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오른쪽)·나영채 슈퍼진 공동대표가 2일 경기 판교 본사 사무실에서 자사 게임과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이진호(오른쪽)·나영채 슈퍼진 공동대표가 2일 경기 판교 본사 사무실에서 자사 게임과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한국 기업이 내놓은 인터넷 서비스나 콘텐츠 중에서 이용자가 1억 명을 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네이버 자회사와 관계사가 만든 모바일 메신저 ‘라인’,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 스마트폰 카메라 앱 ‘스노우’ 등이 대표적인 ‘1억 클럽’이다. 게임에서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정도만 누적 이용자 1억 명을 넘겼다. 글로벌 이용자 1억 명 확보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정보기술(IT) 기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스타트업 슈퍼진은 창업 2년 만에 이용자 1억 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에서 구상한 사업 아이템

이진호 슈퍼진 공동대표는 2일 “창업 전 필리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글로벌 성공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슈퍼진을 함께 창업한 이 대표와 나영채 공동대표의 전 직장은 카카오다. 2015년 설립된 카카오 필리핀 법인에서 법인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만났다. 당시 카카오의 글로벌 공략 전초기지를 책임졌다. 하지만 이듬해 카카오의 글로벌 사업 전략이 바뀌었다. 카카오는 해외보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등 국내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카카오의 필리핀 법인이 없어졌다. 두 사람은 카카오 본사로 호출됐다. 하지만 이들은 필리핀에 남기로 했다. 현지에서 창업에 나섰다. 나 대표는 “카카오 필리핀 법인 폐쇄 전에 개발한 웹 기반 퀴즈 게임이 매출은 부진했지만 이용자(MAU) 100만 명까지 기록하는 것을 보고 관련 콘텐츠의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두 대표는 2016년 12월 슈퍼진을 창업했다. 한 달 뒤 첫 번째 게임인 소셜 퀴즈 게임 ‘위티버니’를 출시했다. 광고 수입으로 출시 3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2018년 10월 소셜 게임 ‘OMG’를 페이스북 게임 서비스를 통해 내놨다. ‘당신과 어울리는 색깔은?’ 등 이용자 흥미를 끄는 질문의 답을 확인하는 게임이다. 답변 내용은 지인과 공유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출시 한 달 만에 이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 2020년 4월에는 3억 명을 넘어섰다. 현재 이용자는 7000만 명 정도다. 이 대표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필리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많이 쓰기 때문에 글로벌 인터넷 트렌드에도 민감하다”며 “북미 등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퀴즈 방식의 콘텐츠를 필리핀에서 제작할 수 있다는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3년 새 매출 8배 증가

잇따른 게임의 성공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매출은 2018년 32억원에서 지난해 267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억원에서 23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매출은 작년과 비슷하고, 영업이익은 감소할 전망이다. 올 들어 사업을 확대하면서 비용이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사무소를 확장하고 인력도 늘렸다. 창업 초기 10명 미만이었던 직원 수는 올해 70명을 넘었다.

슈퍼진은 올 3월 처음으로 비(非)게임 콘텐츠인 관심사 기반 SNS ‘시그널’을 출시했다. 나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를 새로 만들려는 수요는 여전하다고 생각했다”며 “SNS 서비스를 만든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과 시그널의 여러 가능성을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슈퍼진은 국내 중심으로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고 해외에도 시그널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세계적인 게임 IP(지식재산권)도 확보하고 글로벌에서 통하는 다른 인터넷 서비스도 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