농성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yogenes)을 감염시킨 뒤 약물을 주입했습니다. 그 결과 4마리의 쥐가 모두 생존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맥 내 평균 체류시간(MRT)은 1.2시간, 경구 생체이용률(oral bioavailability)은 24%로 클린다마이신보다 체내에서 더 오랜 시간 작용했습니다.

폴리카노프 교수는 “IBX는 야생형 리보솜 및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의 리보솜까지 광범위한 병원체를 공략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슈퍼박테리아에 대응하기 위한 잠재력이 있는 약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연구개발 속도가 더딘 항생제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진이 시도한 구조 기반의 설계 플랫폼이 실제 효능 있는 약물을 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플랫폼을 통해 항생제 내성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폴리카노프 교수는 논문을 통해 “IBX의 잔기를 변형하거나 뼈대를 개선하는 등 최적화 과정을 통해 IBX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학에서 산업찾기] 네이처 “슈퍼박테리아 막는 새로운 리보솜 결합 항생제 발견”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